
국민연금이 미국 전쟁부(옛 국방부)의 조달사업 참여가 금지된 블랙리스트인 중국군사기업(CMC) 명단(올해 6월 명단 기준)에 오른 중국 상장사 주식을 지난해 말 기준 6조5000억원 넘게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새 1.85배로 늘어난 것으로 노후자산의 수익과 지정학적 위험 사이 균형이 과제로 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무역 관련 공공기관이 미국의 중국 견제성 공급망 재편 가능성을 제기한 가운데 국민연금은 올해 CMC 신규 지정 기업의 홍콩 IPO(기업공개)에 참여했다.
25일 머니투데이가 미국 전쟁부의 CMC 최신 명단(6월8일자)과 국민연금이 지난 13일 공시한 해외주식 보유내역을 대조 분석한 결과 국민연금이 지난해 말 기준 보유한 해외 주식 가운데 21개사가 최신 CMC 명단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보유주식 평가액은 6조5961억원으로 집계됐다. 2024년 말 기준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보유내역에 최신 CMC 명단을 적용하면 19개사 3조5712억원 규모였다. 지난해 평가액 상승은 주가 상승, 자사주 소각, 환율, 보유주식 확대 등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국민연금 공시는 평가액 10억원 미만 종목을 생략하기에 실제 보유 규모는 보다 클 수 있다.
미 전쟁부와 국방수권법에 따르면 CMC는 미국 국방수권법(NDAA) 1260H조에 따라 미 전쟁부가 미국에서 직·간접적으로 활동하면서 중국 인민해방군(PLA)·무장경찰 등에 소유·지배되거나 연계된 기업, 중국 국방산업의 군민융합(민간 기술의 군사 전용)에 기여한 기업 등이 지정된다. 원래는 CMC 지정 기업에 대한 실효적 제재가 존재하지 않았지만 올해 6월30일부터는 미국 전쟁부의 직접 조달사업 참여가 금지된다. 오는 2027년 6월30일에는 간접 참여도 금지된다.
CMC는 최신 명단인 올해 6월8일자가 총 188개사(자회사 포함)로 직전 명단인 2025년 1월 대비 40%가량 증가 했다. 지난 6월8일 CMC 신규 지정 기업에는 알리바바, 바이두 등 중국 대형 기술기업이 포함됐으며 국민연금이 보유한 알리바바, 바이두 등 신규 CMC 지정 기업 평가액은 2조9000억원 규모다.
![[베이징=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 중난하이에서 일정을 마친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배웅을 받으며 전용 차량으로 걸어가고 있다. 2026.05.15. /사진=민경찬](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8/2026082517020573523_2.jpg)
국민연금은 올해 CMC에 신규 지정된 기업인 중지이노라이트의 지난달 홍콩 증시 IPO(기업공개)에도 코너스톤(상장 전 사전 배정) 방식으로 신규 투자했다. 국민연금은 기존에도 수백억원 규모로 중국 본토 증시에 상장된 중지이노라이트 주식을 가지고 있었는데 블랙록 등 기관 투자자들과 함께 홍콩 IPO에서 2억5000만달러(약 3465억원) 규모 코너스톤 계약에 참여했다.
이달 들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중국산 광트랜시버 수입 제한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중지이노라이트는 미국 내 사업 리스크가 높아진 상태로 평가된다.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이날 미국 워싱턴D.C. 무역관에서 작성한 미국의 중지이노라이트 규제 추진 등 ICT 분야 규제에 대한 분석글에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규제 확대는 단기적으로 대체 공급업체에 시장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반면,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해외 ICT 기업 전반에 보다 높은 공급망 투명성과 규정준수 수준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최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연금의 중지이노라이트 투자 관련, "최근 국제적으로 미국이 중국 CMC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와중에 대한민국은 국민연금 자금으로 중국군 연계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며 "국민연금 투자 출처 묻지 말라 하지 마시고, 국민연금 어떻게 투자되고 있는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국정조사부터 특검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개별 투자 내역 등에 대한 경위는 확인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