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치료용 암백신이라는 분야 전체에 대한 임상적 밸리데이션(검증)이 크게 진전된 상황입니다. 디엑스앤브이엑스(DXVX)는 올해 성공적으로 임상 1상을 마친 기성품 암백신 'OVM-200'을 내년 상반기에 병용 임상 2상에 진입시켜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 가치를 더 높일 계획입니다."
백상훈 DXVX Vx(백신부문) 연구본부장 전무가 지난 26일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DXVX 본사에서 진행한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DXVX는 2024년 12월 옥스포드 백메딕스로부터 면역항암치료제 OVM-200을 기술도입해 개발하고 있다. OVM-200은 올 상반기 완료된 임상 1b상에서 주요 평가 변수를 충족했으며, 안정병변(SD)을 보인 환자에게서 상대적으로 높고 지속적인 면역반응이 관찰됐다.
OVM-200은 서바이빈 단백질을 표적하는 펩타이드 백신이다. 우리 몸에는 비정상적인 세포가 스스로 자살하는 '에이팝토시스'가 이뤄지는데, 서바이빈은 이를 막아 암세포 같은 비정상적 세포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한다. OVM-200을 투여하면 면역세포가 서바이빈 항원을 인식하게 돼 이를 표적으로 암세포를 공격하는 T세포 면역반응이 유도된다.
이처럼 암 항원을 이용해 T세포 면역반응을 유도하고 면역관문억제제와 병용하는 전략은 최근 모더나·미국 머크(MSD)의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인티스메란 오토진'이 키트루다 병용요법 임상 3상에서 성공하면서 그 가능성이 명확히 확인됐다. 다만 OVM-200과 인티스메란 오토진은 표적 항원을 선정하는 방법과 이를 면역계에 전달하는 방식이 다르다.
백 본부장은 "인티스메란 오토진은 환자마다 종양조직을 확보하고 유전자 분석을 실시한 뒤 신생항원을 예측하고, 이를 반영해 다시 개인별 의약품을 제조하는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다"며 "OVM-200은 여러 종류의 암에서 발현되는 서바이빈이란 종양관련항원을 표적하는 기성품 암백신으로, 접근성이 높고 대량생산 및 공급체계를 표준화하기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인티스메란 오토진을 기점으로 개인 맞춤형 암백신에서 혁명적인 성과가 도출됐지만, 산업적인 관점에선 범용성을 확보한 기성품 암백신의 필요성은 여전하다. 특히 신속한 투여, 반복 투여, 제조 접근성 등의 측면에서 차별성을 보일 수 있다. 개인 맞춤형 백신은 수술 후 잔존암이 적고 치료제 제조를 기다릴 시간이 확보되는 보조요법 영역에서 강점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백 본부장은 "향후에는 한 가지 방식이 시장 전체를 독점하기보다는 환자의 암종, 병기, 종양의 유전적 특성, 치료 시급성과 비용 및 접근성에 따라 여러 형태의 암백신이 공존할 가능성이 높다"며 "앞으로 암백신의 기준이 더 높아져 단순히 면역반응을 만들어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실제 재발 감소나 생존기간 개선으로 이어지는지를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측면에서 OVM-200과 면역관문억제제를 병용 투여하는 임상 2상 결과가 향후 기술이전 규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DXVX는 현재 병용 투여할 PD-(L)1 계열의 면역관문억제제를 선정하고, 해당 약물을 공급받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적응증 측면에선 면역관문억제제가 이미 중요한 표준치료로 자리 잡고 있는 비소세포폐암을 중요한 후보 중 하나로 보고 있다.
백 본부장은 "OVM-200의 임상 1상에서 재조합 중첩 펩타이드(ROP) 플랫폼이 사람에서도 안전하게 투여될 수 있고, 서바이빈 특이적 T세포와 항체 면역반응을 실제로 유도한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다음 단계에서는 이러한 면역반응이 임상적 항암효과로 얼마나 연결되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DXVX는 서바이빈 단백질을 타깃으로 mRNA 기반 면역항암치료제도 개발 중이다. 여기에 핵산 안정화 플랫폼 'KRNA'를 통해 상온 상태의 보관과 유통 한계도 낮출 계획이다. 그동안 축적해 온 백신 관련 기술의 사용처를 감염병에서 항암 등 영역으로 확장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백 본부장은 "현재 개발하고 있는 서바이빈 표적 mRNA 면역항암치료제는 인티스메란 오토진처럼 환자마다 새로운 신생항원을 선별해 개별 제조하는 방식과는 구분되는 파이프라인"이라며 "DXVX는 NGS(차세대염기서열분석)를 포함한 유전체 분석 역량과 mRNA 연구개발 역량을 모두 보유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개인 맞춤형 암백신도 mRNA 플랫폼의 확장 영역 중 하나로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