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조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 단행…펩타이드 CDMO 인수대금 충당
삼성물산·삼성전자 청약 비율에 이목…일반주주·금융당국 설득 과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1,486,000원 ▼108,000 -6.78%)가 약 3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한다. 조달 자금의 약 90%를 펩타이드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인수에 투입하며 생산능력(캐파) 확장과 중장기 성장 계획에 힘을 싣는다. 다만 2조원대의 여유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데도 일반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기로 결정한 배경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것이 과제로 남아 있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8일 이사회를 열고 3조9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2022년 3조2000억원대 유증을 실시한 이후 약 4년 만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에 조달하는 자금 중 2조7062억원은 스위스 폴리펩타이드그룹 인수에, 2948억원은 인천 송도 제2바이오캠퍼스 6공장 증설에 사용할 계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폴리펩타이드그룹을 인수하기 위한 공개매수 계획을 밝히며 인수대금은 '보유자금 및 차입금'을 통해 조달하겠다고 공시한 바 있다. 그러나 약 1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자금조달 방법을 '유상증자 등을 통한 조달 자금'으로 선회했다. 향후 진행과정에서 변동이 발생할 경우엔 보유자금을 활용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지난 7월20일 공시 당시 구체적인 조달금액과 수단별 비중을 포함한 최종 자금조달 구조까지 확정된 상태는 아니었다"며 "주석으로도 추후 기타 조달 방식 검토가 가능하며, 구체적인 차입조건 혹은 조달 방안이 확정되는 경우 관련 내용은 정정공시 예정임을 기재해 밝혔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최근 금융당국이 유상증자를 엄격하게 심사하고 있는 만큼 기존 계획대로 유증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꾸준히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흑자 기업'인 데다 무배당 원칙을 고수해 온 만큼 일반주주들에게 이번 유증의 당위성을 설득력 있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6월 말 기준 약 2조원 규모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조기 착공에 들어간 송도 제3바이오캠퍼스를 비롯해 추가적인 대규모 캐파 투자가 예정돼 있는 만큼 성장 재원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로 했단 입장이다. 또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74.3%로 높고 증자 비율은 4.9%에 불과해 유증으로 인한 소액주주들의 부담과 주주가치 희석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유증의 관건은 최대주주인 삼성물산(375,000원 ▼500 -0.13%)(지분율 43.06%)과 삼성전자(257,000원 ▼9,000 -3.38%)(지분율 31.22%)가 배정받은 물량에 대해 전부 청약할지 여부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78만2818주, 삼성전자는 56만7503주를 배정받을 예정이다. 예정발행가액 기준으로 각각 약 1조348억원, 약 7502억원 규모다. 2022년 유증에서 삼성물산과 삼성전자는 배정받은 물량을 모두 청약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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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삼성물산과 삼성전자의 유증 참여 여부는 각 사 이사회의 결정 사항이므로 현 시점에서 당사가 답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선 조달된 자금이 추가 성장 동력 확보에 쓰이는 만큼 향후 유증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022년 4공장 건설·2단지 부지 매입 등 시설 자금과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인수 등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유증이 단행됐으며, 증자 비율이 7.6%로 이번 유증보다 컸지만 유증 결정 후 3개월간 주가가 13% 상승했다.
이호철·엄민용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비만 치료제로 급증하는 펩타이드 수요에 맞춰 즉시 시장에 진입하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기존 발행주식총수 대비 증자 비중이 4.9%로 적고, 그 중 59.4%가 삼성 계열사로 배정돼 수급 부담이 적다"며 "주가가 권리락 예상가 158만원 대비 크게 하락 시 과도한 조정 및 기회구간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반주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부채비율이 약 51%로 양호한 상황에서 차입이 아닌 대규모 유증을 택한 것에 대한 반발 여론이 크다. 이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는 지난 28일 148만6000원으로 전날 대비 약 6.78% 급락했다. 2022년 유증 결정이 공시된 2022년 1월28일 주가가 전날 대비 3.79% 상승한 100만7981원으로 장을 마감한 뒤 다음 거래일에도 전날 대비 4.47% 상승한 것과 대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