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대규모 유증, 차입금 조달서 한달만에 선회
폴리펩타이드 인수·송도 2캠퍼스 6공장 증설 등 사용
꾸준한 흑자·무배당 원칙 고수… 일반주주 설득 관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3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유상증자(이하 유증)를 단행한다. 조달자금의 약 90%를 펩타이드 CDMO(위탁개발생산)기업 인수에 투입하며 캐파(생산능력) 확장과 중장기 성장계획에 힘을 싣는다. 다만 2조원대의 여유현금을 보유했는데도 일반주주들에게 손을 벌리기로 결정한 배경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것이 과제로 남았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8일 열린 이사회에서 3조9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증을 결의했다. 2022년 3조2000억원대 유증을 실시한 이후 약 4년 만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조달자금 중 2조7062억원은 스위스 폴리펩타이드그룹 인수에, 2948억원은 인천 송도 제2바이오캠퍼스 6공장 증설에 사용할 계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폴리펩타이드그룹 공개매수 계획을 밝히며 인수대금은 '보유자금 및 차입금'을 통해 조달하겠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약 1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자금조달 방법을 '유상증자 등을 통한 조달자금'으로 선회했다. 앞으로 진행과정에서 변동이 발생할 경우엔 보유자금을 활용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지난 7월20일 공시 당시 주석으로 추후 기타 조달방식 검토가 가능하며 구체적인 차입조건 혹은 조달방안이 확정되는 경우 관련 내용은 정정공시 예정임을 밝혔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최근 금융당국이 유증을 엄격하게 심사하는 만큼 계획대로 유증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린다. 현재 일반주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부채비율이 약 51%로 양호한 상황에서 차입이 아닌 대규모 유증을 택한 것에 대한 반발여론이 크다. 이에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지난 28일 148만6000원으로 전날 대비 약 6.78% 급락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꾸준히 최대실적을 경신한 '흑자기업'인 데다 무배당 원칙을 고수한 만큼 일반주주들에게 이번 유증의 당위성을 설득력 있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6월말 기준 2조원 규모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을 보유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송도 제3바이오캠퍼스를 비롯, 추가적인 대규모 캐파 투자가 예정된 만큼 성장재원을 선제적으로 확보한다는 입장이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74.3%로 높고 증자 비율은 4.9%에 불과해 유증으로 인한 소액주주들의 부담과 주주가치 희석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이번 유증의 관건은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지분율 43.06%)과 삼성전자(지분율 31.22%)가 배정받은 물량에 대해 전부 청약할지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78만2818주, 삼성전자는 56만7503주를 배정받을 예정이다. 예정발행가액 기준으로 각각 약 1조348억원, 7502억원 규모다. 2022년 유증에서 삼성물산과 삼성전자는 배정받은 물량을 모두 청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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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는 조달자금이 추가 성장동력 확보에 쓰이는 만큼 앞으로 유증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호철·엄민용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GLP-1(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 비만치료제로 급증하는 펩타이드 수요에 맞춰 즉시 시장에 진입하는 점이 긍정적"이라며 "기존 발행주식총수 대비 증자 비중이 4.9%로 낮고 이 중 59.4%가 삼성 계열사로 배정돼 수급부담이 적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