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가 일반계정(TGA) 자금을 국채 바이백(재매입)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 국채 수익률(금리) 상승 억제를 위해 2배 늘린 바이백 규모의 재원으로 정부 '비상금'을 동원하려는 것이다.
24일(현지시간) CNBC는 미 재무부 고위 관계자 2명을 인용해 최근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발표한 장기 국채 바이백 확대 계획에 TGA 자금이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CNBC는 "재무부 관계자들은 TGA 잔고를 얼마나 사용할지, 관련 계획을 언제 발표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TGA가 국채 바이백에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이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TGA는 연방정부가 세금 등으로 거둬들인 현금을 연방준비제도(연준)에 예치해 두는, 이른바 '정부 통장'으로 일종의 여유자금이자 비상 자금으로 쓰인다. CNBC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 취임 이후 TGA 잔고는 현재 약 9500억달러(1315조원)까지 늘었다. 이는 조 바이든 전 행정부에서 제시했던 TGA 잔고 목표치 5500억~6000억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로이터는 "재무부가 올해 TGA 잔고를 늘린 것은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 따라 수입업체에 지급해야 할 관세 환급금 1660억달러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CNBC는 "TGA 잔고 활용 검토는 국채 바이백 확대 계획 발표 이후 채권 시장에 퍼진 단기 국채 추가 발행에 대한 우려를 완화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고 짚었다. 또 연준이 재무부로부터 바이백 지원 요구 압박을 받을 거란 일부 투자자들의 우려도 줄일 수 있다고 봤다.
시장은 앞서 재무부가 바이백 재원 마련을 위해 단기 국채를 추가 발행할 가능성이 높다며 채권시장 전반에 금리 부담이 커질 것으로 봤다. 재무부가 단기 국채를 추가 발행해 장기 국채를 사들이는 '트레저리 트위스트'(Treasury twist)를 단행할 경우, 시장에 단기 국채 물량이 늘어나 단기 금리가 상승하고 금융 시장의 자금 유동성을 압박할 수 있다.
하지만 TGA 내 현금을 사용하면 단기 국채 추가 발행 없이 장기 국채 매입이 가능해 단기물 발행에 따른 금리 상승, 공급량 증가 등의 부담을 피할 수 있다. 실제 CNBC 보도 이후 앞서 5.3%를 웃돌며 약 19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올랐던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5.234%까지 하락했다. 10년물 국채 금리도 3bp(1bp=0.01%포인트) 이상 하락한 4.704%를 기록했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바이백 재원 조달 방법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또 바이백 규모 추가 확대 가능성 질문에 "우리는 아직 국채를 단 한 장도 사들이지 않았다"고 답했다. 확대된 바이백이 다음 달 9일부터 적용돼 아직 시행되지 않은 만큼 추가 확대에 대해선 말을 아낀 것으로 보인다.
월가에서는 재무부가 장기국채 금리를 내리고자 계속 정책을 변경하면 "정기적이고 예측 가능한" 미국 국채 관리 정책을 훼손할 거란 우려도 존재한다. 베선트 장관이 장기국채 금리를 낮추고자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혼란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 재무부는 그간 국채 입찰 규모, 바이백 등 정책을 크게 변경할 경우 시장 참가자와의 충분한 협의를 거쳐 분기별 국채 발행계획을 통해 발표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장기 국채 바이백 일정을 공개한 지 2주 만에 바이백 규모를 기존 회당 20억달러에서 40억달러로 2배 늘렸다. 베선트 장관은 지난 19일 바이백 규모 확대를 발표하며 필요한 경우 추가 확대에 나설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