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가 오는 29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가입 협상 재개 여부를 정하는 국민투표에 나선다. 아이슬란드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처음 EU 문을 두드렸지만 4년간 협상 끝에 합의에 실패했다.
26일 로이터에 따르면 국민투표에서 과반수가 찬성한 경우 아이슬란드는 이르면 올해 연말부터 EU와 가입 협상을 재개한다. 협상은 18개월~24개월가량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르타 코스 EU 확대(외교·가입) 담당 집행 위원은 "아이슬란드가 1~2년 안에 EU에 가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아이슬란드가 EU 문을 다시 두드리는 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갈수록 커지는 안보 위협 때문이다. 다구르 에거트손 전 레이캬비크 시장은 "올해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장악 위협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의 세계경제포럼(WEF) 발언을 인용하며 "소국과 중견국은 단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영국 공영방송 채널4는 아이슬란드 국민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표적이 자신들이 될까 불안해하고 있다고 지난 27일 분석했다. 솔레이 칼달 아이슬란드 안보 전문가는 한 아이슬란드 TV 토론 프로그램에서 "만약 누군가 내일 아이슬란드를 무너뜨리거나 마비시키려 한다면, 해저 케이블을 끊거나 공공시설을 공격한다면 우리는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냐"고 말했다.
EU는 아이슬란드 전체 수출액의 3분의 2가량을 차지하는 시장이다.
다만 EU 가입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아이슬란드 남부 도시 셀포스에 거주하는 프라픈 엘리아손(18)은 "농부와 어부들이야말로 이 나라의 근간"이라며 "그들이 반대표를 던지길 원하기 때문에 나도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말했다. EU에 가입하면 아이슬란드의 어족자원을 놓고 EU 회원국들과 경쟁해야 할 수 있다.
실제로 어업 분야는 1차 EU 가입 시도 당시 양측이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던 분야 중 하나다. 어업은 아이슬란드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산업이다. 아이슬란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1년 동안 총 어획량은 106만2000톤으로 한 해 전 같은 기간에 비해 8% 증가했다. 반면 EU 회원국들의 어업 생산량은 갈수록 줄고 있다. 이에 EU 어선단은 어족 자원이 풍부한 아이슬란드 해역에서 어업 활동을 벌이고 싶어 하지만 아이슬란드 어부들은 이를 그다지 반기지 않았다.
구들라우구르 토르 토르다르손 독립당 의원은 지난 25일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유럽경제지역(EEA) 회원국 자격만으로도 충분하며, EU에 더 가까워지는 것은 잘못된 방향"이라고 말했다. EEA는 일종의 자유무역 시장으로 회원국 간에 사람(노동), 상품, 서비스, 자본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EU 회원국과 아이슬란드 같은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국가들이 참여한다.
아이슬란드 여론조사 기관 마스키나에서 최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EU 가입 협상 재개에 관한 찬반 여론은 반반으로 갈린다. 응답자의 51.3%가 협상 재개에 찬성했고 48.7%는 반대했다. 로이터는 양측의 격차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마스키나에서 실시한 이번 조사는 지난 21일부터 25일까지 5일간 아이슬란드 국민 1019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