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29일(현지시간)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 국채 시장의 혼란과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에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29일 블룸버그통신이 지난 16일부터 21일까지 실시한 경제학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ECB가 이날 열리는 통화정책이사회에서 금리를 현행 2.5%로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ECB가 이번 회의를 건너뛴 뒤,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공급 차질 여파와 오는 2028년까지의 물가 전망치가 제시되는 오는 12월 회의에서 세 번째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물가상승률이 이미 목표치인 2%의 거의 두 배에 달하지만, 주로 에너지 부문에 국한되어 있기 때문에 결정을 유보할 여지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지금까지는 회복력을 보였던 유로존 경제는 모멘텀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결과다. 데이비드 파월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애널리스트는 "ECB가 10월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며 "이미 차입 비용이 높아져 금융 여건이 긴축된 상황에서 국채 시장의 혼란까지 더해진 만큼, 정책 입안자들은 불씨에 기름을 붓는 일을 피하고 싶어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CB는 지난 6월 이후 두 차례 금리를 인상한 바 있다. 시장은 앞으로 ECB가 금리를 세 차례 추가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 경우 예금금리는 3.25%에 도달하게 된다.
무엇보다 시장의 관심사는 프랑스 국채 시장의 혼란이다. 프랑스 10년물 국채금리는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싼 정치적 대립과 재정 건전성 우려로 지난주 심리적 저항선인 5%를 돌파, 2002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독일과 프랑스의 10년물 국채금리 차이(스프레드)는 최근 15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에 시장에선 ECB가 시장에 직접 개입할 것인지, 혹은 통화 긴축 고삐를 죄는 데 신중을 기할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프랑스 국채시장 변동성이 이탈리아 등 주변국으로 전이될 위험에 대해 ECB가 2022년에 도입한 '위험전이방지기구(TPI·시장의 무질서한 변동성에 대응한 무제한 국채 매입 프로그램)'를 발동할지 여부가 관심사다. 다만 ECB 측은 특정 국가의 재정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TPI 발동에 대해선 선을 긋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ECB가 프랑스 국채시장 불안에 개입할 수 있는 수단으로 지난 2024년 말 종료된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 방식의 유연한 채권 재투자를 재개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과거 대규모 자산매입 정책을 통해 사들인 채권의 상환금을 프랑스 채권에 더 큰 비중으로 재투자하는 방식이다. 전체 채권 보유 규모를 늘리지 않고도 금리 급등을 억누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ECB가 이미 채권 재투자를 중단한 만큼 이를 재개하려면 기존 정책을 바꿔야 한다.
한편 라가르드 총재는 이번 회의를 마치고 기자회견에서 본인의 향후 거취와 관련된 답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10월까지인 공식 임기가 끝나기 전에 사임할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가르드 총재는 매년 스위스 다보스포럼을 개최하는 세계경제포럼(WEF)의 차기 의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가 임기를 1년 남기고 조기 퇴임할 경우 ECB 지도부의 대대적인 인사 개편이 이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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