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LIFE]진수형 한화증권 대표

"한번 둘러보세요. 여의도에 나무가 얼마나 많은 줄 아세요? 여의도 사람들 바쁘다고 땅만 보고 다니는데요, 사람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기 때문에 못보는 겁니다. "
지난 5일, 나무를 좋아한다는 진수형 한화증권 대표(사진)에게 '여의도가 답답하고 삭막하지 않느냐'고 묻자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진 대표에게는 여의도 곳곳은 작은 정원이나 마찬가지다. 그는 시간 날 때마다 여의도 공원에 간다고 했다. 여의도 공원에서 '경보'를 하며 산책하는 사람, 벤치에 앉아 머리 식히는 증권맨들은 많지만 나무를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진 대표는 "여의도 공원에만 해도 수십, 수백 종류의 나무들이 있다"며 "이름, 꽃이 피는 때, 나무의 특징 등 표식을 보면 다 알 수 있다"고 했다.
여의도역 근처 교직원공제회관 옆에 있는 정원에도 종종 들른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작은 자연을 둘러보고 있자면 이내 경비 아저씨가 달려와 내쫓는단다.

◇ 나무를 사랑한 남자 =여의도 구석구석의 나무를 이야기를 꺼내자 진 대표의 눈에선 빛이 났다.
SK증권 근처에는 몸통이 하얀 자작나무가 있단다. 진 대표는 "기름기가 많아 불에 탈 때 '자작자작' 소리가 난다고 해서 자작나무"라며 "추운 북방지역에 많은데 옛날에는 기름기 있는 나무껍질을 주로 시체 싸는 데 썼다"고 설명했다.
백일홍나무라고 불리는 배롱나무는 간지럼을 태우면 간들간들 움직여 간지럼나무라고도 한단다. 설명이 줄줄 흘러나왔다.
그는 또 굿모닝신한증권 옆에 있는 소나무를 예찬했다. 그 근처에 나무가 있었던가? 가물가물하다. 그는 "소나무 중에서도 정말 보기 드물게 귀한 소나무"라며 "조경용 나무라고 해서 잘 모르고 무조건 비싸게 사기도 하는데 그 중엔 어디에도 쓸모없는 나무가 많다"고 말했다.
자연에 대한 사랑은 사내에서도 이어진다.한화증권(4,095원 ▲70 +1.74%)실내에는 '아뜨리움'이라는 휴식공간이 있다. 진 대표가 신경 쓴 공간이기도 하다. 실내지만 대나무, 소철, 고무나무, 켄차야자 등 나무가 심어져 있다. 작은 인공 개울에서 물 흐르는 소리와 함께 새 우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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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에 대한 열정 =좋은 나무를 알아보는 건 그 만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믿기 때문에 책 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차에 타자마자 책부터 꺼낸다는 진 대표는 "(운전기사가) 눈 나빠진다고 걱정하지만 책이 너무 좋아 책 읽다 눈 먼 사람도 있다"며 "설마 내가 아무리 책을 본다고 한들 눈이 멀기야 하겠느냐"며 웃었다.
책만 읽고 마는 게 아니라 '독서일기'도 쓴다. 책 제목과 함께 언제 읽기 시작해서 언제 다 읽었는지, 페이지 수, 짧은 감상 등을 메모해둔다. 그의 열정이 묻어났다.
진 대표는 나무 만큼이나 그림을 좋아한다. 남들이 최고경영자 과정 다닌다고 할 때 자비를 들여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과정을 마치기도 했다.
진 대표는 많은 예술가 중에서도 사람에 미친 고흐와 자연에 미친 고갱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 고흐가 돈이 없어서 인물화로 돈을 벌고 모델 살 돈이 없어 자화상을 많이 그렸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람을 사랑한 예술가"라며 "그의 그림을 보고 있자면 미칠 듯한 열정과 사무친 외로움이 느껴진다"고 했다.
고갱을 설명할 땐 '고갱도 나같은 주식쟁이였다'는 말을 빼지 않았다. 그는 "고갱이 주식 중계 하던 일을 때려치우고 타이티로 건너가 13~15세 소녀들과 여러번 결혼을 했다"면서 "그 역시 타이티에 미쳐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고갱의 손에서 타이티 검은 피부 여인들은 성모 마리아가 되고 예수도 됐다"고 말했다.
나무 이야기에서 책, 미술 이야기까지 이어지자 얘기가 끝이 없었다. 그 모든 게 '사람'에 대한 사랑이 있어야 보인다고 했다. 진 대표는 "이제 곧 산수유 꽃이 노랗게 필 때"라며 "회사 앞을 지날 때 한번 눈 여겨 보라"고 귀띔했다.

◇ 진수형 대표는 =중앙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과정을 마쳤다. 지난 1982년 대우증권에 입사해 대우투자자문, 서울투자신탁운용을 거쳤다. 지난 2004년에는 산은자산운용 대표를 지냈으며 2005년 한화증권 총괄임원을 거쳐 2006년부터 한화증권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