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LIFE] 지오인터랙티브 김병기 대표

불가능은 그저 불가능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도전과 좌절, 그 좌절을 딛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역전의 스토리는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면 대견해도 내 일이라 생각하면 피해가고 싶다.
순탄한 일상의 끈을 놓는다는 건 안전판이 풀린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벤처기업을 이끈다는 건 한 마디로 안전판과의 전쟁이다. 외풍에 흔들릴 때도 있다.
안전판 안으로 다시 들어가고플 때도 있다. 하지만 안전판 밖의 세계에서 보호막 없이 날 것 그대로의 자신과 마딱드린 이상, 안전판 안으로 회귀할 수는 없다.
모바일 게임업체 지오인터랙티브 김병기 대표(45ㆍ사진)가 힘들여 산을 찾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4195m에 이르는 키나발루 정상에 오르며 첫 등반지인 히말라야 푼힐과 아프리카 킬리만자로가 어른거렸다. 그리운 이들의 얼굴도 떠올랐다.
처음부터 산이 좋았던 건 아니다. 설악산 한 번 오른 적이 없었다. 2005년 1월 우연히 모 방송사을 통해 장애인과 저명 인사들의 1대 1멘토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히말라야 푼힐에 오르게 됐다. 스폰서십 차원에서 접근했던게 등반까지 이어졌다.네오위즈(17,400원 ▲70 +0.4%)박진환 사장을 비롯해 지인들의 권유도 작용했다.
당시 회사가 안팎으로 여의치 않던 상황이었지만 히말라야 등반은 김 대표에게 전환기가 됐다. 서로 도와가며 한 발 한발 나아간 등반 체험은 몸이 불편하건 아니건 꿈은 공평하게 열려 있다는 값진 체험을 남겨줬다. 그렇게 히말라야 푼힐은 3440m 중 3195m를 등반했다.
하루 종일 컴퓨터 모니터 앞을 떠날 수 없는게 온라인 업계 종사자들의 애환이다. 산은 모니터 앞을 떠나 일상을 정리할 수 있는 여유를 준다.

"바닷가에서 만난 사람은 바다에서 헤어진다고 하죠. 산에서 만난 사람들은 산을 내려와도 돈독한 관계가 지속돼요." 힘든 등반을 믿고 함께 한 일종의 전우애다. 히말라야 등반을 통해 평생지기 엄홍길 대장도 얻었다.
2005년 히말라야에서 함께 했던 멤버들은 지금도 운우회라는 산악모임을 통해 지속적인 교류를 하고 있다. 엄홍길 대장, 소설가 박범신, 한철호 에델바이스 사장, 다큐멘터리 사진가인 상명대학교 양종훈 교수, 전하진 전 한글과컴퓨터 사장 등이 그들이다.
2005년 12월, 히말라야 등반 후 꼭 11개월만에 아프리카 킬리만자로에 도전했다. 고도 5895m 중 5600m를 등반했다. 정상까지 가지 못한 게 아쉬웠을 법도 하지만 물리적인 고도보다 자신과의 싸움이 더 중요하다는 게 김 대표의 지론이다.

"만들어져 있는 정상을 목표로 하는 게 아니라 그저 걷고 오르는 거죠. 3000m 정도는 전문가가 아니라도 트래킹 한다고 마음먹으면 누구나 오를 수 있는 높이에요. 모든 일이 그렇듯 결국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죠."
지난해 9월에는 말레이시아 키나발루를 등정했다. 드디어 4195m 정상에 오른 것. "엄홍길 대장과 저녁에 소주 한 잔 하다가" 얼떨결에 정해진 곳이 키나발루였다. 코타 키나발루는 휴양지로 유명하지만 키나발루는 사실 동남아시아 최고봉이다.
고도 2000m를 올라가면 고소 공포 증상이 느껴진다. 3000m를 오르면 산소가 평지보다 30% 급감한다. 정상에 오르면 기쁨과 허무함이 동시에 교차한다. 올라가면 내려오는 여정도 있어야 한다. 뭘 하겠다고 그렇게 높이 올라갔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김 대표의 말처럼 함께한 사람들은 남는다. '등반 인맥' 때문일까. 김 대표는 업계에서 마당발로 통한다. 스스럼 없는 성격과 인색하지 않음이 마당발의 조건이라면 김 대표는 이 조건에 딱 들어맞는다.
2004 아테네 장애인 올림픽 휠체어 육상 2관왕의 홍석만 선수와는 희망원정대 2기에서 맺은 인연을 계기로 지난해 선수용 휠체어를 기증했다. 상명대 양종훈, 이대웅, 장준호 교수가 기획한 사진 전시회 ‘마음으로 보는 세상’(8월, 일민미술관)를 공식 후원하기도 했다.
2006년 참여한 ‘100인 기부 릴레이-아시아에 단비를 뿌리자’ 프로젝트에 참여해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도 얻을 수 없을 만큼 어려운 몽골 자르갈란트 마을과 캄보디아 깜폿주 지역에 50여개의 우물을 파는데 힘을 보탰다.
사단법인 '청소년을 위한 아름다운 미래' 이사장도 맡고 있다. "좋은 취지로 재단을 꾸려온 분의 권유로 또 덜컥 맡고 말았다" 한다. 이 단체는 청소년의 약물 중독과 학원 폭력 문제 등을 상담하고 재활치료를 준비하고 있다.
벤처CEO가 장기간 시간을 내서 등반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아쉬운대로 북한산, 청계산도 틈틈히 밟는다. "다음 달에 북한산 가는데 같이 오르세요. 산 좋아요." 봄이 되면 정말 가까운 북한산이라도 올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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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대표 약력
1985 서강대 컴퓨터학과 졸업(경영학 부전공)
1999 美 스탠포드 경영대학원 SEIT과정 수료
1985~1997 삼성전자
1997~현재 지오인터랙티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