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기획]직장인 사춘기 증후군/ 권태기 극복

권태기 씨는 대학 때부터 사귀기 시작한 여자친구와 올해로 연애 5년째를 맞는 오래된 커플이다. 처음엔 모든 게 좋기만 했던 여자친구인데 이제는 하나 둘 단점이 보이기 시작한다. 권씨는 이 상태로 여자친구와 계속 만남을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서로에 대해 그만큼 많이 알게 됐기에 결심이 쉽지는 않다. 그 시기를 잘 넘기고 나면 오히려 더욱 좋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는 주변 어른들의 조언도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일도 연애와 비슷하다고 한다. 힘들게 합격한 직장에 첫 출근 하는 날,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기분이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는 햇수가 한해 두해 늘어가고 업무에 점차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슬그머니 딴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지금의 직장이 숨겨진 내 능력을 발휘하기엔 모자란 것만 같다. 더 큰 능력을 발휘하고, 더 좋은 대우를 받고 싶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도 갈등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권태기가 시작된 것이다.
◆사내 직무전환으로 슬럼프 극복
대기업 영업부에 일하는 김모(43)씨는 11년차 베테랑 영업사원이다. 영업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인 그는 비교적 빨리 과장, 부장직을 달고 영업 관리직에 올라갈 수 있었다. 하지만 사내에서 능력을 인정받으며 승승장구하기만 하는 ‘영업의 달인’ 김씨에게도 남모르는 고민이 있었다. 신입사원 시절부터 같은 부서에서만 일해 온 탓에 전문성은 기를 수 있었지만, 매일같이 반복되는 업무에 싫증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으레 그렇듯 김씨 역시 처음에는 이직을 염두에 두었다. 하지만 자신을 인정해 주던 회사를 떠나 새로운 환경에서 다시금 처음부터 적응을 해 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결심이 쉽지 않았다. 경력 10년을 넘어서니 이직을 하기에는 다소 늦은 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김씨는 헤드헌터와 상담 후 이직보다는 직장 내 직무전환을 통해 업무에 변화를 주는 전략을 택했다. 영업 부서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경력을 살려 그가 새로 맡게 된 업무는 신입사원의 영업 교육. 김씨는 자신의 전문 능력을 살리면서도 전혀 새로운 분야에서 맡게 된 업무에 상당한 만족감을 보였다.
헤드헌팅 전문업체 엔터웨이파트너스의 민지영 경영기획팀 컨설턴트는 “실제로 직장인들 중에서는 업무와 관련된 고민을 털어놓는 경우가 가장 많다”며 김 과장의 사례를 소개했다. 10년차 이상의 시니어급 직장인이나 3년차 미만의 신입 사원의 경우 이직이 상대적으로 어려울 뿐 아니라 전체적인 경력 관리 차원에서 봤을 때도 이직보다는 직장 내에서의 직무전환이 더욱 좋은 결과를 내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헤드헌팅 전문업체 커리어넷의 김기태 대표 역시 “직장 생활 중 회의감을 들게 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구체적으로 분석 한 후 직장 내에서 해결할 수 있다면, 섣불리 이직을 택하는 것 보다는 한 직장에서 꾸준하게 경력을 쌓아나가는 것이 결과적으로 더 좋을 수 있다”며 “이를 위해 직장 생활 중 자신의 관심 분야를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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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 3년차로 보험 회사에 근무하는 양모(38)씨는 영업팀에서 처음 업무를 시작했지만 워낙 숫기가 없는 그에게 회사생활은 처음부터 만만치 않았다. 신문방송학과를 전공하고 마케팅에 관심이 많았던 양씨는 평소 선배들과의 술자리에서 대학 시절 마케팅 동아리 관련 활동 등을 은근슬쩍 내비치곤 했다. 영업부서가 자신과 맞지 않아 힘들다는 내용은 단 한마디도 없었다. 다만, 직장인으로서 자신의 평소 꿈이 마케팅과 관련한 일을 하는 것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양씨는 올해 초 함께 일하던 영업 팀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마케팅 팀으로 부서를 옮긴 후 최근 들어 다시 회사생활에 활기를 되찾고 있다.
◆직장 동료와의 좋은 관계 유지가 최선
IT 벤처회사에서 일하는 장모(27)씨는 지난해 선배와의 갈등 때문에 심각하게 이직을 고려했다. 자신이 하는 일마다 꼬투리를 잡는 선배의 눈치가 보여 업무 효율성 또한 자꾸만 떨어져갔다. 선배 목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탁 막히는 것 같은 우울증을 호소했다.
그러나 이제 막 입사한 지 1년이 곧 지난 시점이라 이직을 생각하기에는 그 시기가 적당하지 않았다. 장씨는 굳은 마음을 먹고 선배의 장점을 찾아내기 위해 눈을 부릅떴다. 없는 장점도 만들어내서 선배에게 억지로 칭찬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억지로 하려해도 잘 나오지 않던 칭찬이 몇 달이 지나자 자연스러워지기 시작하더니 선배와의 관계도 조금씩 개선되기 시작했다. 회사 MT를 통해 술을 마시며 서로의 속 얘기를 털어놓은 장씨는 지금 그 선배와 가장 절친한 사이가 됐다.
윌리엄석세스트레이닝 인간관계연구소의 윌리엄 장 대표는 “특히 최근에는 직장인들의 평판이 경력 관리에서 굉장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행복한 직장 생활을 위해서도 인간관계 관리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슬럼프의 원인이 동료들과의 갈등 관계일 때 외에도 직장 동료와의 좋은 관계가 슬럼프 해결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수출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6년차 직장인 문모(29) 씨는 직장생활 2년을 넘어설 때쯤 심각한 우울증을 겪었다. 업무량도 많았지만 워낙 대규모의 물품을 다루는 탓에 항상 과도한 긴장상태로 지내다 한계에 부딪친 것이다. 그때 문씨에게 가장 많은 도움을 준 이는 다름 아닌 그의 직장 선배들이었다.
날이 갈수록 어깨가 축 쳐지는 문씨를 본 선배들은 그를 걱정하며 기꺼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무엇보다 문씨에게 힘이 된 것은 선배들 역시 그와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는 예전의 경험담이었다. 누구나 다 한번쯤은 겪는 과정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그런 문씨에게 취미 생활을 찾아 볼 것을 권한 것도 선배들이었다. 문씨는 고등학교때부터 배우고 싶었던 오보에를 시작했다. 물론 바쁜 직장 생활 중 짬을 내서 새로운 악기를 배우는 게 쉽지는 않았다. 문씨는 “오보에 때문에 안그래도 바쁜 일상이 더 바빠졌다”고 장난스레 울상을 지으면서도 “그래도 그 시간만큼은 업무에서 완전히 벗어나 다른 일에 몰두할 수 있으니 확실히 업무 스트레스를 덜어내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헤드헌팅 업체 커리어케어의 오은주 기획팀 커리어 컨설턴트는 “문씨처럼 지금 당장의 고민과 잠시 떨어져 있다보면 자연스럽게 해결책을 찾게 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고 충고한다. 지금 당장은 고민 자체가 너무 무겁고 크게 다가오기 때문에 자꾸만 그 고민을 곱씹다 보면 스스로의 생각에 매몰돼 큰 밑그림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오 컨설턴트는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장기휴가를 받아 여행을 떠나 한발짝 떨어져 자신을 돌아본다던가 혹은 취미 생활을 통해 압박감이 심한 업무에서 벗어나 숨통을 트여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