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기획]서바이벌 2009/ 스펙 만들기

신년 연휴에도 빼곡하게 자리를 메운 대학 도서관은 한숨 소리만 가득하다. 연휴도 반납한 채 토익 책에 얼굴을 묻고, 자격증을 준비하며 ‘스펙 만들기’에 열중이지만, 취업문은 날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청년실업률 6.8%. 지난 12월1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08년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공식적인 실업자 수는 모두 75만명. 2007년 같은 달보다 1만7000명(2.3%) 늘어난 수치다. 여기에 구직단념자, 불완전 취업자 등을 모두 고려한다면 '사실상 백수'는 317만1000명에 달한다는 우울한 통계 자료가 지금 우리의 현실인 셈이다.
그러니 도서관은 불 꺼질 틈이 없다. 오늘도 대학생들은, 혹은 대학 도서관을 벗어나지 못하는 취업 준비생들은 하소연한다. “토익 900점에도 일할 곳이 없다는 게 말이 되냐고!”
그 어느 때보다 취업문 뚫기가 어렵다는 요즘. 똑같은 점수, 똑같은 경력인데도 누구는 괜찮은 직장에 턱하니 합격하는가 하면 누구는 연신 고배의 쓴잔을 마시며 다음을 기약하곤 한다. 2009년 그 어느 때보다 험난한 취업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스펙 전략’을 공개한다.
◆스펙도 전략이 필요하다
#1. 지방대 출신, 학점 3.3, 토익점수 800대 후반, 해외 연수 경험 無. 김영민(가명. 31) 씨의 스펙은 일반적인 기준으로 봤을 때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초 그 어렵다는 대기업 신입사원 공채에 합격해 모두의 부러움을 샀다.
김씨의 취업 성공 비밀은 ‘남다른 경험’에 있었다. 3학년 때 1년을 휴학하고 세계일주를 다녀온 경험을 이력서에 중요하게 기록했다. 자기소개서에는 세계여행 때의 경험이나 느낀 점을 자세히 기술하고 특히 업무와 연관시킬 수 있는 점을 부각했다.
김씨는 “마침 회사가 글로벌 진출을 준비하던 때라 세계일주 같은 이색 경험이 큰 플러스 요인이 됐다”며 “남들처럼 토익점수가 좋은 것도 아니고, 좋은 학교를 나온 것도 아니지만 ‘나만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스펙’으로 단점을 커버하고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2. 지난해 상반기 A항공사에 취직한 차민지(가명. 27) 씨는 취업 1등 스펙으로 ‘한자 능력’을 꼽았다. 2007년 말 회사에 먼저 입사한 학교 선배로부터 최근 중국과의 교류가 늘어나면서 한자 실력을 강조한다는 소식을 들은 뒤, 미리 한자능력시험 자격증을 따 둔 것이 도움이 됐다.
차씨는 “실제로 서류 심사나 면접 과정에서 한자능력 자격증에 가산점이 부여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선배들이나 인터넷을 통해 회사의 동향을 미리 살펴보면 어떤 스펙을 더욱 강조해서 준비해야 할지 쉽게 눈에 보인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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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희 취업포털 커리어 홍보팀장은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스펙이라 하더라도 전략적으로 ‘강조할 것’과 ‘덜 중요한 것’을 구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팀장은 "최근에는 기업마다 글로벌화가 가속화되면서 영어 회화 능력이나 제2외국어 능력이 중요한 스펙으로 부각되고 있는 추세"라며 "이럴 때 대부분은 높은 어학 성적만으로 만족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성적이 아니라 지원자의 영어 구사 능력을 면접관들에게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해외 봉사활동 등을 통해 영어로 업무를 진행해 본 경험을 강조하는 것이 더 눈에 띄는 스펙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어 “기업별로 신입사원 채용 시 봉사활동이나 한자능력 등 다양한 분야에 가산점을 주고 있다"며 "이 같은 항목을 자세하게 알아본 뒤 전략적으로 스펙을 채워나간다면 훨씬 유리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고스펙' 보다는 '쓸모 있는 경력'이 더 유리
#3.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는 최영임(가명. 30세) 씨. 국내에서도 유명 대학을 졸업한 그는 졸업 후 2년 남짓 패션 회사에 취직을 꿈꿨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해외 학력이 중시되는 패션 업계 취직을 위해 최씨는 뒤늦게 결심을 하고 미국 패션 전문학교로 유학을 감행했다.
2년여의 유학 끝에 학위를 수료한 최씨. 남부럽지 않은 ‘스펙’을 하나 더 얻었다는 생각에 자신 있게 취업문을 두드렸지만 이번에는 또 다른 난관이 앞을 가로막았다. 신입사원으로 취직을 하기에는 부쩍 많아진 나이가 걸림돌로 작용한 것이다.
헤드헌팅 전문업체 엔터웨이파트너스에서 패션관련 컨설턴트를 맡고 있는 이혜선 부장은 “패션 분야만 보더라도 최근에는 해외 학력 소지자가 너무 많아져 예전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최씨처럼 기본적인 스펙을 얻기 위해 더 중요한 것을 고려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취업에 더욱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한다.
이 부장은 “최씨 같은 경우 작은 기업이나 인턴사원으로라도 국내에서 실무 경험을 2~5년 정도 쌓았다면 취업에 더욱 유리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4. 대학 4학년 취업준비생인 허문진(가명. 25) 씨는 최근 와인학원에 다니며 소믈리에 자격증을 따는 데 몰두해 있다. 은행권에 취직하길 원하는 허씨에게 직접적으로 필요한 자격증은 아니다. 하지만 “비슷비슷한 스펙의 지원자들 사이에서 자격증 하나라도 더 지니고 있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것이 허씨의 생각이다.
그러나 민지영 엔터웨이파트너스 경영기획팀 컨설턴트는 “대부분 경력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자격증 외에는 필요치 않다는 것이 회사측의 입장”이라고 못박는다. 자격증을 많이 갖고 있기만 하다고 해서 능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민 컨설턴트는 “단순히 어학 성적이 좋고, 일류대학을 나오는 것만으로 좋은 스펙이라고 판단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해외로 연수를 가거나 각종 자격증을 취득하는 데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이는 경우가 많지만, 정작 실무에 도움이 되는지 제대로 알아보는 경우가 적다”고 지적했다.
그는 “몇몇 분야를 제외하고는 자격증이나 학벌보다 경력 자체를 중요시하는 경우가 더 많다”며 “최근에는 기업들 역시 공모전 수상, 아르바이트나 동아리 활동 등 실무와 연관되는 경력사항에 더욱 많은 가산점을 주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