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회의 땅이요? 옛말이죠. 이제는 막대한 자금력없인 엄두도 못내는 산업이 됐지요. 여기에 언제든 형사처벌까지 감수할 수 있는 배포도 필요하구요."
얼마 전 만난 인터넷기업 CEO의 자조섞인 넋두리다. 닷컴(인터넷) 사업을 두고 하는 말이다.
IMF가 한창이던 10년전쯤. 닷컴 시장은 수많은 젊은이들이 몰려들던 '기회의 땅'으로 통했다. 큰 자본 없이도 누구나 아이디어와 기술력 하나로 승부를 펼칠 수 있었던 곳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벤처기업으로는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한 네이버나 '전국민의 싸이열풍'을 불러온 싸이월드도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그 이후로도 잠시 소강국면을 맞긴 했지만 닷컴은 여전히 젊은 창업가들에게 '희망의 땅'이었다. 특히 손수제작물(UCC)로 대변되는 웹2.0 열풍과 더불어 너도나도 '제2의 네이버 신화'에 도전장을 던졌다.
하지만 최근 닷컴업계에 그야말로 총체적 위기다. 경제위기에 따른 직간접적인 영향 때문만은 아니다. 이보다는 '토양' 자체를 위협하는 정부의 각종 규제 움직임 때문이다.
국회에 상정된 정보통신망법과 저작권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이들 법안은 불법정보 유통방지를 명목으로 인터넷기업의 전면 모니터링을 의무화하거나 3회 이상 불법 저작물 삭제명령을 받은 인터넷 서비스를 일정기간 정지시킬 수 있는 조항(일명 삼진아웃제)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 사이버모욕죄 신설에 따라 불법정보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조차 속단할 수 없게된 처지다.
이들 법안들이 원안대로 통과된다면, 앞으로 이용자들의 콘텐츠를 올릴 수 있는 UCC 공간은 대한민국 사이버 공간에서 자취를 감출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사후 모니터링에 의존해야만 하는 UCC 서비스 특성상 닷컴은 이들 법조항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100% 실시간으로 콘텐츠 전수검사를 할 수 있는 대규모 모니터링 인력을 운영하거나 아예 UCC 대신 막대한 돈을 주고 구입한 전문 콘텐츠로 그 공간을 메울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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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닷컴이 막대한 자금력 없인 생존 자체가 힘든 대기업 시장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는 이 바닥 벤처인들의 주장이다.
가뜩이나 이미 불법저작물 등 유통혐의로 일부 닷컴 대표들이 구속되고, 네이버, 다음까지 형사재판에 회부되면서 닷컴업계는 그야말로 '초긴장' 모드다.
물론 위법사항이 있다면 그에 합당한 법적 처벌을 받아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 닷컴 열풍에 편승해 공공연히 불법저작물로 자기 잇속을 차려온 인터넷 기업들도 솎아내야 한다.
하지만 저작권을 비롯해 UCC 시대에 걸맞는 올바른 제도적 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한다는 지적이다. 아직까지 UCC 모니터링에 대한 합의된 가이드라인마저 없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기업 프랜들리 정책에서 유독 인터넷산업만 제외됐다는 소외감을 너머 자칫 국내 닷컴 산업자체가 붕괴될 지 모른다는 위기감마저 업계에 팽배해지고 있다.
끝없이 이어지는 경기불황와 맞물려 청년 실업이 최대 화두가 되고 있는 지금. 수많은 젊은이들의 도전과 야심이 끝없이 이어져왔던 '기회의 땅'마저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