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도 인터넷을 통해 주주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주주총회 전자투표제도의 도입이 올해도 무산될 전망이다. 기업들의 비협조와 주주권리 행사에 무관심한 소액 주주의 무관심이 주된 이유다.
1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전자투표제도(K-evote)는 주주가 주총에 참석하지 않고도 인터넷으로 전자투표시스템에 접속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 예탁결제원은 10억여원을 들여 지난해 8월 이 시스템을 개발했다.
전자투표는 △기업이 이사회 결의로 전자투표제도를 채택한 뒤 예탁결제원과 전자투표관리업무계약 체결하고 △기업의 전자투표시스템을 통해 전자투표를 신청한 뒤 주주명부와 의안, 참고자료 등을 등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어 기업은 주총 소집 통시 때 전자투표 관련 사항을 안내하고, 주주들은 주총일 10일 전부터 직전일 사이 'K-evote' 사이트에 접속해 의안과 참고자료 조회 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예탁결제원은 이 같은 전자투표 활성화를 위해삼성전자(215,500원 ▲5,500 +2.62%)와POSCO(296,500원 ▲4,500 +1.54%),한국전력(28,600원 ▲150 +0.53%),신한지주(93,400원 ▼800 -0.85%)등 대기업을 비롯해 50여개 기업과 꾸준히 접촉했지만 아직까지 참여 의사를 밝힌 기업은 없는 상태다.
이에 따라 전자투표 활성화라는 예탁결제원의 목표는 사실상 물건너갔다. 1600개에 이르는 12월 결산 상장사의 주총이 열리는 3월까지 전자투표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1월말까지 기업들이 신청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신한금융지주가 전자투표 제도에 관심을 보이며 올해 주총부터 도입할 의사를 밝혔지만, 경영진 사이에 내분이 일어나며 '없던 일'이 됐다. 삼성전자와 POSCO, 한국전력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은 전자투표 제도 활용에 대해 미온적이다. 현재까지 전자투표를 활용한 곳은 펀드의 일종인 아시아퍼시픽11호 등 선박투자회사 4군데에 불과하다.
전자투표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로는 기업 입장에서 메리트가 낮고, 소액주주들도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지 못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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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대주주는 소액주주들의 '인터넷반란'을 우려해 전자투표 도입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금처럼 대주주와 주요 주주들이 합심하면 섀도보팅 등의 방법으로 손쉽게 끝낼 수 있는 마당에 굳이 전자투표를 도입해 일을 어렵게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섀도보팅은 기업이 요청할 경우 예탁결제원에 예탁된 주식 중 일부를 이용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로, 적용 비율은 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들의 찬반투표 비율을 그대로 따른다.
당초 도입 목적은 성원 확보가 어려운 상장사 주총의 원활한 개최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대주주 중심의 주총 운영과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에 악용되고 있는 지적을 받고 있는 제도다. 2009년 결산기업 기준으로 삼성그룹 상장사 가운데 10개사가 섀도보팅을 이용하는 등 대기업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기업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전자투표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강제력'이 확보돼야 하지만 관련 법 개정 작업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조문환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자본시장통합법 일부 개정법안은 법안 심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국회에 계류 중이다.
개정안은 전자투표를 활용하지 않으면 기업이 예탁결제원에 섀도보팅을 요청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주주 등이 손쉬운 의결권 행사 수단으로 활용하는 섀도보팅 이용을 제약하는 개정법안이 통과되면 전자투표 도입이 확산될 것으로 예탁결제원은 기대했었다.
예탁원 관계자는 "설사 2월 임시국회에서 관련법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12월 결산사들에게는 준비기간 등을 고려하면 적용할 수 없어 본격적인 전자투표 시행은 내년으로 미뤄진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