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연대금융, 교훈과 교정이 필요할 때

사회연대금융, 교훈과 교정이 필요할 때

이순열 큐네스티 대표
2026.10.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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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열의 '임팩트 이코노미'-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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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연대금융은 시장이 외면한 위험을 사회가 함께 감당하기 위해 존재한다. 담보나 재무적 기반이 부족해도 사회적으로 필요한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금융이다. 그렇다면 이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했을 때 공공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가.

최근 서울시 사회투자기금을 둘러싼 소송은 이 질문을 던진다. 서울시는 과거 민간 수행(중개)기관에 자금을 대여하면서 대표자 개인의 연대보증까지 요구했다. 민간 중개기관이 사회적경제 기업에 재대출한 돈을 회수하지 못해도 서울시에는 원금을 갚아야 하는 구조였다. 현재 서울시는 당시 약정을 근거로 민간 중개기관과 대표자에게 10억원이 넘는 채무의 상환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를 둘러싼 민사소송이 진행 중이다.

서울시는 계약조건을 사전에 공개했고 민간 중개기관이 자발적으로 동의했다는 입장이다. 계약의 효력과 채무의 범위는 법원이 판단할 문제다. 그러나 계약에 동의했다는 사실과 그 계약이 공공정책의 목적에 맞게 설계되었는지는 별개다. 민간의 동의를 근거로 정책금융의 위험을 모두 이전해도 되는지, 별도의 평가가 필요하다.

2026년 '사회연대경제기본법'의 국회 통과는 지난 경험을 돌아볼 계기다. 새로운 재원을 늘리기에 앞서, 기존 제도의 잘못된 구조를 교정하고 새로운 금융체계를 올바르게 설계해야 한다.

첫 번째, 민간 중개기관의 희생에 의존하는 금융구조를 바꿔야 한다. 문제의 핵심은 금융사업에 필요한 비용과 손실을 민간 중개기관에 사실상 떠넘겨 왔다는 점이다. 민간이 자기 책임으로 대출사업을 하려면 인건비와 운영비, 예상 대출손실을 감당할 수익구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사회연대금융은 이를 높은 대출금리로 해결하기 어렵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8월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신규대출 금리는 평균 연 4%대다. 은행을 이용할 수 있는 기업이라면 그보다 높은 금리의 사회연대금융을 선택할 유인이 적다. 반대로 은행에서 자금을 빌리기 어려운 기업에 높은 금리를 부과한다면 금융 접근성을 넓힌다는 정책 목적과 충돌한다.

실제 일부 공공 사회연대금융 대출금리는 연 2~3% 수준이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22년 연구는 서울시 사회투자기금의 재대출 구조에서 중개기관의 실질 이자수익률이 약 2.5%에 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출잔액 10억원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연 2500만원이다. 기업 발굴, 현장실사, 신용심사, 대출 실행, 사후관리와 연체채권 회수에 필요한 전문인력 한 명의 인건비도 감당하기 빠듯하다.

일부 관리비용 지원이 있었지만 전문적인 금융중개에 필요한 인건비, 운영비를 충분히 보전하거나 정상적인 대출손실을 흡수할 장치로 보기는 어려웠다. 더구나 최종 차입기업이 돈을 갚지 못해도 중개기관의 공공자금 상환의무는 남는다. 대출잔액 10억원 중 3%인 3000만원을 회수하지 못하면, 위 가정의 1년 이자 수입 전체로도 충당하기 어렵다. 인건비와 운영비를 한 푼도 쓰지 않았을 때조차 그렇다.

공공은 정책의 성과를 얻고, 민간 중개기관은 그 성과를 만드는 비용과 위험을 떠안는 구조다. 민간 중개기관의 자체 재원과 헌신에 의존하면서 이를 "공공·민간 협력"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특히 위험이 높은 기업을 더 많이 지원할수록 중개기관의 재무건전성이 훼손된다면, 그 제도는 금융 소외를 해소하겠다는 목표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일반적인 투자펀드에서 운용사(GP)는 전문적인 투자 판단과 관리에 책임을 지지만 정상적인 투자손실 전부를 자기 재산으로 보전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공익적 대출을 수행하는 중개기관에는 원금 상환을 요구하고, 심지어 대표자 개인에게까지 연대보증을 지운 사례가 있다.

해외에서는 비용과 위험을 다르게 설계한다. 영국의 사회투자 프로그램 '그로스 펀드'(Growth Fund)는 대출재원에 보조금을 결합해 운용기관의 운영비와 예상 대출손실을 지원했고, 운영비의 평균 41%를 보조금으로 충당했다.

미국 재무부의 CDFI Fund 역시 소액대출 프로그램에서 인력·기술지원 비용과 대손준비금 조성 재원을 별도로 지원한다. 영국은 대출재원과 보조금을 결합했고 미국의 해당 프로그램은 보조금으로 금융기관의 역량과 손실흡수 능력을 뒷받침한다. 자금의 흐름은 달라도 금융중개 비용과 손실을 제한적인 이자 수입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는 인식은 같다.

공공 사회연대금융은 민간 중개기관에 자금을 빌려주고 원금 회수를 요구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공공은 정책적 금융위험을 부담하고 적정한 운용보수를 지급하며, 민간 중개기관은 심사와 사후관리의 전문성, 투명한 운용에 책임지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 민간 중개기관의 선의와 희생은 공공정책의 재원이 될 수 없다.

두 번째 , 정상적인 금융 손실을 인정하고 관리할 제도를 갖춰야 한다. 사회연대금융은 기존 금융이 외면한 기업에 자금을 공급한다는 점에서 정책적 추가성을 갖는다. 정상적으로 심사하고 관리해도 일정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그 위험을 회피하려고 상환 가능성이 높은 기업만 골라 지원한다면 사회연대금융이 다시 금융 배제를 만드는 셈이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 기금은 채권 회수에 대한 행정적 책임이 강조돼 손실 인정과 상각을 결정하기 어렵다. 이제는 예상손실에 대응할 손실흡수 재원과 부실채권의 재조정·상각을 위한 법적 근거, 독립적인 심의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행정안전부 역시 관련 기금·채권관리 법령을 검토해 공통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공공이 손실을 감당한다는 것이 중개기관의 면책을 뜻하지는 않는다. 충실한 심사와 사후관리에도 불구하고 발생한 손실과 중대한 과실·부정행위로 인한 손해는 구분해야 한다. 민간 중개기관에는 원금보전이 아니라 전문적 운용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세 번째, 과거의 채무와 연대보증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 새로운 제도를 잘 설계해도 과거 계약에서 발생한 채무와 대표자 연대보증은 저절로 사라지지 않는다. 서울시 사회투자기금 사례처럼 불합리한 위험 배분이 남긴 문제를 외면한 채 미래만 논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과거의 부실을 모두 공공재원으로 보전하자는 뜻은 아니다. 먼저 중개기관의 실제 손실 부담과 잔존 채무, 보증 책임을 조사하고, 당시 계약조건과 심사·관리 이력, 외부 충격과 회수 가능성을 독립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가칭 '사회연대금융 손실정리 계정'을 마련해 정상적인 정책수행 손실은 재평가하고, 회생 가능한 채무는 조정하며, 중개기관의 귀책사유가 확인된 손해에는 책임을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대표자 개인에게까지 미친 보증책임도 이러한 원칙에 따라 살펴야 한다. 기존 계약과 공공재산 관리에 관한 법적 절차 역시 존중해야 한다. 다만 법률상 회수 의무가 있다는 설명만으로 당시 위험배분의 정책적 타당성까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지난 십여 년간 얼마나 많은 기업에 자금을 공급했는지를 성과로 기록해 왔다. 이제는 그 금융을 가능하게 한 비용을 누가 지불했고, 감수하기로 한 위험을 누가 떠안았는지도 물어야 한다.

사회연대금융의 본질은 위험을 없애는 데 있지 않다. 시장이 외면한 가능성에 자금을 공급하고 그 위험을 사회적으로 감당할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교훈 없는 확대는 같은 문제의 반복이 될 수 있다. 지금은 민간 중개기관의 희생에 기대 온 구조를 바로잡고, 그 경험을 제도적 성숙으로 전환해야 할 때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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