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스당 2500달러도 가능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확산에 국제 유가만 치솟는 게 아니다. 금값 또한 안전자산 선호심리 때문에 사상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상업거래소(NYMEX)에서 금 4월 인도분 가격은 온스당 6.5달러, 0.45% 오른 1437.70달러로 마감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해 4월에 인도되는 금 선물가격은 지난 2009년 6월1일 1000.20달러에서 출발해 20개월동안 43.7% 상승했다. 이미 많이 오르긴 했지만 전문가들은 3가지 근거를 들어 당분간 금 랠리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이 많이 올랐다? 은·구리보다 덜 올랐다
첫째, 금값이 많이 올랐다고 생각되지만 다른 금속과 비교해보면 오히려 상승률이 부진했다. CNN머니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금값 상승률은 44%인데 비해 같은 기간 은값은 150% 이상 폭등했다. 최근 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구리값도 같은 기간 100%가량 올랐다. 금이 사상최고가이긴 하지만 상승률로 따지면 오히려 다른 금속에 비해 저조했다.
오어바흐 그레이슨의 글로벌 기술적 분석가인 리처드 로스는 현재 금값은 은값의 40배를 약간 넘는 수준인데 이는 과거 평균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은값을 기준으로 하면 금값이 온스당 1527달러까지 올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은 5월 인도분 가격은 2일 온스당 41센트, 1.2% 오른 34.84달러로 거래를 마치고 31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로스는 금이 은과 비교해 이처럼 쌌던 적은 1998년 이래 처음이지만 그 때도 금은 은보다 50배 가량 비싸 지금보다는 은 대비 금 가격의 비율이 높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금값은 조만간 1527달러는 물론 1630달러까지도 쉽게 오를 수 있다는 의견이다.
◆금, 주가와 비교해도 많이 오르지 않았다
미국 주가와 비교해도 금값은 그리 많이 오른 것이 아니다. 지난 2009년 6월1일 이후 올해 3월 인도분 금 선물가격의 상승률은 43.7%. 하지만 같은 기간 S&P500 지수는 942.87에서 1308까지 38.7% 올랐다.

이와 관련해 WJB캐피탈의 기술적 분석가인 존 로크도 제1, 2차 오일쇼크가 있었던 1970년대부터 살펴보면 주가에 비해 금값은 오히려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금은 1971년부터 1차 오일쇼크 때인 1974년까지 173% 급등했고 그 때부터 이란 혁명이 일어난 1979년까지 385% 폭등했다. S&P500 지수와 비교하면 1971년에 금은 S&P500 지수 대비 2.7배에서1979년에는 무려 6배로 뛰었다. 현재 금값은 S&P500 지수의 1.4배를 약간 넘는 수준이다.
독자들의 PICK!
로크는 특히 1974년부터 1979년까지 제 1, 2차 오일쇼크가 연달아 강타했을 때 유가가 급등하면서 금값도 함께 올랐다며 금값 랠리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유가가 오를 땐 금값 상승세가 더 가팔랐다고 지적했다.
◆안전자산으로 매력 잃는 달러, 금이 대안
둘째,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며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고조되고 있지만 기존에 안전자산으로 여겨졌던 달러로는 돈이 흘러가지 않는다.
이집트에서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며 S&P500 지수는 지난 1월28일 1.8% 하락했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금융시장을 강타한 것은 이 때가 처음이었다. 바로 전날인 1월27일부터 이달 2일까지 4월 인도분 금 선물가격은 1319.80달러에서 1437.70달러로 8.9% 올랐다. 반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77.727에서 76.642로 오히려 하락했다.
인컴퍼스 펀드의 매니저인 마샬 버롤은 "달러 가치가 약세를 이어가면 각국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비중을 줄이고 외환보유 자산을 다각화하려 할 것"이라며 "이 때 달러 대체자산으로 가장 선호되는 것이 금"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그는 앞으로 12개월 내에 금값이 1600달러에서 1700달러 수준으로 오른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상품 트레이더인 데니스 가트먼도 CNBC에 출연해 "금은 이미 달러 다음으로 각국 중앙은행들이 많이 보유하고 있는 제2의 외환자산"이라며 "최근 금은 유로화와 엔화에 비해서도 오르고 있으며 이러한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은 가치 보존해주는 자산..이머징 수요 계속 늘어
딜론 게이즈 메탈의 사장인 테리 할런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정부의 부채가 늘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전세계적으로 국채 발행이 계속될 것"이라며 "국가 채무는 단기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국채 발행을 계속 늘리며 부채가 증가할수록 달러 가치는 떨어지고 대안으로 금이 각광받을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그는 금값이 온스당 2500달러까지 오른다고 말해도 전혀 우습지 않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아니라고 해도 금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고 있다. 딜론 게이즈 메탈의 할언은 "현재 상황이 최악의 시나리오로 전개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며 "지금 금을 사는 투자자들도 최근 벌어지는 여러 가지 사건들에 깜짝 놀라 금화와 식료품 캔을 사서 위험에 대비하려는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마켓에서 금 수요가 늘며 금값을 끌어올리고 있다면 사람들이 단순히 두려움 때문에 안전자산을 찾으려는 욕구에서 금으로 몰리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아울러 "금은 여러 가지 다른 자산에 대해 가치를 보존해주는 역할을 한다"며 세계 경제가 복잡해질수록 금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