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신규 펀드 중 '50억 미만'이 62%...운용사 '남발' 문제

올해 신규 출시된 공모펀드 10개중 6개 이상은 50억원도 채 팔리지 않은 이른바 '자투리펀드'인 것으로 집계됐다. 사실상 판매 개시조차 못한 공(空)펀드도 수십개나 발생했다. 올해 들어 대대적인 자투리펀드 '청소 작업'을 벌였음에도 또 다시 자투리 펀드가 양산된 것.
◆신규 펀드 내면 뭐하나..절반이상 '자투리'
15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신규 출시된 공모펀드(머니마켓펀드(MMF) 제외, 12일 기준)는 국내펀드 202개, 해외펀드 93개, 대안투자펀드 및 기타 270개 등 총 565개였다. 이는 작년대비 22.3%(103개) 증가한 수치다.
신규 공모펀드 수는 크게 늘었지만 총 설정액은 6조516억원으로 오히려 지난해(6조4426억원)보다 3911억원 감소했다. 이에 따라 신규 공모펀드 1개당 평균 설정액도 지난해 139억원에서 107억원으로 줄었다. 양은 늘었지만 질은 더 나빠진 셈이다.
펀드별로 보면 상황은 더 악화됐다. 전체 신규 공모펀드 중 설정액 50억원 미만인 자투리펀드는 무려 351개에 달했다. 현행법상 자투리펀드는 설정 1년이 지나면 감독당국 승인 없이 자산운용사가 임의 청산할 수 있다.
하루 1개 이상 신규 공모펀드가 나오는 펀드시장 특성상 신규 공모펀드가 출시 1~2개월 이후에도 판매가 부진할 경우 자투리펀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설정액이 1억원을 밑도는 신규 공모펀드도 54개나 됐다. 이중 대다수는 자산운용사가 고유계정이나 임직원들의 돈으로 설정한 것으로 사실상 영업 개시조차 못한 펀드들이다. 업계관계자는 "펀드는 자금이 들어오지 않으면 운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산운용사가 자기 돈으로 일단 설정부터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1000억원 이상 판매된 신규 공모펀드는 등 단 6개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기관투자가들이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하면 4개에 그친다. ETF를 제외하고 가장 많이 팔린 신규 공모펀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신성장산업포커스목표전환형증권투자신탁 2[주식]' 2749억원을 모집했다.
◆신한BNPP·교보악사자산운용 알짜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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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공모펀드의 판매부진 속에서 그나마 신한BNPP자산운용이 가장 장사를 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BNPP운용은 올해 전체 운용사중 가장 많은 66개의 신규 공모펀드를 출시, 1조1770억원을 설정했다. 업계 전체 설정액의 19%를 차지한 것.
특히 신한BNPP운용은 단위형 상품인 주가연계펀드(ELF) 등 대안투자펀드를 집중적으로 출시해 재미를 봤다. 일종의 박리다매 전략이다. 신한BNPP운용이 출시한 66개 신규 공모펀드 중 43개가 대안투자펀드로 총 7844억원을 모집했다.
교보악사자산운용은 신규 공모펀드 단 3개로 6070억원을 설정해 가장 알짜장사를 했다. 또 미래에셋자산운용은 39개의 신규 공모펀드로 5628억원을 설정, 3위에 올랐다. 하지만 신규 공모펀드 중 28개가 설정액 50억원 미만으로 동부자산운용(36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자투리펀드를 양산했다.
이어 삼성자산운용이 4654억원(신규 공모펀드 수 35개),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3978억원(40개), KB자산운용 3875억원(23개), 하나UBS자산운용(24개) 3648억원, 한화자산운용(24개) 2172억원 순으로 신규 공모펀드 설정액이 많았다.
◆"투자자 피해 우려..펀드 난립 막아야"
금융위원회와 금융투자협회, 자산운용업계는 지난 6월 자투리펀드에 대한 대대적인 정리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1월까지 총 364개의 자투리펀드가 임의 청산 방식으로 정리됐다.
하지만 올해 신규 공모펀드에서 자투리펀드가 351개나 양산되면서 업계의 정리 작업은 헛수고가 돼 버렸다. 이처럼 자투리펀드가 계속 난립하는 이유는 자산운용사들이 시장상황과 고객니즈에 맞는 상품개발보다는 유사한 펀드만 경쟁적으로 출시하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업계관계자는 "기존 펀드로는 마케팅이 힘들기 때문에 새로운 상품을 계속 출시하게 된다"며 "또 판매사별로 요구하는 펀드가 달라 비슷하지만 여러 펀드를 내놓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소규모펀드의 난립을 막기 위해 신상품 출시 제한 등의 보다 강력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증권사 한 펀드연구원은 "소규모펀드의 난립은 수익률 저하 등 펀드시장 발전을 저해해 결국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며 유사펀드 출시는 억제하고, 소규모펀드를 남발하는 운용사에게는 상품출시 제한 등과 같은 패널티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