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토종 행장 vs 전직 행장' 두 얼굴
외환은행본점에 내걸린 대형 현수막. 지나가는 행인들의 눈길을 붙잡는 그곳에는 윤용로 외환은행장의 얼굴이 큼지막하게 들어가 있다. 하나금융지주의 가족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외환은행이 최근 '윤용로 행장'을 광고의 전면에 내세워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
지난달 외환은행의 '고객감사 새출발 이벤트'의 광고에 등장한 이래 본점의 대형 현수막,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페이스북 등 외환은행의 주요 광고에 윤 행장이 간판모델로 나섰다.
그간 은행에서 행장이 광고 모델로 나서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톱스타를 통해 고객에게 보다 친숙하게 다가가려는 광고가 일반적이기 때문. 국민은행의 이승기와 김연아 선수, 우리은행의 장동건 등 톱스타를 기용한 광고가 대표적이다. 톱스타가 아닌 원로 방송인인 송해를 광고모델로 내세운 기업은행의 경우조차 은행권에서는 파격으로 받아들여진다. 외환은행도 이전까지는 축구선수 기성용, 영화배우 하지원 등을 모델로 써왔다.

이렇게 보수적인 문화가 형성된 은행권에서 윤 행장이 직접 광고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외환은행 홍보 관계자는 "(하나금융에 인수되는 과정 등) 내부적으로 많은 혼란을 겪었는데 행장이 직접 나서면 직원들에게나 고객에게 '앞으로 잘 하겠다'는 마음을 보다 확실히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견이 모아졌다"고 배경을 밝혔다. 외환은행 측은 "아직 광고효과를 언급하기는 이르지만 익숙하지 않은 방식이라 고객들도 더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외국계 은행' 이미지 지우기의 측면도 있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9년간 외환은행의 주인노릇을 하면서 외국계 은행으로 인식되던 분위기를 '토종 행장'을 내세워 만회하겠다는 것이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전임 행장이 외국인이라 본의 아니게 외국계 은행 이미지를 갖게 된 면이 있다"며 "애초부터 론스타 지우기를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광고를 보는 고객들이 (일종의 애국심 마케팅으로) 그렇게 느끼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러한 윤용로 행장 마케팅을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윤 행장의 대형 현수막이 걸린 외환은행 맞은편에는 윤 행장이 지난 2010년 12월까지 근무한 기업은행 본점이 마주보고 있다. 기업은행 수장을 지낸 윤 행장이 건너편에서 외환은행 간판모델로 나선 것에 대해 씁쓸한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이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최근의 윤 행장 마케팅에 대해 "이미 다른 은행의 행장이 됐으니 왈가왈부할 것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은행의 핵심정보와 노하우는 행장에게 집중되기 마련이므로 윤 행장이 기업은행의 영업기밀과 노하우를 가지고 경쟁은행을 이끄는 것에서는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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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외환은행이 기업금융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는데, 기업은행의 강점이 바로 기업금융이므로 충돌 가능성이 예상된다는 것. 향후 윤 행장의 행보에 따라 은행권의 긴장감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윤용로 행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중소기업보다 외환은행의 강점인 대기업 영업에 주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