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전국에서 20분간 정전훈련, 원전 5기 분량 전력 아껴..."국민들 절전 참여"

21일 오후 1시30분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거래소 5층 비상상황실. 해방이후 첫 정전훈련을 앞두고 긴장감이 감돌았다. 남호기 전력거래소 이사장을 비롯한 상황실 직원들은 580만kW에 달했던 예비전력이 450만kW로 하락했다고 가정하고 훈련 준비에 들어갔다.
상황실 전력수급 화면은 '정상'에서 '준비단계'로 바뀌었다. 조종만 전력거래소 상황실장은 곧한국전력(30,250원 ▼600 -1.94%)을 비롯해 모든 전력기관 관계자들에게 '준비단계' 발령을 통보했다. 또 핫라인과 팩스를 통해 지식경제부 전력산업과에 상황을 보고했다.
오후 1시40분과 50분, 두 차례 걸쳐 예비전력이 340만kW, 235만kW로 각각 떨어졌다. 비상 단계도 '관심단계'에 이어 '주의단계'로 바뀌었다. 예비전력이 140만kW로 하락한 오후 2시. 조 실장은 '경계단계'를 발령했다. 그는 한전 상황실에 긴급 자율절전 시행을 지시했다. 전국엔 민방위 사이렌이 울리고, TV·라디오에서 실황 방송이 나왔다.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된 것이다.
같은 시간 서울 중구 회현동 신세계 백화점 본점. 이곳에선 단전으로 에어컨과 자동문, 공조기 운영이 멈췄다. 매장뿐 아니라 사무실 전원도 차단됐다. 고객들은 잠시 놀라는 표정이었지만, 곧 훈련에 동참했다. 수유리에서 온 김옥경씨는 "더운 것은 사실이지만 절약하니까 좋다"며 "민방위 훈련처럼 한 달에 한 번이라도 꾸준히 훈련을 해야 사람들이 이것을 인식하고 전기 절약에 동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오후 2시10분. 예비전력은 60만kW로 하락했고, '심각단계'에 접어들었다. 같은 시간 실제 예비전력은 989만kW로 전국적으로 절전 효과가 가장 높았다. 조 실장은 급전부장에게 긴급부하조정 50만kW를 지시했다. 전력거래소는 최고 수준의 비상대비 태세 유지를 당부했다.
조 실장은 다급한 목소리로 남은 양수발전기들의 수량을 파악하고 발전소별로 1대 기준 몇 시간씩 발전이 가능한지 파악을 지시했다. 모든 직원이 최고조 비상단계에 돌입했다.
전국엔 2단계 훈련 상황 돌입으로 2차 경보 사이렌이 울렸다. 서울 등 전국 7개 도시 28개소에선 단전이 이뤄졌다. 서울 마포구 염리동 삼성래미안 아파트 106동에선 정전으로 승강기가 멈췄다. 119 구급차 2대와 한국전력 트럭이 줄지어 도착, 구급요원들이 승강기에 갇혀있던 3명을 구출했다.
서울 중구 덕수궁 일대에선 경찰청 주도로 교통통제 훈련이 실시됐다. 한전 직원이 교통신호제어기의 전기 공급을 차단하자 일대 신호등이 완전히 꺼졌다. 경찰관들은 호루라기와 수신호만으로 교통 흐름을 통제했다. 운전자들이 수신호를 확인하느라 평소보다 속력이 다소 줄어들기는 했으나 전체적인 교통 흐름에 큰 문제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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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단계는 예비전력이 100만kW 아래로 떨어졌을 때 발령되는 것으로, 순환 단전이 각 지역별로 이뤄진다. 자칫 블랙아웃 상황에 이를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오후 2시20분. 조 실장은 정전대비 대응 훈련을 종료를 통보했다. 이날 훈련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1750개 기업들이 절전에 동참했다. 또 국민들의 절전 참여로 실제 전력부하는 기존 예상치 6794만kW에서 6246만kW까지 떨어졌다. 예비전력은 960만kW(예비율 15.2%)를 기록, 548만kW를 아꼈다. 정전 훈련으로만 100만kW급 원자력발전소 5기를 지은 셈이다.
남호기 전력거래소 이사장은 "국민들이 이번 훈련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예상보다 200~300만kW의 더 많은 전력을 아꼈다"며 "유사시에 이번 훈련처럼 국민들이 협조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