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쇼 '쪼갠' 제2롯데월드, 항공우주전시회 울상

에어쇼 '쪼갠' 제2롯데월드, 항공우주전시회 울상

홍정표 기자
2013.10.23 15:32

서울공항 3도 트는 공사… 에어쇼 청주이전, 항공우주 전시는 킨텍스

"청주에서 일산 킨텍스까지 왔다 갔다 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2013 제9회 서울 국제항공우주 방위산업전시회'(서울 ADEX)가 오는 25일 시작된다. 서울 아덱스는 항공우주업계에서는 국내 최대 행사로 2년에 한번 열린다. 2011년 열린 제8회 행사 때는 국내외에서 314개 업체가 참여하고 27만 명이 행사장을 찾을 만큼 산업적·대중적으로 의미있는 이벤트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 행사는 흥행에 빨간 불이 켜졌다. 장소가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와 충북 청주공항으로 분산된 때문이다. 킨텍스에서는 참가업체들의 부스가 설치된다. 청주공항에서는 에어쇼가 열리고 항공기가 전시된다. 두 장소간 거리는 173km. 이번 행사를 모두 즐기려면 킨텍스에서 국내외 항공산업의 현황을 둘러보고, 자동차로 꼬박 2시간20여분을 달려 청주공항의 에어쇼에 참석해야 한다.

직전 행사만 해도 장소가 경기 성남의 서울공항 한 곳이어서 따로 이동을 하지 않고 에어쇼를 즐기고 업체들의 부스를 둘러볼 수 있었다. 수도권에 위치하는 만큼 관람객이 찾기도 쉬웠다. 하지만 서울공항이 활주로 방향을 변경하는 공사에 들어가면서 올해는 서울공항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서울공항은 동편 활주로를 3도 정도 트는 공사를 진행 중이다. 활주로에서 5.7㎞ 떨어진 서울 송파에 롯데그룹이 555m 높이의 제2롯데월드를 건립 중인데, 기존 활주로를 이용할 경우 비행기가 건물에 충돌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활주로 공사는 마무리되고, 주변 정비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아덱스를 개최하는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회 측은 서울공항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자 부랴부랴 대체지를 물색했다. 그래서 대규모 전시회를 개최할 만한 장소로는 킨텍스, 수도권 근처에서 에어쇼를 할 수 있는 곳으로 청주공항이 선정됐다.

롯데그룹이 처음 제2롯데월드 건립을 추진한 것은 김영삼 정부 시절이었다. 경제 효과 등을 고려해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도 긍정적인 검토를 했지만, 비행 안전과 공군의 반대로 계속 불허되었다. 우여 곡절 끝에 이명박 정부에서 최종 건립 허가를 받았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특정 기업의 사업을 위해 국가 중요시설인 서울공항의 활주로까지 변경하기로 한 것이 꾸준히 논란이 돼 왔는데, 롯데 때문에 에어쇼까지 쪼개서 열어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분산개최는 행사의 기대 효과도 축소시켰다. 주최 측은 이번 2013 서울 아덱스의 상담 실적은 50억 달러, 계약 성사 금액은 5억 달러로 예상되고 있다. 직전 2011 서울 아덱스 때는 99억 달러 규모의 상담을 했고, 계약이 성사된 것은 6억5000만달러였다. 상담 실적은 55%, 계약 성사는 23% 낮춰 잡은 것이다.

또 각국 국방장관, 참모총장 급인 VIP참석자도 지난 행사에는 52개국 81명에 달했는데, 올해는 45개국 68명에 불과하다.

행사를 준비하는 실무자들은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고 호소한다. 행사 참가 기업 관계자는 "항공 산업과 관련된 주요 인물들이 킨텐스와 서울에만 가겠지, 청주까지 오겠냐"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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