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보호받지 못하는 '제보자'③]'공익신고자보호법 개정안'으로 본 한국 제보자 보호의 현실

리처드 닉슨 미국 전 대통령을 권좌에서 물러나게 한 1972년 워터게이트 사건은 '공익 제보자'로 인해 실체가 드러났다. 백악관의 사건 은폐 시도도 믿을만한 제보와 취재 앞에 무릎을 꿇었다.
2005년이 돼서야 제보자는 스스로 정체를 밝힌다. 사건 당시 연방수사국(FBI) 부국장이었던 마크 펠트로. 33년동안 그는 '익명' 속에 보호될 수 있었다. 이후 미국의 내부고발자보호법은 더욱 발달해 20여개의 연방법률과 함께 공익신고자를 보호하고 있다.
한국은 어떨까. '공익신고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 이후 쏟아진 개정안들을 보면 우리의 현주소를 알 수 있다.
2011년 9월 제정된 '공익신고자 보호법'에서는 누구든지 공익침해행위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공익신고를 할 수 있다. 공익신고자들에 대한 비밀보장 및 보호조치, 보상금·구조금 지급 제도도 마련됐다.
하지만 법이 시행되자마자 곳곳에서 구멍이 발견됐다. 현행법이 공익침해행위를 너무 협소하게 한정하고 있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현행법에서는 180개 법률을 '위반한 행위'로 공익침해의 범위를 제한한다. 국민의 건강·안전·환경·소비자 이익·공정한 경쟁 등 5가지 분야에서만 공익침해가 적용된다.
국회에서는 허술한 공익신고자보호법을 보완하기 위해 3년 동안 14건의 개정안이 발의됐다. 대부분 개정안이 공익침해 범위와 보호 의무 확대에 주안점을 뒀지만 통과된 법은 없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011년 11월 발의한 개정안에서는 현행법에서 공익침해 관련 5가지 분야를 열거한 것을 '예시'로 바꿔 다양한 공익을 포함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또 같은 당 박주선 의원은 공익침해 적용 대상 법률에 '교육기본법'이나 '사립학교법' 등 교육 관련 법률을 추가해 사학비리 제보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구체화 된 법안을 지난 6월 발의했다. 개정안에서는 동구마케팅고의 문제점을 교육청에 제보했다가 신분이 노출돼 파면당한 선생님이 '사학비리'는 공익침해에 해당되지 않아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해 마련됐다.
공익신고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을 경우에도 신고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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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호 정의당 의원은 공익침해행위의 발생이 '의심'되는 경우도 공익신고의 정의에 포함해 합리적 의심으로 신고했지만 불이익 조치를 당하는 모든 경우를 보호할 수 있도록 법에 '명문화'하는 개정안을 냈다.
재판부도 공익침해를 보다 광범위하게 해석할 수 있는 판례를 남기기도 했다.
2012년 서울고등법원은 '제주도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전화투표 관련' 의혹을 제기한 제보자에 대해 "신고내용이 사실이 아니어서 공익신고자보호법 등 대상이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신고 내용 자체가 그 벌칙 또는 행정처분의 대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행위"라며 "그 신고 내용이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없었던 경우에는 공익신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