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값이 고점에서 내려오면서 '골드러시'는 한풀 꺾였지만 은행 고객의 금 투자 수요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금값 급등으로 골드바를 없어서 못 파는 품귀 현상을 겪었던 은행들도 판매처와 상품 종류를 늘리며 수급처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삼성금거래소 골드바 판매·매입 대행을 새로 시작했다. 기존 한국금거래소에 이어 삼성금거래소까지 판매처를 추가한 것이다. 삼성금거래소에서 받아 은행 영업점에서 판매하는 골드바는 3.75g·10g·37.5g·100g 등 4종이다.
다른 은행들도 최근 골드바 판매 상품과 채널을 확대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10일부터 모바일 앱과 인터넷뱅킹을 통한 골드바 판매를 재개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7월부터 한국금거래소의 3.75g과 37.5g 골드바 판매를 추가해 상품군을 5종으로 확대했다. 신한은행도 지난 5월 112.5g·375g·500g 상품을 추가하면서 한국금거래소 매매대행 상품을 7종으로 늘렸다.
은행들이 골드바 공급망을 확대하는 데는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진 품귀 경험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10월 금값 급등으로 공급업체의 물량이 부족해지자 NH농협은행은 소형 골드바 판매를 중단하고 연말까지 100g과 1kg 제품만 판매했다. 신한은행도 공급사의 물량 부족으로 한동안 37.5g 제품만 판매했고, 국민·하나·우리은행도 올해 초까지 1kg 제품 위주로 판매해야 했다.
올해 들어 공급이 일부 풀리면서 판매가 재개됐지만 수급난은 상반기 내내 이어졌다. 지난 4월까지도 국민·신한·우리은행에서는 1kg 제품만 구매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지난해 금값 급등기에 원하는 중량의 골드바를 확보하지 못해 판매 기회를 놓친 경험이 반복되면서 은행들이 공급처와 판매 중량을 함께 늘리는 모습이다.
올해 들어 금값이 고점에서 내려오면서 골드바 판매 규모도 줄었지만 수요는 여전하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골드바 판매액은 가격이 떨어진 이후인 지난 5월에도 322억원, 6월 327억원, 7월 314억원, 8월 335억원, 9월 291억원 등 최근에도 매달 300억원 가량이 팔리고 있다. 금값이 급등한 지난해를 제외하고 2022~2024년 3년간 월평균 판매금액 85억원에 비하면 4배 가량 늘어난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값이 떨어지자 향후 가격 반등을 기대하고 금을 사들이는 저가 매수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라며 "은행 입장에서도 지난해처럼 금값이 급등할 때 공급 부족으로 판매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공급처와 판매 중량을 미리 다양화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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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 골드바뿐 아니라 금을 통장으로 사고파는 골드뱅킹에서도 금 투자 수요가 확인된다. 국민·신한·우리은행의 골드뱅킹 잔액은 지난해 말 1조9296억원에서 올해 1월 말 2조4434억원으로 급증했다.
이후 금값 조정과 함께 잔액도 감소했지만 지난 9월말 기준 1조671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9월말 1조1394억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47% 많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