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어린이가 위험하다]②부실·불량급식

#. 2011년 6월 서울 모 어린이집의 한 원생이 급식으로 제공된 곰팡이 죽을 먹고 구토 증세를 보이며 고통을 호소한 일이 언론에 보도됐다. 불과 사흘 뒤 광주 모 어린이집은 '고기 없는 쌈밥'에 이어 달팽이가 든 밥과 거미가 빠진 국을 배식해 학부모의 공분을 샀다. 이어 2013년에는 버려진 시래기로 음식을 만든 서울 모 어린이집 원장이 적발됐고, 지난해 9월에는 화성의 한 어린이집에서 유통기한이 4개월 지난 치즈를 아이에게 먹이다 단속에 걸렸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이른바 부실·불량급식에 우리 아이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인재근 의원의 2014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 6월 사이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적발된 집단급식소 건수는 총 1326건. 그중 어린이집이 521건으로 가장 많았고 유치원이 242건으로 뒤를 이어 영·유아 대상 급식소에서만 모두 763건이 적발됐다. 이는 전체 위생불량 건수의 절반을 웃도는 수치(57.5%)로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식품안전 관리·감독에 상대적으로 소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같은 사실은 실제 현장에서 근무하는 보육시설 종사자들에게서도 확인됐다. 서울 신길동 모 유치원 교사 김지연씨(27)는 "줄일 수 있는 돈이 식비밖에 없어 저렴한 식재료에 적은 양을 제공한다"며 "한달에 두어 번 영양사가 유치원에 나오긴 하는데 식단을 신경쓰는 건 그날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일했다는 남혜선씨(29·서울 봉천구) 역시 "어디서 그런 식재료를 구해오는지 모르겠다"며 "한번은 다른 교사로부터 김치에 곰팡이가 쓸었는데 그 부분만 덜어내고 볶아줬다는 말을 들었다. 서로 쉬쉬하면 알아낼 방도가 없다"고 털어놨다.
현행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어린이집·유치원과 같은 집단급식소의 경우 국가면허를 취득한 전문 조리사와 영양사를 따로 두고 △식단작성 △식품검수 △식중독 예방 등 항목에서 법령이 정한 기준을 만족하도록 위생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유통기한이 경과된 식품을 보관하거나 식재료의 조리·가공에 청결을 유지하지 않는 등 시행 규칙을 어길 경우 최대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러한 규정을 철저히 지키는 곳은 많지 않다. 지난해 11월 육아정책연구소가 발간한 '유치원·어린이집 운영 실태 비교 및 요구 분석' 보고서를 보면 거의 모든 어린이집(99.4%)에서 급·간식을 자체조리하면서도 10곳 중 4곳(37.2%) 정도에서 조리사자격이 없는 취사부가 조리를 담당하고 있었다. 특히 가정어린이집의 경우 2곳 중 1곳(51.1%)에서 원장이 직접 취사부를 맡았고 전문 조리사가 조리하는 경우는 전체 6%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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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대다수 어린이집 원장이 교육과 통학차량 운행 등 몇 가지 업무를 겸하고 있는 현실에서 조리까지 동시에 맡을 경우 과업무부담으로 급·간식 등 보육에서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보육시설 급·간식의 질을 높이기 위해선 조리사 및 영양사의 배치가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도남희 육아정책연구소 박사는 "규정상 식수인원 20인 이하 어린이집은 따로 조리사를 두지 않아도 되고 40~80명까지도 조리사 한 명만 배치하면 된다"며 "이같은 법규 내용과 경비 등 이유 때문에 식수인원 100명안팎의 영·유아 보육시설에서도 단 한 명의 조리사가 급식업무를 도맡아 한다. 급·간식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엄격히 하거나 지자체 지원을 확대해 보육시설 내 조리사 배치인원을 늘리고 동시에 식단관리·식자재 주문·위생관리 등을 전담하는 영양사도 충분히 확보하도록 개선이 이뤄져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