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자동차대체부품인증제 도입논란]

올 들어 자동차부품시장에 큰 변화가 생겼다. 대체부품인증제가 도입된 것이다. 자동차대체부품 인증제는 자동차 수리시 순정부품에 대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증기관의 인증을 받은 대체부품을 사용할 수 있게 한 제도이다.
수입차의 값비싼 부품에 대한 소비자 불만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외국에 비해 몇 배 이상의 부품값과 공임으로 자동차 보험료 인상의 주범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많았다. 국산차의 경우도 수입차 만큼은 아니지만 부품 가격 논란이 없진 않았다.
자동차 대체부품인증제는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광범위하게 허용되고 있다. 공인된 대체부품 사용을 법적으로 허용한 제도이다. 2013년 국회에서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관련 내용을 담은 자동차관리법을 발의해 통과됐고 1년의 유예를 거쳐 지난 8일부터 시행됐다.
◇부품업계, 관련산업 활성화 기대감 높아
자동차부품업계는 대체부품인증제로 인해 수입, 국산차를 막론하고 순정부품대비 30~70% 정도 싼 가격으로 부품이 공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완성차브랜드의 순정부품이 여러 유통단계를 거치는 것에 비해 대체부품은 제조사에서 바로 시장에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 이상돈 팀장은 “미국의 경우 대체부품 인증제가 시행되면서 대체부품이 순정부품의 50~74%로 판매됐고, 순정부품 가격은 약 30%정도 하락했다”면서 “2010년 경우 대체부품 사용으로 인해 자동차보험사가 지급한 부품비가 22억달러나 경감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이어 “미국의 경우 대체부품인증제도가 시행된 1993년부터 2012년까지 약 5160만개의 대체부품이 사용됐으나 소비자 불만접수는 0.035%(1만8035건)에 불과했을 대체부품이 순정부품에 비해서 품질 문제는 없다”는 지적이다.
한국자동차부품협회 관계자 역시 “대체부품이 OEM부품과 품질이 같거나 우수할 경우 인증을 받게 될 것"이라며 "초반에는 범퍼커버, 보닌, 팬더 등 외장 품목 위주로 인증제를 시행하겠지만 나중에는 기능성 부품, 소모품 등으로 점차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 보완책 필요해...의장권 제한, 업계 수리관행 고쳐야
산업현장에는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대체부품제가 도입되더라도 생산업체가 맘 놓고 대체부품을 제작․판매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범퍼, 펜더, 본네트, 헤드라이트 등 외장부품은 디자인보호법에 의해 의장권(디자인권)의 보호를 받기 때문에 대체부품인증과 상관없이 유통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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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청 특허정보자료에 따르면 자동차 수리시 75%를 차지하는 보수용 부품인 범퍼커버, 펜더, 본네트, 헤드라이트, 도어판넬, 라디에이터 그릴 등 주요 외장부품을 완성차 업체에서 90%이상 의장권(디자인권)을 등록한 상태로 OEM외에는 원천적으로 생산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부품 업체들은 불만을 터뜨린다. 디자인의 보호를 넘어 부품까지 의장권을 이용하여 완성차업체들이 독점하는 너무한 행태라는 것이다. 소비자에게 비싼 부품을 공급하는 것 뿐만 아니라 자동차산업발전과 부품산업 발전에 발목을 잡는 행위라는 입장이다.
더 심각한 것은 현행 디자인보호법에 묶여 국내기업은 국산차 부품을 수출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 사이 중국, 대만 등지의 자동차부품 업체가 국산차 부품을 제조, 국내외로 유통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하루 빨리 제도 개선을 통해서 해외시장을 되찾을 수 있는 길이 열려야 한다는 주장한다.
문제는 또 있다. 대체부품인증을 사용한 차량에 대한 정비업계의 수리관행이다. 대체로 완성차는 수년간의 무상수리 보증기간이 있다. 순정부품이 아닌 대체부품을 사용했을 때에도 정비업체의 무상수리를 받을 수 있게 하는 등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자동차부품업계 "의장권 등록으로 대체부품제 무력화"

올들어 자동차 대체부품인증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국산차의 경우는 다수 부품들이 의장권이 등록돼 있어 이 제도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체부품이 수입 뿐만 아니라 국산 완성차에도 적용되지만 국산차 업계는 이미 90%가 넘는 자동차부품에 대해서 의장권을 등록해 놓은 상태다. 지난 2013년 대체부품인증제를 규정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통과될 당시 수입차 업체들이 크게 반발했던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산차 업계가 차분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대체부품제가 도입돼도 대다수의 부품들이 의장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어 큰 타격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던 것이다.
실제 국내 자동차업계는 이미 오래전부터 상당수 부품의 의장권 등록을 통해서 자동차부품인증제도 도입에 대한 대비책을 준비해 왔던 것으로 분석된다.
국회교통위원회 이우현 새누리당 의원이 특허청에서 제출받은 국내자동차제조사별 자동차 관련 의장권 등록현황을 보면 2009년 이후 올 9월까지 2만234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평균 3600건이 넘는 숫자다.
구체적으로 보면 자동차 전체에 대한 의장권 등록이 6748건으로 33%에 달한다. 그외 부품 중에서는 조명이 1055건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범퍼가 527건이었고 휠과 휠커버로 438건의 순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09년 3028건에서 점차 증가해 2013년에는 4227건으로 집계됐다.
자동차도 상품이기 때문에 제품과 관련한 고유한 디자인등록을 무작정 비판할 수만은 없다. 그러나 우리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의장권 등록은 과하다는 지적이 부품업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이들은 현재의 디자인법으로는 대체부품인증제를 뒷받침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완성차 부품협력업체의 한 관계자는 "현행 디자인법은 완성차 업체가 일정부품을 의장등록하면 부품 업체들이 같은 모양의 제품을 만들 수 없게 돼 있다"면서 "대체부품인증제도를 뒷받침 하지 못하는 디자인법과 완성차 중심의 시장 지형이 부품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우현 의원도 "의장권은 생산자의 권리 보호를 위해서 존중받아야 하지만 대체부품인증제의 도입 취지를 볼 때 국내 대기업들의 의장권 등록은 과한 측면도 있다"면서 "해외에서는 자동차부품에 대한 의장권을 상당히 배제하는 추세를 볼 때 우리도 이런 방향의 정책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자동차대체부품제 가로막는 의장권, 해외는 어떻게?

자동차 대체부품인증제의 도입과 시행에 대해 수입차업체는 달갑지 않은 반응이다. 순정부품(OEM)만을 사용해야 수입차량의 본래의 안전성 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외국에서는 자동차대체부품인증제와 의장권 보호 등에 대해 어떤 정책을 취하고 있을까
대체부품인증제 시행을 위한 자동차관리법을 통과시킨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의 의원실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의 유럽연합 회원국 및 미국 등 자동차 선진국들은 완성차 업체의 독점을 막고 소비자의 부품선택권을 보장과 관련 산업 활성화를 위해 완성차의 조립목적에 사용되는 부품 외, 교체(수리)부품에 대한 의장권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
유럽의 경우는 유럽 공동체 의장권법 14조에서 하나의 집합체를 구성하는 부품의 디자인에 대해 원형복원을 위한 수리를 목적으로 할 경우는 예외적으로 의장권을 인정하지 않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 법안은 2004년 11월 발의되어 이후 유럽 각국의 의장권법 개정에 영향을 줬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유럽의 영국, 독일, 그리스, 스페인을 포함한 전체 자동차보수용품 시장의 75%를 차지하는 국가에서 의장권법 상에 수리조항 적용 등으로 부품 의장권을 보호하지 않는 자유경쟁 시장구조로 돼 있다.
영국의 경우는 1988년 특허법 개정을 통해서 제3의 부품 제조업자의 부품 생산을 금지해 소비자의 수리 권한을 결과적으로 무의미하게 하는 저작권 행사는 허용할 수 없다는 판례가 있다. 즉 제품의 수리 및 교체에 관한 권한은 최종 소비자에게 주어지는 것이지 강요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독일, 이탈리아, 헝가리, 벨기에, 스페인, 폴란등의 유럽국가들은 시장의 자
유경쟁을 저해하는 경우에 한해 의장권을 전혀 보호하지 않는다. 그리스의 경우에는 교체부품에 대해 5년간만 의장권을 보호하고 있다.
미국은 전체 보수용 부품의 약 34%에 대체부품을 사용하고 있다. 지난 2013년 3월에 의장권 배제에 관한 법률이 발의됐다. 자동차의 원래 외관으로 복원수리에 사용할 목적의 외부장착 부품의 제조, 판매는 의장권의 침해행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산차 대체부품 활성화…한국판 '레몬법' 통과될까

실효성 있는 자동차 대체부품인증제의 정착을 위해서는 어떤 제도들 필요할까. 먼저 자동차 부품에 대한 완성차의 의장권 제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부품 수리업계의 관행도 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대체부품 사용 차량에 대한 무상수리 등을 거부 않는 정책적 보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대체부품 디자인 등록권 배제를 규정한 디자인보호법 개정안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자동차 수리에 사용되는 대체부품 등에 대해서는 디자인등록의 효력 기간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민 의원은 "완성차 업계의 자동차 부품 의장권 등록이 부품산업 발전을 위한 대체부품인증제도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면서 "해외 선진국들도 인정하는 제도이며 국내 부품가격 인하, 관련사업 성장 등 다양한 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요 개정방향을 보면 자동차부품의 디자인권이 등록된 날부터 일정기간이 경과하면 그 디자인권의 효력을 대체부품에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간 국회 일부에서는 전면적인 디자인권 제한 논의가 있었다. 해외에서도 상당수 국가들이 대체부품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의장권을 배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 완성차 업계에는 큰 손해가 될 수도 있다. 연구개발비로 수천억원이 들어가는 자동차의 특성상 일부 디자인권의 인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민 의원의 개정 방안은 완성차 업계의 디자인권도 인정해주면서도 의장권 제한의 법적 기반을 만들기 위한 절충점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민 의원은 “완성차 업계의 기득권도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한다”면서 “전면적인 제한이 아닌 일정기간의 디자인권을 보호해주는 것도 필요해 절충점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대체부품 무상수리 거부 막는 '한국판 레몬법'(Lemon act), 자동차관리법 개정안
자동차대체부품 인증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완성차 업계의 대체부품 사용 차량에 대한 차별을 방지하는 제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 의원은 "대체부품인증제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완성차 업계의 보증수리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며 "현행 완성차 업계가 대체부품으로 수리한 자동차의 보증수리를 거부하는 관행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완성차 업계의 차별을 막기 위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디자인 보호법과 함께 발의한다고 밝혔다.
해당 개정안에 따르면 자동차제작사가 대체부품 수리차량에 대한 보증수리시 무상수리를 거부할 수 없다. 다만 고장의 직접적인 원인이 대체부품인 경우를 자동차제작사가 증명한 경우에만 허용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이는 미국 '레몬법'(Lemon act)의 한국판이다. 미국의 경우 자동차 제작사는 대체부품(Non-OEM)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보증기간 내에 있는 자동차 보증조건을 변경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사용된 대체부품이 직접적인 원인이었음을 입증할 책임을 자동차 제작사에게 부과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단지 대체부품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자동차 보증수리 등에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소비자에게 부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