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도 끝도 DJ…문재인 "소득주도 새경제 필요"

시작도 끝도 DJ…문재인 "소득주도 새경제 필요"

진상현 김성휘 박용규 오세중 이현수 김세관 배소진 박경담 박광범 , 그래픽=이승현디자이너 기자
2015.04.10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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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연설 시작과 끝 DJ유세 인용…안철수포용-가계부채 대책기구 제안도(종합)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2015.4.9/뉴스1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2015.4.9/뉴스1

'정치'는 없었다. 그 자리를 '경제'가 대신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9일 국회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한국 경제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새 경제'(new economy)를 제시한다"며 "공정한 경제, 소득주도성장, 사람중심 경제철학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첫머리부터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1971년 대선 유세를 인용했고, 마지막도 당시 연설의 "특권경제를 끝내야 합니다"고 맺었다. 2017년 대선을 내다보는 문 대표로선 일찌감치 경제분야에 준비된 대통령임을 내세웠던 김 전 대통령의 이미지를 자신에게 오버랩시키는 동시에 동교동계와 마찰로 상징되는 당 내부갈등을 불식시키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문 대표는 박근혜정부에 대해 "서민경제 파탄과 국민 분열의 연속이었다"며 "국민 입장에선 배신당한 2년"이라고 혹평했다. 이어 "대기업에만 의존하는 경제로는 지식기반 정보화 시대의 세계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 명확해졌다"며 "국내에도 대기업 등 강자는 승승장구하고 중소기업과 골목상권은 피폐하는, 지금의 경제구조로는 대한미국의 미래가 없다"고 지적했다.

◇'새경제' 강조 "경제철학과 기조 다 바꿔야"

그는 새 경제 기조 설명에 연설 대부분을 할애하면서 "우리 당이 유능한 경제정당이 돼 국민의 지갑을 지키고 두툼하게 채우겠다"고 말했다.

새경제(신경제)는 '사람중심경제'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소득주도 성장이란 방법론을 갖췄다. 그 결과로 얻어질 새로운 경제생태계는 '공정경제'로 표현했다. 공정경제는 같은 당 대선 경쟁자 격인 안철수 의원의 공정경제론을 끌어안은 모양새다.

문 대표는 임금소득의 실질적 상승과 양극화 바로잡기를 정책과제로 제시하며 "정부는 정규직 고용을 늘리기 위해 적극적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비정규직 고용은 경제에는 마약같은 것"이라며 "고용을 안정시키고 일자리의 질을 높여 가계소득을 높이는 쪽으로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비정규직의 고용은 당장은 기업의 비용을 줄일지 모르지만 세계경쟁에서 노동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노동시장 양극화가 사회통합을 가로막는 이유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과 열악한 처우 때문이지, 정규직의 탓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그는 "진단이 잘못되었으니 처방도 틀렸다"며 대안으로 △시간당임금, 초과근무수당, 퇴직금, 사회보험 등에서 비정규직의 차별을 적극적으로 해소 △안전관련 업무와 상시․지속업무는 정규직으로 전환 △공공부문의 선도를 주문했다.

그는 "우리나라 저임금 노동자 규모는 OECD국가 중 1위(25.9%)이고 시간당 5580원, 월 116만원으로는 3~4인 가족이 도저히 생활할 수 없다"며 최저임금 인상도 주문했다. 최저임금이 일정수준에 오르기까지는 두자리수 인상률로 인상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朴정부 겨냥 "배신당한 2년"-"가계부채 대책 국회기구 제안"

문 대표는 "과거 박정희 정부가 토목인프라, 김대중 정부가 IT인프라를 구축해 기업과 국민들의 비용을 낮춰준 것처럼 이제는 국가가 ‘생활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주거, 교육, 보육, 의료, 통신 등 필수생활비 부담을 줄이고 생활소득을 높여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 경제를 "디플레이션과 장기불황의 위기감이 감돌고 있어 특히 국민들의 실생활비용을 낮춰서 생활 가처분 소득이 증가하도록 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가계부채와 전월세 대책 마련을 위한 국회 내 기구 구성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정부의 무대책 속에서 아파트 전세가격이 사상최고를 갱신하고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되는 속도도 매우 빠르다"며 "전월세상한제를 실시하고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해 주거비 부담을 완화해줘야 중산층과 서민의 가처분소득을 높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회 내 협의기구 구성을 제안한 것이다. 단 구체적인 협의체 성격이나 위상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유승민 연설 의미있어…안보 우리가 잘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정치 현안이나 사회 분야에 대한 언급은 적었다. 문 대표는 4대강 사업, 자원외교, 방위산업비리 등 이른바 '사자방'에 대해 "국정조사를 통해 ‘사자방’ 비리를 반드시 밝혀내 책임 있는 사람들을 처벌하고 손해배상도 받아내야 한다"며 "새누리당이 할 일은 방패막이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안보 분야에서는 "야당이 새누리당 정권보다 잘 할 수 있다"며 10·4 남북정상선언의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 실현을 촉구했다. 5.24 조치에 대해선 "전면 해제가 어렵다면 유연한 적용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전날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북핵과 사드 문제 등에 대한 야당의 입장을 요구한 데에는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유승민 원내대표가 '합의의 정치'를 강조한 데 화답하는 모양새는 취했다.

문 대표는 대기업 사회적 책임, 공무원연금 개혁 등 경제주체들의 이해조정 관련 정부가 적극 중재한다면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 경제는 공멸이나 공존이냐 갈림길에 서 있다"며 "구성원들이 통 크게 결단해 상생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정부가 조정자 입장에서 적극 중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당도 적극 협력할 것"이라며 "그런 차원에서 어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연설을 의미있게 들었다"고 덧붙였다. 유 원내대표 발언에 대한 평가는 이날 사전 배포한 원고에 없는 내용이다.

이밖에 세월호 인양에 대해 "비용을 따질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인양해야 한다"며 "세월호를 인양해 팽목항이나 안산에 두고 안전한 대한민국의 상징과 교훈으로 삼는다면 비용 이상의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문재인, '공정경제'로 고쳐 쓴 '경제민주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새경제 생태계' 구현을 위해 '공정한 경제'를 내세웠다. 지난 대선 이후 이제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 된 '경제민주화'를 문재인의 언어로 다시 품기 위함이다.

문 대표는 8일 자신의 첫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제가 실현하고자 하는 우리 경제의 생태계는 공정한 경제"라며 "공정한 경제는 시장경제의 강점을 살리면서 동시에 국민 경제 구성원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경제구조"라고 밝혔다.

이어 "세계무대에서 경쟁하는 대기업에 대해서는 지원을 아끼지 않겠지만 이제는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 소상공인, 노동자 모두가 힘을 합해 치열해지는 국제경쟁에 대응해야 한다. 이를 위해 상생과 협력의 경제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중소기업간의 공정한 경쟁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자유시장경제 원칙을 존중하되 시장의 약자를 보호하는 공정한 '게임의 룰'을 다시 짜야 한다는 것. 국가가 개입해 대기업에 쏠리는 부의 편중을 완화시켜야 한다는 경제민주화를 다시 한 번 주창한 것이다.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문 대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수직적인 먹이사슬 구조를 근본적으로 수술해야 한다"며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중소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불공정행위는근절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시장지배력을 휘둘러서 이익을 독차지하려는 대기업에 대해서는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확립하고 엄정하게 법을 집행해서 시장경제의 장점을 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법은 '공정한 세금'이다. 문 대표는 그동안 야당이 줄곧 주장했던 법인세 정상화와 공평한 소득세 부과체계, 대기업 조세감면제도 정리 등을 재차 강조했다.

특히 전날 "세금·복지 문제 공론화를 위한 여야 합의기구 설치를 추진하겠다"는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발판삼아 문 대표는 "새누리당이 법인세도 예외없이 다룰 수 있다고 한 만큼 법인세 정상화 조세개혁을 곧바로 추진하자. 이번 임시국회에서 다루게 되길 바란다"고 '돌직구'를 던졌다.

2월 임시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가 정부의 '증세없는 복지' 기조를 문제삼았던 데 이어 다시 한 번 여야가 조세개혁 문제를 놓고 한 목소리를 낸 셈이다.

"정부, 진단부터 잘못했다"…문재인의 '노동개혁' 해법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정부가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 방안으로 내놓은 '해고요건 완화'를 정면 비판했다. 정부가 노동시장 양극화에 대한 진단부터 잘못했다고 주장한다.

문 대표는 9일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최근 정부는 노동시장 양극화가 사회통합의 대표적 장애물이라면서 '쉬운 해고'를 중요 국정과제로 제시했다"며 "노동시장 양극화가 사회통합을 가로막는 이유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과 열악한 처우 때문이지, 정규직의 탓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양극화 원인으로 '정규직 과보호'를 꼽으면서, '저(低)성과자 해고' 가이드라인 도입 등 노동시장 유연화를 추진해야 한단 입장이다.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반면 문 대표는 노동시장 양극화는 정규직 과보호가 아니라, 비정규직 차별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정부 정책은 정규직까지 열악한 비정규직으로 내몰 것이라고 우려하며,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격차는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통해 좁혀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 대표는 "비정규직의 고용은 당장은 기업의 비용을 줄일지 모르지만 세계경쟁에서 노동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정부는 정규직 고용을 늘리기 위해 적극적 정책을 펴야 한다. 비정규직 고용은 경제에는 마약과 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정규직 고용이 당장의 비용을 증가시킬 순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회사의 생산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 고용안정성이 불안한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 높은 생산성을 기대할 순 없기 때문이다.

이는 문 대표가 주창하는 '소득주도 성장'과도 연결된다. 비정규직에 비해 가처분 소득이 높은 정규직들이 많아질수록 소비가 활성화돼 결국 기업들의 이익으로 돌아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문 대표는 "시간당 임금, 초과근무수당, 퇴직금, 사회보험 등에서 비정규직의 차별을 적극적으로 해소해 가야한다"며 "안전관련 업무와 상시·지속업무는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에는 공공부문이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문 대표의 생각과 궤를 같이하는 의견을 밝힌 바 있어 여야가 4월 임시국회에서 노동시장 양극화 해법을 내놓을 지 주목된다.

앞서 유 원내대표는 전날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특히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는 정책은 우리 사회의 공정성과 양극화 해소 차원에서 강력히 추진돼야 한다"며 △30대 그룹 및 대형 금융기관 상시적 업무 종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하청단가 인상 등을 주장했다.

정리된 文의 '소득주도성장'… "지갑 채우고, 생활비 줄이고"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는 그가 취임 이후 여러 언로를 통해 주창해 온 제1야당의 향후 경제 정책 방향, '소득주도성장'의 구체적 방법론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됐다.

문 대표는 이날 △임금소득의 실질적 상승과 노동시장의 양극화 해결 △580만 자영업 종사자 대책 마련 △국민 필수수요 생활비 감소 대책 △공정한 세금 등 네 가지를 '소득주도성장' 기조 달성을 위한 큰 줄기로 제시했다.

아울러 '국민의 지갑을 지키고 두툼하게 채우는 성장전략', '더 벌어 더 소비하고 더 성장하는 전략'이란 키워드를 부각시켜 '소득주도성장'의 방향성도 설명했다.

특히, 최근 생활비를 줄여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높이는 방법의 일환으로 고안된 '국민들의 필수수요 생활비를 줄여주는’ 정책 방향을 이번 연설을 통해 본격적으로 노출했다는 점이 이날 문 대표의 연설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이다.

문 대표는 "과거 박정희 정부가 토목인프라, 김대중 정부가 IT인프라를 구축해 기업과 국민들의 비용을 낮춘 것처럼 이제는 국가가 '생활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며 "서민과 중산층의 필수 생활비를 줄여주는 정책대안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단순히 생활 물가 단속 차원의 개념이 아닌 복지 제도 강화로 교육과 보육, 의료, 노인 요양, 통신비 등의 필수 생활비를 줄일 수 있도록 방향을 설정한 것이 문 대표의 '소득주도성장' 안에서의 '생활인프라' 논리다.

이에 따라 '생활인프라' 구축을 위한 증세 논의도 조만간 정치권의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표는 "새누리당이 법인세도 예외 없이 다룰 수 있다고 한만큼 법인세 정상화 조세개혁을 이번 임시국회에서 다루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전날 진행된 새누리당 교섭단체 연설에서 '중부담-중복지'를 천명하며 "법인세도 증세 성역이 아니다. 무슨 세금을 누구로부터 얼마나 거둘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 부분을 의식한 발언이다.

국회 발 증세 논의가 멀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발언으로도 해석된다.

세월호 단식 나섰던 문재인, '인양' 넘어 '진상규명' 강조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일주일 앞둔 9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정부가 참사 진상규명 의지를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가로막고 있다며 유감을 표했다. 정부·여당이 세월호 인양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유가족들의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철회 요구에는 시행령 고수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이를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문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는 것은 여야의 문제도, 보수 진보의 문제도 아니다"며 "참사를 교훈으로 삼아 돈이 먼저가 아니라 사람이 먼저고, 생명이 먼저인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첫 출발이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유민 아빠' 김영오씨의 단식에 열흘 동안 동참했던 문 대표는 18대 대선 캐치프레이즈였던 '사람이 먼저다'를 세월호 연설 부분에 인용하며 진상규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표는 세월호 인양도 진상규명 차원에서 서둘러 실시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 통합 차원에서 인양을 강조하고 있는 정부·여당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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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표는 "세월호에 사람이 있다, 비용을 따질 문제가 아니라 아홉 분의 실종자와 진실규명을 위해 반드시 인양해야 한다"며 "세월호를 인양해 팽목항이나 안산에 두고 안전한 대한민국의 상징과 교훈으로 삼는다면 비용 이상의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문 대표는 정부가 지난달 29일 입법예고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에 대해선 더욱 날을 세웠다. 특별조사위 인원과 예산을 당초 안보다 축소시키고 조사 대상인 해양수산부 공무원을 특별조사위에 파견토록 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으로는 진상규명이 어렵다는 판단이다.

문 대표는 "특별법의 취지대로 특별조사위가 진상규명에 관한 전반과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법제도 개선에 이르기까지 다룰 수 있어야 한다"며 시행령 철회를 주장했다.

전날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배상 및 보상 등을 둘러싼 대립과 갈등을 치유하기 위해 정부는 진지한 자세로 임해야 한다"며 시행령 철회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다. 유기준 해수부 장관은 7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시행령 철회 불가 입장을 밝혀 이를 둘러싼 여야 대립은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사자방' 또 겨냥…"책임있는 사람 처벌해야"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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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9일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전 정부의 '사자방'(4대강, 자원외교, 방위산업) 비리 문제를 다시 꺼내들었다. 사자방은 새정치연합이 지난해 연말 국정조사로 요구한 사안으로, 자원외교와 관련해선 현재 국회 특위가 가동 중이다.

문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특히 "비리를 반드시 밝혀내 책임 있는 사람들을 처벌하고 손해배상도 받아내야 한다"고 말해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겨냥했다. 문 대표는 최근 특위 청문회와 관련, 자신이 증인으로 나갈테니 이 전 대통령도 증인으로 나오라고 요구한 바 있다.

문 대표는 최근 감사원의 중간감사 발표를 인용하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이명박정부 당시 석유공사,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 3곳의 자원개발 사업투자금은 27조원이며, 앞으로 34조원이 더 들어가야 한다. 회수액은 4조6000억원에 불과하다.

문 대표는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서도 감사원 발표를 언급하며 "4대강 사업은 감사원도 잘못된 사업이라고 인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들어간 국고 22조원은 연봉 2200만원 일자리 100만개를 만들 수 있는 돈이다, 무려 100만개"라고 강조한 뒤 "그 중 10조원이면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을 모두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산비리와 관련해선 정부 여당의 '안보무능'을 질타했다. 문 대표가 최근 지속적으로 안보를 강조하는 것은 중도좌파를 아우르려는 '우클릭 행보'로 해석된다.

아울러 특전사령부 공수 부대 출신인 문 대표가 정부 여당의 안보무능을 지적하는 것은 보수진영의 '종북공세'를 차단하는 효과도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문 대표는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군 내 각종 사건사고와 방산비리는 정권의 안보 의지와 능력을 의심케한다"며 "우리 군 창설 이래 지금처럼 군 수뇌부가 방산비리에 줄줄이 엮여 철창으로 가는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새누리당이 말만하면 강조하는 것이 안보인데, 새누리당 집권 이후 안보가 엉망이 됐다"며 "정부 여당은 비리의 진상을 철저히 밝혀 국민들이 국가의 안보를 믿을 수 있도록 하려는 우리 당의 노력에 협조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힘으로만 지키는 안보 지속되지 않아”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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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9일 현 정부의 남북대결 구도를 겨냥, 강성위주의 안보 정책은 효과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의 발언은 전날 앞서 연설을 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사드 배치가 필요하고,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억지력을 가져야 한다는데 무게중심을 준 것과 대비되면서 안보에 대한 여야의 시각차를 또 다시 드러냈다.

문 대표는 이날 국회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새누리당 정부는 평화에도 실패했고 안보에도 무능해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아까운 장병들과 국민들의 생명이 희생됐다”며 “힘으로만 지키는 안보는 지속적이지 않다”고 정부와 여당을 겨냥했다.

문 대표는 이어 “평화와 함께 가는 안보가 가장 좋은 안보이고 경제적인 안보”라면서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뒷받침하는 국방안보 정책이 구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2004년 남북장성급회담과 2007년 국방장관회담 등에서의 남북 신뢰 구축과 군사공동위원회 운영 합의를 거론하며 군사적 합의만 제대로 실천해도 우리 장병들과 국민의 희생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특히 “2007년 10월 4일 남북정상선언에서 서해의 분쟁을 항구적으로 방지하고 경제적으로 공동의 이익을 취할 수 있는 길을 마련했다”며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가’가 바로 그것이다”고 말했다.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가 실현될 경우 인천에서 해주까지 뱃길이 생기고, 강화도에서 북으로 다리를 놓아 인천~개성~해주를 남북경제협력의 ‘황금의 삼각지대’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문 대표는 또한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만 할 수 있는 경제정책이 남북경제협력”이라면서 대북전단 등의 걸림돌로 인해 지체되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어 이 같은 경제협력을 위해 “지금 남북관계에서 필요한 것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접근”이라면서 그 방법론으로서 5.24조치 해제를 꺼냈다.

그는 “5.24조치 해제 없이 남북관계의 진전을 도모할 수가 없다”며 “정부차원에서 전면해제가 어렵다면 적어도 5.24조치의 유연한 적용으로 남북관계를 열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아울러 금강산관광의 재개와 개성공단 활성화를 위한 노력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개성공단을 활성화 하는 것은 물론이고 원래의 합의대로 2단계, 3단계로 확대해나가야 한다”며 “북한의 SOC건설과 광물자원개발에도 우리 기업이 진출할 수 있어야 비로소 통일대박을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멀리 중동에 가서 우리경제의 활로를 찾으려하듯이 같은 노력을 남북경협을 위해서도 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재인, DJ 나침반 삼아 '새경제' 모색…"철학도 방법도 바꿔"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2015.4.9/뉴스1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2015.4.9/뉴스1

문 대표의 고민은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기 쉽지 않다는 데 있었다. 루즈벨트 전 미국 대통령이 대공황기인 1932년 경제정책 기조를 바꾸기 위해 '성전'이란 표현까지 쓴 점을 인용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구체적 정책에선 '상식'을 깨는 데 주력했다. 문 대표는 "비정규직 고용은 경제에는 마약같은 것"이라며 "고용을 안정시키고 일자리의 질을 높여 가계소득을 높이는 쪽으로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비정규직의 고용은 당장은 기업의 비용을 줄일지 모르지만 세계경쟁에서 노동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노동시장 양극화가 사회통합을 가로막는 이유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과 열악한 처우 때문이지, 정규직의 탓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그는 "진단이 잘못됐으니 처방도 틀렸다"며 대안으로 시간당임금·초과근무수당 등에서 비정규직 차별을 해소하고 안전관련 업무와 상시·지속업무는 정규직으로 전환하되 이를 공공부문이 선도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최저임금이 일정수준에 오르기까지는 두자리수 (인상률로) 인상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당이 유능한 경제정당이 돼 국민의 지갑을 지키고 두툼하게 채우겠다"고 말했다.

민병두 민주정책연구원장은 "보수가 생각하는 경제 방법론은 (수명이) 끝났으니 경제철학, 방법론, 생태계를 다 흔들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문 대표는 "과거 박정희 정부가 토목인프라, 김대중 정부가 IT인프라를 구축해 기업과 국민들의 비용을 낮춰준 것처럼 이제는 국가가 ‘생활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주거, 교육, 보육, 의료, 통신 등 필수생활비 부담을 줄이고 생활소득을 높여야 한다"며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통신비인하 등으로 중산층과 서민의 가처분소득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가계부채와 전월세대책 관련 국회 내 협의기구 구성도 여당에 제안했다.

문 대표는 '경제전문가'는 아니다. 하지만 2012년 대선 자신의 공약인 소득주도성장론에 안철수 의원의 '공정성장론'을 끌어안는 등 업그레이드를 우해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문 대표 측근은 "야당에 그동안 방법론만 있고 전체적인 '경제지도'가 없었다면 경제 생태계와 철학까지 망라한 지도를 처음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가깝게는 4월 임시국회부터 멀게는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까지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여야 정책승부가 치열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문 대표 연설문에 깊이 참여한 홍종학 의원(정책위수석부의장)은 "법인세 인상논의의 결실을 맺길 기대한다"며 "유승민 원내대표 발언이 선거 끝나면 거둬들이는 멘트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발언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배신당한 2년…안보도 우리가 잘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정치 현안이나 사회 분야에 대한 언급은 적었다. 4대강 사업, 자원외교, 방위산업비리 등 이른바 '사자방'에 대해 "국정조사를 통해 ‘사자방’ 비리를 반드시 밝혀내 책임 있는 사람들을 처벌하고 손해배상도 받아내야 한다"며 "새누리당이 할 일은 방패막이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안보 분야에서는 "야당이 새누리당 정권보다 잘 할 수 있다"며 10·4 남북정상선언의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 실현을 촉구했다. 5.24 조치에 대해선 "전면 해제가 어렵다면 유연한 적용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전날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북핵과 사드 문제 등에 대한 야당의 입장을 요구한 데에는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유승민 원내대표가 '합의의 정치'를 강조한 데 화답하는 모양새는 취했다. 문 대표는 대기업 사회적 책임, 공무원연금 개혁 등 경제주체들의 이해조정 관련 정부가 적극 중재한다면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 차원에서 어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연설을 의미있게 들었다"고 덧붙였다. 유 원내대표 발언에 대한 평가는 이날 사전 배포한 원고에 없는 내용이다.

이밖에 세월호 인양에 대해 "비용을 따질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인양해야 한다"며 "세월호를 인양해 팽목항이나 안산에 두고 안전한 대한민국의 상징과 교훈으로 삼는다면 비용 이상의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文 '경제' 100회, 劉 '성장' 54회…키워드로 본 대표연설

"보수의 새 지평을 열겠다"(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새경제로 나아가야 한다"(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문재인 대표(9일)와 유승민 원내대표(8일)의 교섭단체대표 연설을 시작으로 4월 임시국회의 막이 올랐다. 여야 제 1당을 대표하는 두 사람의 연설은 각 당이 앞으로 나아갈 정책방향과 추구하는 가치를 가늠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두 사람 모두 취임 후 첫 교섭단체연설로 우리 정치를 끌고 갈 두 유력 정치인의 정리된 정치 철학과 비전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끈다.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문, '경제' 100번 최다- 유, 성장·복지·경제 고루 언급 =유 원내대표는 약자에 더 다가서는 진보적 보수를, 문 대표는 소득중심성장을 핵심으로 하는 새경제로의 전환을 각각 핵심적인 화두로 던졌다. 이는 연설의 키워드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문 대표의 연설 중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가 바로 '경제'다. 100번 언급됐다. '소득'과 '성장'도 각각 56번, 43번이 언급됐다. 연설의 대부분을 새로운 경제로의 전환 필요성과 그 핵심이 소득 주도 성장이라는 점을 역설하는데 할애한 결과다.

유 원내대표는 성장(54회), 복지(44회), 경제(42회) 등 진보와 보수의 가치를 대표하는 단어들을 비슷한 수준으로 언급한 것이 특징이다. 안보의 가치를 중시하면서 경제 등 정책에 있어선 약자층에게 더 다가겠다는 유 원내대표의 정책 기조와 철학이 담겨 있다. 또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정치(38회), 개혁(38회), 합의(30회)라는 단어도 상위에 위치했다.

◇'대기업+재벌' => 문 37회, 유 18회 ='대기업'과 '재벌'도 두 사람의 연설에서 공통적으로 자주 등장한다. 문 대표는 기존 대기업 중심 성장의 한계를 집중적으로 지적한 만큼 대기업이라는 단어를 31회 사용했다. 유 원내대표도 대기업이 개혁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9번 대기업이라는 단어를 썼다. 대기업보다 더 부정적인 이미지로 비춰지는 '재벌'은 유 원내대표가 9번을 언급해 6번 언급한 문 대표 보다도 더 자주 입에 올렸다.

'중부담-중복지'를 주장하며 증세 검토 필요성을 적극 제기한 유 원내대표의 연설에서는 '세금'과 '재정'도 각각 16회와 15회 언급돼 문 대표(세금 10회, 재정 2회) 보다 많았다. 일자리는 유 원내대표가 성장잠재력 확충과 청소년 고용 확대 등을 강조하면서 15회, 문 대표는 5회 언급했다. 문 대표는 일자리 대신 '노동'이라는 단어를 유 원내대표(9회)의 2배를 넘는 20회 언급해 차별화가 됐다. 안보는 문 대표가 17회 언급해 유 원내대표(12회)보다 많았다. 문 대표는 방산 비리와 정부의 안보 무능을 비판하는 대목에서 집중적으로 안보를 언급했다.

또 유 원내대표가 양극해 해소 노력을 평가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한 차례 언급한 반면 문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이름을 5차례나 올려, 경제정당과 동교동계 포용 등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지를 담아냈다.

'커닝'에 밤샘까지…문재인 대표연설 막전막후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9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모란시장에서 4·29 중원구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정환석 후보와 함께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문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했다. 2015.4.9/뉴스1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9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모란시장에서 4·29 중원구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정환석 후보와 함께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문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했다. 2015.4.9/뉴스1

# 2012년 대선 기간 문재인 후보의 이미지 중 하나는 '충혈된 눈'이다. 대선이 임박한 수개월간 거의 예외없이 자정을 넘기며 유세원고나 정책공약집을 다듬었다고 한다. TV토론이라도 준비할라치면 오전 1-2시를 넘겼다. 그리곤 새벽부터 유세에 나선 문 후보는 눈이 빨갛게 충혈되곤 했다. 그나마 특전사 경력에 등산으로 다진 체력으로 버텨냈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9일 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 데뷔전을 치른 문 대표는 이번에도 이런 면모를 드러냈다.

문 대표는 이달 들어 원고 작업을 본격화했다. 강기정 정책위의장과 민병두 민주정책연구원장, 당내 경제전문가인 홍종학 의원, 당대표실에서 메시지를 담당하는 신동호 부실장 등이 머리를 맞댔다.

연설문 기조는 문 대표가 꾸준히 말해 온 것이지만 구체적 문구를 만드는 것은 생각만큼 되지 않았다. 마침 4.29 재보선 지원유세 일정이 겹쳤다. 문 대표는 "후보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겠다"며 언론에 알리지 않은 현장 방문도 여러차례 가졌다. 덕분에 연설문을 검토할 시간이 부족했다.

이런 가운데 7일 보고된 초안은 전면 수정됐다고 한다. 그 결과 경제 비중을 확 높이고 경제패러다임 대전환을 한 마디로 표현할 '새경제'가 선택됐다. 문 대표는 같은 날 당 정책엑스포의 안철수 의원 발표를 직접 들었다. 기자들에겐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커닝 좀 하겠다"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의 '공정성장론'을 연설문에 녹여낸 것은 이런 과정을 거쳤다.

8일 수정본을 받아든 문 대표는 대선 때 그랬듯 펜을 들고 한 줄 한 줄 자신의 언어로 다듬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한 작업이 9일 오전 2시가 다 돼 끝났다. 실무진이 이 원고의 오탈자 등을 최종 점검해 인쇄를 맡긴 것이 오전 3시30분경이다.

이렇게 마련된 연설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DJ) 외에 문 대표가 존경한다는 루즈벨트 전 미국 대통령도 인용했다. 대공황기인 1932년 경제정책 기조를 바꾸기 위해 '성전'이란 표현까지 쓴 점을 언급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가 "경제가 잘못되는 가장 큰 원인이 정치에 있다"고 말한 것도 포함시켰다.

불과 몇 시간 눈을 못 붙인 문 대표였지만 본회의장에 나타난 그의 눈은 충혈되지 않았다. 피곤할 법했지만 내색 않고 연설을 마쳤다. 이내 성남으로 달려가 재보선 지원에 나섰다.

하루 전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연설이 야당에서 박수가 나올 만큼 호평 받은 것도 문 대표를 자극했을 수 있다. 그는 실제 연설에선 원고에 없던 내용을 두 가지 말했는데 모두 유 원내대표와 관련있다. "유승민 원내대표의 연설을 의미있게 들었다"와 "가계부채와 전월세 대책 마련을 위한 국회 내 기구 구성을 제안한다"는 것이다.

여야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강기정 정책위의장은 "법안 몇 개 바꾼다고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라며 "기조와 철학이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박지원 의원은 "(문 대표가) 서민경제 진작을 위한 대안을 내고 외교국방, 대북 문제에 대해서 자세한 언급을 한 것은 잘했다"고 했다. DJ 과거 연설 인용은 "4월 보선에서 지지층이 납득할 수 있는 효과도 있었을 것"이라며 A+(에이플러스)를 줬다.

새누리당은 냉정했다.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은 "비관적·비현실적·비난위주의 3비 연설"이라 혹평했다. 정우택 정무위원장은 "소득주도성장만 주장하는 것은 경제 메커니즘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여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야당이) 늘 하던 이야기로, 주변 의원들도 실망스러운 눈치더라"고 지적했다.

문 대표 연설문은 200자 원고지 81매 분량.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87매짜리를 소화했다. 읽는 시간은 문 대표가 조금 더 오래 걸려 약 1시간을 채웠다. 새정치연합 중진 의원은 "안정적이었지만 디테일에 빠져 시간 조절은 잘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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