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스타트업 '광속' 자금조달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광속' 자금조달

김신회 기자
2015.05.11 13:48

"'대박' 기회 놓칠라" 투자수요 넘쳐 몇 개월 만에 수억달러씩 조달…우버, 기업가치 500억달러 임박

미국 IT(정보기술)산업 메카 실리콘밸리 신생기업들의 자금조달 속도가 빨라졌다.

뉴욕타임스(NYT)는 11일 미국 택시 어플리케이션 업체 우버가 최근 또다시 자금조달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 최근 급격히 빨라진 실리콘밸리의 투자 속도를 방증한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기술이 빛처럼 빠른 인터넷 속도로 변하는 것처럼 신생기업들의 자금조달 속도도 빨라졌다고 지적했다.

우버는 최근 투자자들과 15억달러(약 1조6390억원) 이상을 조달하기 위한 협상 초기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조달에 성공하면 우버의 기업가치 평가액은 500억달러로 늘어난다. 중국 스마트폰업체 샤오미(평가액 450억달러)를 제치고 세계 최대 비상장 신생기업이 되는 셈이다. 우버는 지난해 6월과 12월에 각각 12억달러를 끌어 모으는 등 2009년 설립 이후 모두 63억달러를 조달했다. 현재 기업가치 평가액은 400억달러다.

다른 신생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협업 소프트웨어 업체인 슬랙(Slack)은 지난달 1억6000만달러를 조달했다. 불과 6개월 전에는 1억2000만달러를 손에 넣었다. 사진공유 메신저 스냅챗도 지난해 12월 5억달러가량을 투자받고 3개월 뒤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에서 2억달러를 더 끌어들였다.

이밖에 익명 기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익약(Yik Yak)이 최근 7개월 새 세 차례에 걸쳐 7억3500만달러를 조달했고 클라우드 기반 인적자원 관리 소프트웨어 업체인 제네핏(Zenefits)은 지난주까지 2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5억8000만달러 이상을 거머쥐었다.

전문가들은 신생기업들이 이렇게 빠른 속도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유례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2011년 뉴욕증시에 데뷔한 링크드인 같은 기업이 2000년대 중반 신생기업으로 처음 3번의 자금조달을 성사시키는 데는 3년 넘게 걸렸다. 당시만 해도 자금조달 라운드는 1-2년 만에 이뤄지는 게 보통이었다.

실리콘밸리 신생기업 가운데 IPO(기업공개) 이전에 500억달러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회사는 지금까지 세계 최대 SNS 페이스북이 유일하다.

하지만 최근 유망한 신생기업들은 불과 몇 개월 주기로 수억달러를 조달한다. 신생기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업계 시장조사업체인 CB인사이트에 따르면 2013년 이후 1년 반 안에 세 차례 이상 자금조달에 성공한 신생기업만 20곳이 넘는다. 지난해에는 무려 500개에 달하는 IT 신생기업이 1년도 안 되는 기간 안에 추가 자금조달에 성공했다.

NYT는 신생기업들에 대한 투자 속도가 이렇게 빨라진 것은 투자하려는 이들과 투자를 받으려는 이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풀이했다.

최근 신생기업 투자에는 기존 벤처캐피털은 물론 헤지펀드, 뮤추얼펀드, 전략적 투자자 등이 함께 뛰어들고 있다. 급변하는 기술 환경 속에 자칫 '대박'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이들의 투자를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우버의 자금조달 협상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우버가 자금을 조달한 지 불과 몇 달 만에 다시 새 논의를 벌이는 것은 투자자들의 관심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우버에 투자한 벤처캐피털회사 멘로벤처의 마크 시겔 이사는 IPO가 부진해진 것도 신생기업 투자를 자극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신생기업에 대한 투자는 대개 '유니콘'에 집중된다고 NYT는 지적했다. '유니콘'은 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신생기업을 말한다. 미국에는 현재 70여개의 유니콘이 있다. 벤처캐피털협회(NVCA)에 따르면 지난 1분기에 이들이 추가로 조달한 자금은 42억달러로 1년 전에 비해 50% 늘었다. 분기 기준으로는 2000년 말 이후 최대 규모다.

신생기업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좋아진 자금조달 환경이 반가울 뿐이다. 스튜어트 버터필드 슬랙 CEO(최고경영자)는 "어떤 업종이든 고대 이집트 시대 이후 자금을 조달하기 가장 좋은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은행 잔고가 충분한 수준 이상이라 새로 조달한 자금은 당장 필요 없지만 고객들에게 장기적인 안정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는 비상자금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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