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구글 위한 몸부림은 계속된다

넥스트구글 위한 몸부림은 계속된다

테크M 편집부 기자
2015.07.02 04:08

‘구글I/O 2015’를 통해 본 구글의 전략

‘카드보드’를 통해 가상현실 콘텐츠를 체험하고 있는 관람객
‘카드보드’를 통해 가상현실 콘텐츠를 체험하고 있는 관람객

5월 2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에서 열린 ‘구글 I/O 2015’에서 선다 피차이 구글 수석 부사장은 “지메일 이용자가 9억 명을 돌파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2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애플 세계 개발자회의 2014(WWDC 2014)’에서 팀 쿡 애플 CEO는 “우리는 지금까지 8억 대의 iOS 기기를 판매 했다”고 말했다. 이용자수와 판매대수, 이 간단한 차이가 구글과 애플이 어떤 기업인지를 보여준다. 달리 말해 이 차이를 모른다면 우리는 구글을 이해할 수 없다.

왜 그럴까? 먼저 구글 개발자회의(I/O) 2015에서 발표된 내용을 살펴보자. 많은 내용이 발표됐지만, 핵심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개발도상국 지원, 가상현실이다.

안드로이드M은 여러 기능을 새롭게 선보였다. 이용자가 위치정보, 마이크 등을 사용할 수 있는 앱 권한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게 됐고, 크롬 커스텀탭을 통해 모바일 웹 사용이 편리하게 됐으며, 앱과 앱 사이를 편안하게 바로 옮겨 다닐 수 있는 링크도 가질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핵심은 역시 구글 나우다. 구글 나우는 인공지능을 통해 사용자들이 원하는 검색 값과 행동을 예측해 다양한 정보를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IoT 플랫폼인 브릴로는 최소 사양의 하드웨어에서도 작동하도록 개발됐으면서도 안드로이드 OS 기반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안드로이드 스마트 기기와 쉽게 호환된다. 위브는 이렇게 만들어질 IoT 기기끼리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기 위한 표준 규약이다.

구글 포토 담당 디렉터인 아닐 사브하르왈이 ‘구글 I/O 2015’ 기조연설 무대에서 사진과 영상을 무료·무제한으로 저장할 수 있는 ‘구글 포토스’를 공개하고 있다.
구글 포토 담당 디렉터인 아닐 사브하르왈이 ‘구글 I/O 2015’ 기조연설 무대에서 사진과 영상을 무료·무제한으로 저장할 수 있는 ‘구글 포토스’를 공개하고 있다.

유튜브, 구글맵 등 구글 서비스를 스마트폰에서 오프라인으로 쓸 수 있게 해준 것은 통신망 사정이 좋지 않은 개도국을 위한 배려다. 개도국용으로 최적화된 크롬에서 구글 검색을 이용하면 사용하는 데이터량을 무려 80% 가까이 줄여주기도 한다.

참석자들에게 무료로 제공된 초저가 가상현실 헤드셋 카드보드 2.0은 구글이 진행하고 있는 가상현실 콘텐츠 확산을 위한 도구다. 구글은 가상현실 교육 콘텐츠를 만드는 ‘익스페디션’과 고프로 카메라와 협력해 360도 찍은 사진을 볼 수 있는 ‘점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모든 발표 내용은정확하게, 넥스트 구글로 가기 위해 구글이 어떤 길을 만들어가고 있는 지를 보여준다.

구글은 웹기술 기업이다. 신사업과 서비스 개발을 통해 계속 이용자 수를 늘려야 한다.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 더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는 것이 더 많은 수익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이 프로세스가 잘 작동해 왔다. 인터넷 서핑의 주요 수단이 PC에서 모바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도 구글은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모바일 광고 시장점유율은 페이스북 등에 밀려 점점 떨어지고 있으며, 2014 회계연도 실적도 계속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를 조금 밑도는 성적을 기록했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따르면, 올해까지 인터넷 사용자수는 약 32억 명으로 전망되며, 개도국을 제외한 나라의 인구수를 따져봤을 때 실질적으로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이대로 간다면 수익성 악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을 구글이 모를 리 없다.

‘구글 I/O 2015’에서 안드로이드 기반의 최신 웨어러블 기기를 소개하고 있다.<br>
‘구글 I/O 2015’에서 안드로이드 기반의 최신 웨어러블 기기를 소개하고 있다.<br>

인공지능·네트워크 투자 강화

최근 몇 년간 구글이 새로운 분야에 과감한 투자를 계속하고 있는 이유다. 지금의 구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넥스트 구글로 이행하기 위한 몸부림이다. 그렇다면 구글이 투자하고 있는 분야는 어떤 분야일까? 구글이 갖고 있는 특허를 살펴보면 조금 감이 잡힐 것 같다. 구글의 특허 보유와 매입 추세는 특허전쟁이 터진 2011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2011년 이후 매입하거나 등록한 특허는 대부분 네트워크와 데이터베이스(DB), 검색, 인공지능, 오디오 등에 집중돼 있다. 매입한 회사들도 주로 인공지능과 네트워크 쪽 회사들이다.

왜 그 분야에 집중할까? 그 때부터 구글은 넥스트 구글이 어떤 모습이 돼야 할 지 테스트해 보며 감을 잡아가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2009년부터 스마트폰이 대중화돼 가면서 모바일 기기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안드로이드 OS에 역량을 집중적으로 투자해 그 시장에 뿌리를 내리면서도, 다음 사업을 이미 준비하고 있었다는 이야기이도 하다.

물론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기대와 이슈에 비해 별다른 것을 보여주지 못한 ‘구글 글래스’를 비롯해 지지부진한 스마트홈과 TV 사업, 팔린 대수에 비해 별 성과를 못 거두고 있는 ‘크롬 캐스트’와 잘 팔리지도 않고 있는 안드로이드 웨어 스마트워치, 아예 출시가 연기돼버린 ‘넥서스Q’까지 넥스트 구글을 위한 구글의 실패는 책 한권을 쓰고도 남을 지경이다. 신기한 것은 그래도 구글은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을 간다는 것이다.

정리해보자. 구글이라는 비행기의 몸통이 기술이라면, 광고사업과 혁신기술 개발은 구글을 움직이는 두 개의 엔진이다. 광고를 통해 얻는 수익은 구글이 기술 개선과 혁신에 매진할 수 있게 해준다. 개발된 제품은 몇 년간의 지속적인 테스트를 통해 많은 사용자를 얻을 수 있을 지를 시험받고, 시험에서 떨어진 사업은 중단되며 성공한 사업은 구글에게 새로운 사용자와 광고 수익을 안겨준다. 사용자들을 통해 얻는 데이터 수집은 그 둘을 이어주는 뼈대나 연료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구글은 이같은 시스템을 통해 날아오를 수가 있었다.

지난해와 올해 구글 I/O는 구글이란 비행기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 지를 엿볼 수 있게 해주는 행사였다. 먼저 구글 나우와 안드로이드M을 통한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성능 향상과 안드로이드 페이, 앱 개발자 지원정책은 기존 사용자를 계속 구글에 붙잡아두기 위한 정책이다.

구글 나우는 언제나 가볍게 누르기만 하면 사용자가 원하리라 여겨지는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그래서 사용자가 특정 앱에 머무르지 않고 다른 앱이나 콘텐츠, 모바일 웹도 더 많이 검색해 보도록 유도한다. 앱 개발자 지원정책은 프로그래머들이 더 쉽게 안드로이드 기기용 앱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안드로이드 페이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사용성을 더 높여줄 것이다.

구글 서비스의 오프라인 지원 강화는 개도국 사용자들을 더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이다. 개도국으로 분류되는 나라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10억 명 이상이다. 애플이 중국시장 진출을 통해 많은 기기를 팔았던 것처럼 구글은 포화된 인터넷 사용자를 늘이기 위해 개도국에서 스마트 기기와 인터넷 사용을 더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방법을 선택했다. 이미 판매되고 있는 초저가형 ‘안드로이드 원’ 스마트폰과 열기구를 이용한 무료 이동통신 서비스 ‘프로젝트 벌룬’ 역시 마찬가지다. 구글 포토 무료화는 당연히 이용자의 데이터를 얻어 더 나은 인공지능 검색엔진을 만들기 위한 방법 중 하나다.

연결된 세상을 만들어야 산다.

IoT 플랫폼 브릴로와 통신규약 위브는 넥스트 구글을 준비하기 위한 초석이다. 구글이 향후 우리 사회가 모든 사소한 것에까지 컴퓨터가 탑재돼 인터넷에 연결되는 세상으로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그런 사회로 끌고 가고 싶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가상현실 콘텐츠 개발을 지원하고 안드로이드 웨어를 계속 개선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지금 당장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허브로 콘텐츠와 액세서리 기기들을 연결하는 것이겠지만, 그런 콘텐츠와 기기들이 우리의 일상을 파고들수록 결국 모든 것은 구글로 연결되게 된다.

과연 구글의 뜻대로 될 수 있을까? 알 수 없다. 사용자가 많아지면 수익도 생길 수 있겠지만, 아직 이 사회가 새로운 시대를 받아들일 준비가 됐는지도 모르겠고, 그렇게 바뀐다고 한들 당장 어디에서 수익이 날지 알 수 없다. 어쩌면 구글은 미래를 걱정해 너무 이른 꿈을 꾸고 있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도 역시 구글의 방식이다. 새로운 사업의 꼴이 갖춰지면 일단 시장에 내놓고, 시장의 반응을 보면서 제품을 오랫동안 개선해 간다. 그러다 호응을 얻게 되면 정식으로 호적에 이름을 올리고, 아니면 중지한다.

스마트 오토 시연을 위해 ‘구글 I/O 2015’ 행사장에 준비된 현대 자동차
스마트 오토 시연을 위해 ‘구글 I/O 2015’ 행사장에 준비된 현대 자동차

지난해 발표된 안드로이드 TV는 소니와 샤프 등을 통해 조만간 출시될 예정이다. 같이 공개된 안드로이드 오토는 현대 자동차를 통해 최근 미국에 출시를 했다. 아직 관련 제조업체들의 움직임은 살짝 발만 담근 형식이지만,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볼 수 있었던 것처럼 시장의 문이 열린다면 순식간에 몸을 담글 가능성이 높다.

다만 IoT 분야에서 얼마나 구글이 선도할 수 있을지는 다른 문제다. 당분간 IoT 기기의 주요 판매처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정부 조달시장과 기업 시장은 범용성보다는 전용성을 좀 더 요구하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 페이 역시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다른 핀테크 서비스들과 시장점유율을 놓고 경쟁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IoT와 핀테크, 여기에 5G까지 세 가지 분야는 향후 반드시 우리 사회가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은 기반 기술이지만, 아직까지 표준이 정해지지 않은 무주공산이다. 그저 모두의 건투를 바랄 수밖에….

글 이요훈 IT 칼럼니스트, 사진 홍재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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