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 '추사체'에 담긴 김정희의 호고(好古)정신

파격 '추사체'에 담긴 김정희의 호고(好古)정신

이해진 기자
2015.07.18 05:20

[따끈따끈 새책]'나는 옛것이 좋아 때론 깨진 빗돌을 찾아다녔다'…추사 김정희의 금석학

추사(秋史) 김정희는 대표적인 조선시대 북학 사상가이자 예술가다. 특히 그림을 그리듯 자유분방하고 거친 붓놀림이 특징인 서체에 그의 호를 딴 '추사체'라는 이름이 붙을 만큼 명필로 꼽힌다.

이 추사체로 써진 대련에는 "옛것을 좋아하여 때로는 깨진 빗돌을 찾아다녔고 경전을 연구하느라 여러 날 시 읊기도 그만뒀다"는 구절이 있다. 선비 김정희의 삶을 단축적으로 보여주는 이 문구 중 '깨진 빗돌을 찾아다녔다'는 대목은 김정희가 조선 금석문학의 선구자였음을 드러낸다.

이 구절을 제목으로 빌려온 책 '나는 옛것이 좋아 때론 깨진 빗돌을 찾아다녔다'의 저자 박철상 씨는, 김정희가 젊은 시절 그토록 몰두했던 금석학이 그의 서법(書法) 고증과 '추사체'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주었다고 주장한다.

김정희의 학예에 관한 여러편의 연구를 발표하며 20년 동안 김정희를 공부해온 저자는 19세기에 활동했던 김정희가 금석학을 본격적인 학문의 반열로 올리는 과정을 추적하며 그의 사상과 업적을 함께 살핀다.

금속기나 비석에 쓰인 명문을 연구하는 금석학은 조선 선비들에게 학문이 아닌 감상 정도였다. 하지만 청나라의 옹방강·옹수곤 부자와 교류하며 금석학에 눈을 뜬 김정희는 조선 땅에 금석학을 하나의 고증학문으로 정립했다.

특히 김정희는 이성계의 왕사였던 무학 대사, 또는 신라 도선 국사의 비석이라 구전돼온 진흥왕순수비를 금석학을 활용해 고증하는 업적을 남겼다. 그가 지은 '해동비고'와 '진흥이비고'는 우리 역사 고증석학의 대표작이자 금석학의 대표작이다.

저자는 이 '추사 금석학'을 서법 고증 측면에서 재조명한다. 서법 고증에서 비롯된 추사체의 창조야말로 추사 금석학의 정수라는 것. 특히 저자는 김정희 말년 제자였던 조면호의 글로 윤곽을 잡아 추사체가 김정희 서법 고증의 정수임을 밝힌다.

당대 조선 선비들 사이에는 파격적인 김정희의 서체를 두고 '법이 없다', '옛것을 따르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었다. 하지만 저자는 옛것을 좋아하고 연구했던 김정희의 추사체야 말로 옛것을 제대로 본받아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낸 호고(好古)정신의 결정체로 본다.

◇'나는 옛것이 좋아 때론 깨진 빗돌을 찾아다녔다'=박철상 지음. 너머북스 펴냄. 352쪽.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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