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화장품, 원료는 죄다 중국산?…'원산지 표시법' 표류

'국산' 화장품, 원료는 죄다 중국산?…'원산지 표시법' 표류

박다해 기자
2015.09.04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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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런치리포트]["19대 국회, 이 법만은"③-원산지표시법(1)]

[편집자주]  19대 국회가 막바지에 다다랐습니다. 머니투데이 더300과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는 우리의 실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법안임에도 우선순위에 밀리거나 이해충돌로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법안들을 선정 '19대국회, 이 법만은' 시리즈를 런치리포트로 기획합니다.

#지난 4월 부산에서 한의사 면허도 없이 수년 간 암환자 등 수백명을 상대로 한방 치료를 하고 한약을 제조·판매한 A씨(50)가 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A씨는 중국·인도산 인삼·감초·당귀 등의 한약재를 달여 1재당 (15일 분량) 38만원을 받고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절반은 유통기한도 지난 불량제품이었다.

#직장인 J씨(28)는 천연 성분이 들어간 화장품을 선호한다. 시중에서 쌀겨, 콩, 보리, 알로에나 녹차부터 말기름인 '마유' 등 다양한 종류의 천연 추출물이 함유된 화장품을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2009년 '석면화장품' 파동 이후 '자연주의'나 '유기농'을 강조하는 바람이 분 덕이 크다. 그러나 화장품 용기 어느 곳에서도 추출물의 원산지는 표기되지 않는다. J씨는 "아무래도 국내산이라고 광고하는대로 의심없이 믿고 사는 경향이 크지만 불안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연이은 FTA 체결로 농수산물 시장이 전면 개방되면서 외국 농수산물을 원료로 하는 가공품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동시에 품질이 떨어지고 값이 싼 농수산물을 국내산으로 속여 파는 경우도 늘었다. 매년 추석이나 설 등 명절을 앞두고 원산지 표시 위반 여부를 대대적으로 단속하지만 위반사례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에 국회에서도 농수산물 원산지표시 범위를 확대하거나 처벌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 개정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일었다. 그러나 정작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선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FTA, 밥쌀수입 등 농업 현안 등에 비해 시급성이 떨어진단 이유다.

◇ "농수산물 원산지표시, 의약품·한약·화장품으로 확대해야"

3일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농수산물 원산지 표시법 가운데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개정안은 농수산물 가공품의 범위를 의약품, 의약외품, 한약, 화장품 등으로 확대했다.

또 현재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있는 원산지 표시 대상을 전체 농수산물과 가공품으로 확대했다. 이에따라 농수산물 원료를 10%이상 사용한 의약품이나 한약, 화장품 등은 의무적으로 원산지 표시를 해야 한다.

같은 당 황주홍 새정치연합 의원의 개정안도 유사하다. 황 의원은 한방의료기관 및 의약품 제조업자 등이 직접 조제해 판매·처방하는 한약재도 의무적으로 원산지를 표시하도록 했다. 현재는 '약사법'에 따라 의약품 도매상이나 약국개설자, 한약업사 등이 한약재를 생산·수입·유통·판매하는 경우에만 원산지를 표시하고 있다.

그러나 한약재의 최종소비단계에서 한약을 제조·판매하는 경우엔 원산지 표시의무를 규정하지 않고 있다. 대신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고시하는 한약재 품질관리 규칙에만 기준이 마련돼있다. 품질이 낮은 중국산 한약재 등이 '법망'을 빠져나가 정상적인 유통과정을 거치지 않고 한방의료기관 및 의료품 제조업 등으로 유통될 수 있는 이유다.

수산물을 대상으로 한 김한표 새누리당 의원의 개정안은 음식점에서 생선이나 조개 등을 날 것으로 제공하는 경우 의무적으로 수산물의 원산지를 표시하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현행법은 고등어, 갈치, 미꾸라지, 낙지, 명태 등 일부 어종에 대해서만 살아있는지 아닌지와 무관하게 의무적으로 원산지를 표시하도록 시행령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른 수산물은 수족관 등에 보관, 살아있는 경우에만 원산지를 표시하도록 했다. 그러다보니 품질이 떨어지는 저가의 수입산 냉동 수산물이 음식점에서 활용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김 의원은 수산물을 회나 초밥 등 날것으로 먹을 경우 식중독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을 감안, 익히거나 말리지 않은 모든 어패류에 대해 정확한 원산지를 표시함으로써 소비자의 알권리를 보장토록 했다.

◇ "농민들에게 도움은 되지만…시급성 떨어져"

이처럼 농수산물 원산지 의무 표시 범위를 확대하는 개정안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농해수위와 농림축산식품부 입장에선 FTA 체결 등으로 국내 농수산물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원산지표시제가 우리 농수산물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역할을 할 수 있어 환영하는 분위기다.

국내산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높은 만큼 국내산 농수산물과 가공품에 대한 판매량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수입산에 맞서 농어민들에게 새로운 활로를 터주는 일종의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

조현욱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이사는 "원산지 표기는 기술적으로만 문제가 없으면 최대한 표기하는 것이 소비자 관점에서 이익이라고 본다"며 "간접적으로는 우리 농산물 판매에도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실제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개정안들은 국회 농해수위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되긴 했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구제역 백신, 밥쌀용 쌀 수입,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가뭄 대책 등 굵직한 이슈가 우선 논의되다 보니 자연스레 순서가 밀린 것.

그러나 이번 정기국회는 19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인만큼 원산지표시법 개정안을 심사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농해수위 관계자는 "당장 시급한 현안이나 쟁점이 크지 않은 법안부터 우선 심사되다보니 (법안논의가) 밀린 부분이 있다"며 "정기국회에선 그동안 심사가 제대로 안됐던 법안들도 검토하니 이번 국회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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