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 부진시 신속히 시장에 채권 매각…독립기관이 채권 공정가치 산정
금융당국이 채권은행 중심이었던 기업 구조조정을 자본시장 중심으로 바꾸는 시장친화적 기업 구조조정 시스템 마련을 추진한다. 정부 주도하에 채권은행을 주체로 하는 구조조정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과거와 달리 기업들의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의존도가 대폭 확대되면서 종전처럼 은행권을 통한 기업구조조정은 한계에 직면했다는 진단이다. 이에따라 보다 효과적인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종전과 다른 방식의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동훈 금융위원회 기업구조개선과장은 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기업부채 부실규모 및 손실예상 추정' 세미나에서 "시장친화적인 기업구조조정 추진 인프라가 구축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라며 "객관적이고 엄격한 기준에 근거해 적극적으로 구조조정 대상기업을 선정하고 효과적인 워크아웃 추진이 곤란한 기업에 대해서는 신속히 시장 매각을 추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의견 수렴 및 막바지 작업을 거쳐 이달 중순쯤 '시장 친화적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새 방안은 PEF(사모펀드)를 구조조정 주체로 내세운다. PEF가 부실기업채권을 인수해 부실 분야를 선제적으로 정리하는 식으로 기업정상화를 이끌게끔 하겠다는 것이다. 토론에 참석한 정용석 산업은행 기업구조조정본부장은 "비업무용 자산 및 사업부 매각, 분할·합병 등 사전적인 재무전략을 원활하게 지원하기 위해서 PEF 등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한 토대로 금융당국은 워크아웃 진행상황이 부진할 경우 구조조정채권을 시장에 매각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행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은 워크아웃의 지속 필요성에 대한 평가와 이에 대한 공시 조항만 있다. 당국은 워크아웃이 3년 이상 진행된 상황에서도 구조조정 지속 필요성이 부정적으로 평가될 시 채권을 시장에 팔도록 할 방침이다.
독립적 평가기관을 만들어 구조조정 대상기업 채권의 공정가치를 산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의 경우 공정가치를 산정하는 회계법인이 의뢰인인 해당 기업에게 우호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독립 평가기관이 산정을 맡으면 이같은 우려에서 벗어날 수 있어 채권 매각에도 속도가 붙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아울러 정책금융기관 주도의 기업구조조정 펀드 조성도 준비한다. 독립적인 운용사가 모(母)펀드를 운영하고 민간 구조조정 전문기관을 자(子)펀드로 선정해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정책금융기관이 펀드에 충분한 자금을 지원해 구조조정채권시장에 선도적으로 시장을 조성토록 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