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살충제 계란파동

[런치리포트]살충제 계란파동

우경희, 안재용 , 노규환 인턴,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기자
2017.08.17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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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종합

손 놓은 정부, 방관한 국회가 '살충제 계란' 불렀다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윈회 전체회의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국내산 계란과 관련한 업무보고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2017.8.1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윈회 전체회의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국내산 계란과 관련한 업무보고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2017.8.1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계란 안전관리종합대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계란과 관련된 안전관리 수준을 한 단계 높이겠습니다."(2016년 10월 7일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손문기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불과 10개월여 전이다. 닭 진드기 제거를 위한 양계장의 살충제 사용과 이에 따른 계란 오염 위험성은 지난해 가을 이미 국정감사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정부는 계란의 안전관리 수준을 한단계 높이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이듬해 여름, 살충제 계란이 시중에 유통되기까지 정부도, 국회도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

◇작년 복지위서 이미 '살충제 계란' 지적 =16일 국회 회의록 시스템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성북을)은 지난해 10월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의 복지위 국감에서 "축산 농가들이 (닭의) 진드기를 털어낼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그냥 농약을 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 의원은 당시 "선진국은 2012년부터 케이지(20x25cm) 방식을 전면적으로 다 폐기했는데 우리나라는 유럽에서 폐기한 케이지, 심지어 중국에서 폐기한 것까지 수입해서 사용하고 있다"며 "그러니까 진드기를 털어낼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암을 유발하는 살충제까지 혼합해서 막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계사를 다 비우고 써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답답하니까 닭에다 (살충제를) 직접 뿌리는 데도 있는 것"이라며 "2개월에 한 번 씩 해야 하는데 여름 같은 경우에는 2개월이 아니라 2주에 한 번씩, 계사를 비우지도 않고 직접 닭들한테 뿌려대니 (닭이) 얼마나 오염돼 있는지, 그리고 계란이 얼마나 오염돼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지적에 당시 손문기 식품의약안전품처장은 "계란 안전관리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상위부서인 농림식품부의 실태조사는 상위부서인 농림식품부와 함께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생산 단계는 농림수산식품부 소관 사항이기 때문에 저희가 저 부분에 대해서는 21개 농장을 실태조사를 지금 하고 있다"고 답했다.

손 전 처장은 거듭되는 기 의원의 지적에 "동물용 의약품이나 농약에 대한 부분에서 저렇게 되는 부분이 있는데 시급하게 개선이 필요해서 계란 안전관리종합대책을 마련해서 추진하고 있다"며 "이제 막 시작을 해서 아직 구체적 실적들이 안 나오고 있지만, 완전히 손을 놓고 있지는 않았으며 이번 기회에 계란과 관련된 안전관리 수준을 한 단계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정부의 발언과 달리 체계적인 정부의 양계장 살충제 사용에 대한 대책은 제대로 전개되지 않았다. 이번에 문제가 된 '피프로닐'에 대해서는 잔류농약검사권을 식약처가 가져가면서 사각시대가 발생했다. 결국 실제 살충제 계란 파동까지 이어지게 됐다.

16일 오전 서울 노원구 신계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이 메뉴에서 계란이 빠진 급식을 먹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국내산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과 '비펜트린' 성분이 검출돼 우려가 커지면서 전수조사가 완료되는 오는 17일까지 학교급식에서 달걀을 사용하지 않도록 지시했다. 2017.8.1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6일 오전 서울 노원구 신계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이 메뉴에서 계란이 빠진 급식을 먹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국내산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과 '비펜트린' 성분이 검출돼 우려가 커지면서 전수조사가 완료되는 오는 17일까지 학교급식에서 달걀을 사용하지 않도록 지시했다. 2017.8.1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회 관련 법안은 단 1건…'계류중' =살충제 계란을 예견한 이는 기 의원 뿐이 아니다. 박인숙 바른정당 의원(서울 송파갑)은 지난해 말 '축산물위생관리법개정안'을 발의했다. 계란의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위생관리 강화를 추진하는 법안으로는 유일하다. 정운천 바른정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가축전염병예방법개정안'에 계란 난좌 유통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AI(조류독감)에 대한 조치에 그쳤다.

박 의원은 "계란은 가정에서 직접 조리해 섭취하는 등 대다수 국민이 거의 매일 섭취하는 식품이지만 부패와 변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많아 다른 식품과 비교할 때 생산 및 유통에 있어 보다 철저한 위생관리가 필요하다"며 "생산자가 출하 전에 지켜야 할 사항과 이를 점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법률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계란 사태는 닭용 진드기 살충제에서 비롯됐다. 보다 빨리 계란 생산 과정에서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통과됐더라면 발생 가능성을 줄일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의원은 "법이 통과됐다면 이런 일이 안 일어났을텐데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며 "법안이 통과되면 유통 과정에 대한 추적검사가 가능해지고 100%라고는 말하기 어렵겠지만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만큼 빨리 통과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계란의 생산관리와 유통에 관한 법안은 박 의원의 법안 외엔 찾아보기 어렵다. 19대 국회 당시 길정우 전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식품위생법개정안'이 저질 계란 생산과 유통을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역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폐기된 법은 저질 계란으로 피해를 입은 경우 구제의 폭을 넓히는 방안도 포함하고 있어 이번 계란 파동을 보는 입맛을 더 쓰게 만든다.

그나마 19대 국회 당시 한선교 한국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어린이식생활안전관리특별법개정안'이 수정 가결된 게 최근 계란 관련 법안의 유일한 성과다. 다만 이는 어린이들이 계란이나 우유 등을 먹고 식품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도록 예방하는 내용의 법안이어서 사실상 불량 계란의 대량 유통 차단과는 거리가 있다.

기 의원은 "지난해 국감에서 주문했던 관리감독체계 일원화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재정과 인력 등의 문제로 산란농가에 대해서는 농식품부, 유통과정에 대해서는 식약처가 감독하고 있는데 부서가 통합돼 있지 않다보니 비효율성과 중복성이 많다"고 비판했다. 이어 "제대로 된 조사가 진행되지 않아 관리감독 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다고 했는데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식약처가 지난해 9~10월과 올해 4~5월 진행한 조사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기 의원은 "두 번에 걸쳐 표본조사를 한 건데 해당 시기는 시원한 때라 진드기가 적기 때문에 살충제를 쓰지 않는다"며 "눈가리고 아웅식의 조사를 한 것으로 조사를 실시하려면 (더운 시기인) 7~8월에 진행했어야 했다"고 했다.

피프로닐과 비펜트린 사용의 법적 근거와 기준치에 대해서도 제도마련이 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기준치(비펜트린 0.01mg, 피프로닐 0.02mg)는 개나 고양이에 적용되는 기준으로 계란에 적용되는 법적 기준 허용치가 아니다"라며 "지난해 해당 살충제의 합법적 기준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는데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회의실에서 전체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2017.08.16. yesphot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회의실에서 전체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2017.08.16.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살충제 달걀' 與野 한목소리 비판 "신속대응·재발방지 필요"

'살충제 달걀' 문제에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16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여야 의원 모두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안일한 대응에 대해 비판하고 나섰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달걀에 대한 신속한 파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고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빗발쳤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안전성 조사결과가 나올때까지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며 "지금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나 철저하게 조사감독해 외양간이라도 제대로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기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지적한 후 작년 9·10월, 올해 4·5월에 조사해 안나왔다는 것은 살충제 사용량이 많은 혹서기를 피한 것으로 '눈 가리고 아웅한다'는 얘기를 듣지 않을 수 없다"며 "관리감독 일원화와 기준치 마련 등 제도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두 차례의 조사에서 지나치게 적었던 표본 문제도 제기됐다.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국감과 언론에서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지난해 단 60개 농가를 대상으로 조사를 했을 뿐 이전에는 조사를 한 적이 없다"며 "(조사범위가) 전체 농가의 4.1%에 불과했다는 점도 이해가 안 간다"고 밝혔다.

정춘숙 민주당 의원도 "샘플조사 규모가 유통란 10만개 중 1개 꼴이고 닭의 경우에도 10만마리중 4마리로, 조사해도 의미가 없는 수준"이라며 "대규모 사육농가 중심으로 조사한다는 등의 기준을 세워 조사를 실시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닭고기 안전 문제도 점검해야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권미혁 민주당 의원은 "산란계가 알을 낳지 못하면 노계로 싸게 유통되는 경우가 있고 군납과 소시지용으로도 사용되고 있다"며 "닭고기 판매업자들에게 피해가 커질 수 있는만큼 빨리 대책을 세워 국민불안을 잠재워야 한다"고 꼬집었다.

야당에서는 조기에 해결이 가능하다는 이낙연 총리의 발언과 국내산 계란은 안전하다는 류영진 식약처장 발언에 대해 날을 세워 비판하기도 했다.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낙연 총리가 오전 국무회의에서 유통이 완벽하게 파악되고 있어 AI에 비해 해결이 쉽다고 말했는데 총리가 그렇게 말하는게 이 정부의 문제"라며 "장미빛 청사진만을 제시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인숙 바른정당 의원은 "식약처장이 (아이들에게) 먹여도 된다고 하면 먹여도 된다고 믿게 된다"며 "개인자격이 아닌만큼 모르면 모른다고 솔직히 말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유통과정에서 (계란을) 추적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현행법에는 유통업자의 위생관리가 미비돼 있어 계란의 유통과정을 추적할 수 있는 법안이 빨리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류영진 식약처장은 여야 의원들의 지적에 대해 "체계적 시스템을 만들어 생산후 모든 부분을 (식약처가) 책임질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잠정적으로 유통판매를 중단했고 문제가 발생하면 전량회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계란에 대해 신속한 조사를 실시하는 동시에 잔류물질 검사를 강화하고 생산자 교육을 확대하는 등 제도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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