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케이블카' 두고 문화재청-문화재위 첫 평행선

'설악산 케이블카' 두고 문화재청-문화재위 첫 평행선

구유나 기자
2017.10.28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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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행심위 판결 따를 수 밖에" vs 환경단체 "소극적 행태…문화재 보호 어려워질 것"

설악산국립공원 지키기 국민행동, 케이블카 반대 설악권주민대책위 소속 회원들이 2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문화재청의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추진강행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뉴스1
설악산국립공원 지키기 국민행동, 케이블카 반대 설악권주민대책위 소속 회원들이 2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문화재청의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추진강행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뉴스1

문화재위원회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오색삭도)' 설치에 대해 최종적으로 부정적 의견을 내놓았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정부 다른 기관의 결정에 따라 설치 승인을 내릴 수 밖에 없어 처음으로 자문기구와 반대되는 결정을 내릴 전망이다. 문화재청이 마지못해 사업을 허가하는 모양새라 우리 문화재 보존과 활용을 책임지는 기관의 독립성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 25일 문화재청은 문화재위원회 천연기념물분과 회의에서 설악산 천연보호구역 내 케이블카 설치 현상변경에 대한 심의 결과 케이블카 설치와 운영이 문화재에 영향이 크다는 이유로 부결했다고 밝혔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는 양양군이 1995년 3월부터 추진한 사업으로 남설악지역 오색약수터부터 끝청 아래까지 3.5㎞ 구간에 걸쳐 곤돌라, 정류장, 전망대, 산책로 등을 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설악산은 1965년에 천연기념물 제171호로, 1970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됐기 때문에 환경부의 공원계획 승인과 문화재청의 현상변경허가가 없으면 사업 진행이 불가능하다.

환경부 국립공원관리위원회는 2012년,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계획안을 부결했지만 2015년 8월에 조건부 승인했다. 2014년 박근혜 전 정권에서 케이블카 사업을 '유망 서비스 산업 육성 중심의 투자활성화 대책'에 포함시켜 발표한 이후였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윗선에서 사업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느낌이었다"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문화재청은 문화재 보호를 이유로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지만 행정심판 결과로 판도가 바뀌었다. 지난해 12월 문화재위원회가 현상변경안을 부결하자 양양군은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이하 행심위)에 행정소송을 냈고, 행심위는 지난 6월 문화재청에 케이블카 사업을 승인하라고 재결했다. 그럼에도 문화재위원회에서 또다시 '부결'을 낸 것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

지난해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예정지 현장검증을 진행한 한봉호 서울시립대 교수는 "문화재위원회의 부결 판단은 법치국가로서의 자존심을 지킨 것"이라며 "설악산은 국가에서 정한 천연보호구역이자 국립공원으로 가장 높은 수준의 보호가 필요한 곳이기 때문에 심의위원들은 원칙에 따라 판단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의 재개 여부가 결정되는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앞에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찬성하는 양양지역 주민들이 현수막을 설치하고 오색 케이블카 즉시 이행을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의 재개 여부가 결정되는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앞에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찬성하는 양양지역 주민들이 현수막을 설치하고 오색 케이블카 즉시 이행을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문화재청 측은 "문화재청이 문화재위원회의 '부결' 판단에도 사업 허가를 주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당혹스러워하면서도 "행심위 판결이 나온 이상 문화재청은 사업 허가를 낼 수 밖에 없으며 조만간 '승인' 또는 '조건부 승인' 발표를 하면 케이블카 사업 추진 문제는 문화재청의 권한을 떠나게 된다"는 입장을 전했다.

양양군 측은 "문화재청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는 친환경 케이블카를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후에도 환경부, 산림청 등 10여 개에 달하는 행정절차가 남은 상황에서 환경 단체의 반발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양양군은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더라도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면 환경부 환경영향평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의 공원사업시행허가, 산림청의 산지전용허가 등을 거쳐야 한다.

정인철 설악산국립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사무국장은 "이번 문화재위원회 심의에서는 문화재 보존과 이용에 대한 이익형량(보다 중요하거나 우월한 가치를 보호하는 것)을 재검토했기 때문에 행심위의 (처분) 반복 금지 조항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애초에 문화재위원회의 결정에 행정적 귀속력이 없다면 위원회를 왜 개최했는지조차 알 수 없다"며 문화재청의 소극적 대응을 지적했다.

환경부가 기존 입장을 번복하고 이후 절차를 불허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7월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환경부는 지난 시절 개발의 논리에 밀려 환경 가치를 지키기는커녕, 오히려 개발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하급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반성문 성격의 언급을 내놓은 바 있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사업시행에서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근거가 되는 발언이다.

한 교수는 "잘못된 행정행위가 단지 먼저 일어났다고 해서 그대로 따르는 것은 정부기관의 보신주의, 행정편의주의적인 행태"라며 "만약 설악산에 케이블카가 설치된다면 문화재 보호 등을 이유로 제재를 받았던 다른 모든 사업 주체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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