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인터뷰는 인터뷰이의 약력이나 훑어보고 찾아가 두어 시간 이야기를 나눈 다음 그 삶과 정신에 대해 파악하는 양 구는 일인 듯하다. 물론 그건 인터뷰라는 노동을 둘러싼 추레한 환경 때문이다.” 출판인 김규항씨는 2004년 ‘전문인터뷰어' 지승호씨의 책 추천사에서 한국의 인터뷰어들이 처한 환경적 한계를 지적하며 15년간 ‘전문인터뷰어'의 길을 걸어온 그를 치켜세웠다.
하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승호씨는 이런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왔다고 회고한다. 그는 “지난 15년 인터뷰 인생은 ‘인터뷰는 남의 말이나 받아 적는 일’이라는 편견과의 싸움이었다”고 말한다.
이번에 출간된 ‘지승호, 더 인터뷰(THE INTERVIEW)'는 이런 그의 인터뷰 내공과 노하우가 결집된 인터뷰집이다. 강준만·김난도 교수, 강풀 만화가, 이상호 기자 등 다양한 분야에 포진한 인물들의 인터뷰를 실었다.
유명 인사와 인터뷰이들의 입에 침이 마르는 칭찬이 담긴 추천사와 소감을 통해서도 드러나듯 그의 인터뷰에는 '어떤 특별한 것’이 있다.
지씨는 만화가 강 풀씨를 인터뷰 할 때 그의 작품에서 각각의 등장인물이 어떻게든 엮인다는 공통점을 파악, 여기에 만화가의 ‘나쁜 짓 하지 말고 살자’는 세계관 및 인생관이 투영된 것이 아닌지 질문한다. 이를 위해선 인터뷰이의 작품을 사전에 섭렵하는 노력이 있었을 터. 이런 꼼꼼한 사전준비는 강풀씨의 입에서 "목사의 아들로 자라서 그런지 나쁜 짓 하지 말고 살자는 생각이 몸에 배어 있는 것 같다"는 집안 얘기까지 스스럼없이 나오게 만든다.
◇지승호, 더 인터뷰(THE INTERVIEW)=지승호 지음. 비아북 펴냄. 367쪽.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