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형서점에 가면 미술 관련 서적이 차지하는 공간이 눈에 띄게 넓어졌다. 미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미술사에 통시적으로 접근하는 서적도 다양하게 출판되고 있다. 하지만 미술사의 통시적 접근은 전체를 조망하긴 좋지만 자칫 평이한 서술로 딱딱해질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학부 때 독문학을 전공했지만 러시아 트레차코프미술관에서 만난 작품에 감동, 러시아에서 미술사를 공부한 후 미술평론 및 각종 강연활동 등으로 대중과 소통해온 저자가 교과서적인 접근을 넘어 미술을 통해 인간과 세계의 역사를 들려준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천국에 갔을까. 저자에 따르면 14세기 단테가 쓴 '신곡'에는 두 위대한 철학자가 그리스도를 만나지 못한 탓에 지옥에 배치돼 있다.
하지만 16세기 초 교황의 집무실 역할을 한 바티칸 서명실에는 두 철학자가 등장하는 라파엘로의 명작 '아테네 학당'이 그려져 있다. 교황의 집무실에 이교도라고 할 수 있는 두 철학자가 등장한 그림은 파격적이다.
이는 "신학은 신성한 것에 대한 지식이요, 철학은 이 세상 것에 대한 지식"이라는 말처럼 '신학'의 전일적인 지배를 포기한 교황청의 생각을 보여주는 변화이자 역사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화가 고흐는 가난하고 소박한 사람들에 대한 큰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유럽에서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가족해체는 급격히 이루어지고 노동자 계급의 가족이 모여 소박하게 저녁을 먹는 풍경은 점점 찾아보기 어렵게 된다.
고흐가 그린 '감자먹는 사람들'은 노동을 마친 노동자 가족이 함께 저녁을 먹는 모습을 보여주며 그것의 가치를 강조한다. 그리고 감자를 권하는 '남자의 손'은 노동과 노동으로 얻은 식사의 소중함을 표현한다.
에두아르 마네의 작품 '1867년 막시밀리안 황제의 처형'을 통해 저자는 19세기 서구 제국주의와 식민지를 둘러싼 복잡한 세계사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프랑스의 팽창주의와 식민지 멕시코, 괴뢰정부의 수장인 오스트리아 왕자 막시밀리안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이외에도 밀레의 '이삭줍기'.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아',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 등 우리가 익숙하게 본 다양한 작품을 인간과 시대 상황, 역사 등과 연결해 고루한 미술이 아닌 살아있는 미술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시대를 훔친 미술=이진숙 지음. 민음사 펴냄. 556쪽. 3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