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만남이 잔잔하게 교차하는 풍경 '봄의 정원'

박다해 기자
2016.04.15 07:03

[따끈따끈 새책] 제151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시바사키 도모카의 소설 '봄의 정원'

도쿄도 세타가야구의 오래된 연립주택에 사는 주인공 다로. 이혼한 지 얼마 안 된 전직 미용사인 그는 우연히 같은 연립에 사는 여자 니시가 담을 넘어 이웃의 '물빛 집' 부지에 침입하려는 것을 목격한다.

다로는 주의를 주기 위해 니시를 불러세우지만 뜻밖의 사연을 듣게 된다. 20년 전 이 집에 살던 젊은 광고감독과 여배우 부부의 일상생활을 촬영한 사진집은 꽤 큰 인기를 끌었다. 사진집의 제목은 '봄의 정원'. 니시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처음 이 사진집을 접한 뒤 대학교 사진부에 진학한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이사할 집을 찾던 니시는 우연히 물빛 집을 발견한다. 그리고 가까이서 그 집을 바라보고 싶어 이웃 연립으로 이사왔다. 니시는 끊임없이 사진집 속 집과 지금의 물빛 집을 비교하며 관찰한다. 결국 그녀의 독특한 열정에 관심이 생긴 다로는 일련의 행동에 동참하게 된다.

일본에서 가장 권위있는 순수문학상인 제151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작품 '봄의 정원' 이야기다. '오늘의 사건사고', '그 거리의 현재는', '다시 만날 때까지', 자나깨나' 등을 펴낸 작가 시바사키 도모카의 작품이다.

많은 일본 영화가 그렇듯, '봄의 정원'은 기-승-전-결 구조를 갖추고 완결성을 지닌 이야기를 하지는 않는다. 다만, 잔잔하게 흘러갈 뿐이다.

물빛 집에 어떤 비밀이 있다거나 다로와 니시가 연인관계로 발전한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분위기를 유지한 채 담담하게 두 주인공의 일상과 마을의 풍경을 풀어낼 뿐이다.

작가는 하늘, 담장, 나무 등 매일 스쳐가는 평범한 풍경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그러면서 소소한 일상 속에 새겨진 소중한 순간을 자각하게 만든다. 사진첩을 들춰보듯 풍경이 스쳐가고, 그 풍경 속에 주인공의 이야기를 녹여낸다.

아쿠타가와상 심사위원단은 '봄의 정원'을 두고 "지금까지 발표한 소설 가운데 가장 완성도와 성숙도가 높은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다로와 니시의 기억과 만남이 교차되는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도 절로 그리운 사람과 풍경을 떠올리게 된다.

작가는 이야기한다. "'봄의 정원'은 기억과 만남의 이야기입니다. 낯익은 듯한 풍경 속에서 그리운 사람 혹은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사람을 생각하거나 먼 과거의 일을 떠올리게 하는 소설입니다. 꼭 천천히 읽어주세요"

◇봄의 정원=시바사키 도모카 지음. 권영주 옮김. 은행나무 펴냄. 156쪽/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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