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의료기기'가 중동에서 글로벌 진출의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의료 문호가 개방돼 제품을 알리기 적합한데다 최근 정부간 협약에 따라 허가 절차도 한층 간소화됐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부터 4일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WHX DUBAI 2026'(구 아랍헬스)에는 삼성메디슨을 비롯해 에스디바이오센서, 퀀타매트릭스, 휴온스메디텍, 동아참메드, HLB파나진, 프로메디우스 등 국내 기업이 200곳 넘게 참가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인천테크노파크, 성남산업진흥원과 함께 운영한 '한국 통합전시관'에서도 다인메디컬, 힐세리온, 투엘바이오, 픽셀로, 큐라코, 메디셀헬스케어, 초이스테크놀러지, 메드믹스, 메디허브, 메디인테크 등 10개 스타트업이 참가해 체험형 부스 운영 등으로 참가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 기업의 신제품 출시 소식이 연이어 들렸다. 삼성메디슨은 초음파 신제품 'V4'와 '에보Q10(EVO Q10)'의 글로벌 출시를 알린 동시에 초음파 진단기기 'R20'을 중동 지역에 처음 소개했다. 행사 2일차에는 '삼성 AI 심포지엄' 통해 실제 임상에서 활용 사례를 공유하며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유규태 삼성메디슨 대표(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장)는 "첨단 AI기술을 바탕으로 한 진단 솔루션으로 중동에서 의미 있는 성장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이번 전시의 목표"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동아에스티의 자회사 동아참메드도 감염관리 기업 MH헬스케어와 합병 이후 확장된 제품 포트폴리오를 글로벌 시장에 처음 선보였다. 영상 장비와 광원 장치를 결합한 'New Qvion'와 감염관리 라인업 'AER & Wipes' 등이 주목받았다. 휴온스그룹 휴온스메디텍도 국내 최초로 충격파 헤드와 초음파를 일직선 구조로 결합한 체외충격파 쇄석기 'URO-UEMXD'를 선보이며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중동은 역사적으로 아시아가 유럽·아프리리카 등 해외로 뻗어나가는 교두보 역할을 해왔다. 의료기기 업체 입장에서는 다수의 중동 국가가 해외 의료기관에 문호를 개방한 만큼 난제 중 하나인 '글로벌 의료진과 접점'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최근 중동 지역의 의료 현대화 정책에 따라 첨단 의료 기술 수요가 늘면서 국내 혁신기술에 대한 관심은 점차 커지고 있다. 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UAE와 사우디아라비아 수출액은 2024년 기준 1억4500만 달러, 8100만 달러로 각각 2020년 이후 각각 연 평균 10%, 2% 성장했다. 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는 "특히 인공지능(AI)을 비롯한 디지털헬스케어, 내시경과 로봇 등 최소침습 고정밀 수술 기기, 고령화와 만성질환에 대응한 연속혈당측정기, 체성분분석기 등에 수요가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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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지난달 16일 UAE의 의료제품 규제기관(EDE)이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를 '공식 참조 규제기관'으로 인정하며 허가 심사 절차가 크게 완화했다. 기존에는 UAE 허가 신청을 하려면 원칙적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청(EMA) 허가가 필요했지만 한국 허가만으로도 이게 가능해졌다. 심사 기간 단축과 절차 간소화, 제조시설 실사 면제 등의 혜택도 부여된다.
업계에서는 올해 처음 시행되는 '시장 즉시진입 의료기술' 제도가 식약처 규제과학 역량을 끌어올리는 마중물이 될 경우 '허가 프리패스' 국가가 중동 외까지 확대될 것이란 기대감이 감지된다. 디지털의료기기(113개 품목), 체외진단시약(83개 품목), 의료용 로봇(3개 품목) 등을 대상으로 국제 수준의 식약처 임상평가를 거치면 즉시 비급여로 시장에 진입하게 하는 제도로, 혁신의료기술의 허가·평가 경험이 해외 국가와의 '규제 외교'에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임재준 연세대 의료기기산업학과 겸임교수(이듬법률사무소 대표)는 "국내 의료기기 허가에 대한 대외공신력을 높이려면 식약처와 의료기기 업체의 인허가 역량 강화가 우선돼야 한다"며 "이번 시장즉시진입제도 도입 등을 통해 규제 과학에 대한 공신력을 높인다면 K-의료기기 경제 영토 확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