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그 수가 많았다.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거나 ‘결혼제도’ 자체에 부정적인 의견을 지닌 경우 말이다. “비혼을 택한 것은 아니다” 라면서도 ‘사랑하는 두 개인의 연대’가 아닌 ‘집안과 집안의 만남’으로 진행되는 한국 특유의 결혼문화에 피로함을 호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비혼’이란 주제를 다루게 된 것은 강남역 살인사건, 넥슨의 김자연 성우 해고 논란 등을 거치며 더 격렬해진 페미니즘 열풍 때문이었다. 기존의 비혼 논의가 경제적인 이유로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N포세대’의 연장선에서 주로 다뤄졌다면 최근에는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한국에서 굳이 결혼할 이유가 없다”는 기류가 나타나고 있었다.
취재 중에 만난 소위 ‘결혼적령기’의 여성들은 “결혼은 곧 여성을 이중으로 착취하는 구조”라는 인식이 강했다. ‘가사노동과 육아’를 오롯이 감당하면서도 ‘맞벌이’를 하는 경제 주체의 역할까지 요구받는 현실 때문이다.
젊은 세대일수록 성별과 상관없이 ‘비혼’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점도 흥미로웠다. 결혼을 ‘인생의 과업’으로 여기고 일정 부분 희생도 감내했던 예전과 달리 더는 구시대적인 가부장제 구조에 맞춰 ‘개인의 행복’을 희생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비혼’ 논의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한 비혼주의자는 “전보다 이상하게 보는 시선이 줄었다”고 털어놨다. “부모님도 제 의사를 존중해 주는 편”이라는 사례도 많았다. 개인의 의식과 사회의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동거나 파트너십제도, 싱글맘과 싱글대디, 공동체 등 보다 다양한 형태의 연대에 대한 논의가 요구되는 이유다. ‘동성결혼’을 두고 법적 투쟁을 계속 벌이고 있는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 레인보우팩토리 대표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취재 내내 현재 결혼제도가 가지고 있는 ‘무게감’이 오히려 ‘사랑과 신뢰’라는 본질을 가려버리고 있는 것 아닌지 의문이 떠나지 않았다. 결혼, 조금만 가벼워져도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