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이화여대 재학 중 대리시험 및 대리수강을 했다는 흔적이 드러난 가운데 해당 수업을 맡은 류철균(필명 이인화) 이화여대 융합콘텐츠학과 교수가 관련성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이 교수는 18일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정씨의 학점 특혜 의혹과 관련 "당시 (해당 수업) 낙제자들이 절반 가까이 돼 (정씨뿐 아니라) 기말고사 및 출석 관련 가산점을 (다수의 학생들에게) 일괄적으로 줬다"고 밝혔다. 지난 1학기 처음 개설한 '케이무크(K-mooc)' 강의에서 낙제율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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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 가까이 낙제하는 상황…가산점 최대 103명에게 부여한 것"
정씨가 수강한 이 교수의 '영화스토리텔링의 이해' 수업은 온라인 점수 50점, 오프라인 점수 50점 (특강 출석 점수 15점, 기말고사 점수 35점)으로 구성되며 총점 70점을 넘어야 통과한다. 시험 성적은 A, B, C가 아니라 S(통과) 또는 U(탈락)로만 표기된다. 정씨는 온라인 점수 50점, 오프라인 특강 출석 점수 10점, 기말고사 점수 10점을 받아 간신히 통과했다.
이 교수는 정씨의 대리수강 의혹과 관련 "수강기록은 내가 체크하는 것이 아니라 '케이무크센터'에서 기록이 넘어오는 것"이라며 "담당 교수가 (실제 수강 여부를) 알 수 있는 구조가 아니며 정씨는 (넘어온 기록에 따라) 기준대로 점수를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점수는 '케이무크센터'가 강의 수강률과 퀴즈 점수를 합쳐 '퍼센트'(%)로 집계한 뒤 교수에게 해당 기록이 넘어오는데 이 과정에서 교수 개인이 개입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온라인 점수는 61%를 넘으면 50점 만점을 받을 수 있다. 정씨는 85%를 받았다.
정씨가 오프라인 특강엔 출석하지 않았는데도 '체육특기자'란 이유로 10점을 취득, '학점 특혜'를 받았단 논란에 대해선 "(정씨 뿐 아니라) 당시 결석사유가 인정되는 학생 32명에게 일괄적으로 10점을 부여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당초 전체 수강생은 276명 가운데 총점이 70점이 안 돼 낙제 위기에 놓인 학생이 128명에 달했고 낙제율을 줄이기 위해 오프라인 점수에서 가능한 가산점을 최대한 부여했다. 그는 "온라인 수업(케이무크)이 처음이다 보니 (교수와 학생이) 서로 어느 정도 (수준이) 나오는지 몰랐다. 나는 오프라인 강의와 똑같은 난이도로 출제했는데 상대적으로 오프라인 강의보다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떨어지는 편이었다"며 "도저히 그걸로 반을 낙제시킬 순 없다고 생각해서 (가산점을) 일괄적으로 줬다"고 말했다.
당시 기말고사 점수가 5점이 안 되는 학생 103명도 기말고사 점수가 10점으로 모두 상향 조정됐다. 결국 해당 수업에서 최종적으로 낙제한 학생 수는 27명이다. 점수를 '후하게 줬다'는 지적은 제기될 수 있지만 일각의 주장대로 정씨에게만 특혜를 준 것은 아니란 설명이다.
이 교수는 또 정씨의 대리시험 논란에 대해선 "수강생이 276명에 달하는데 일일이 이름을 볼 정신도 없었다. 받은 답안지를 채점한 것일 뿐"이라며 "22년을 이대에 있었지만 이런 과목을 대리 수강하고 대리시험을 칠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부에 이 같은 상황을 충분히 설명했는데도 교육부는 들은 척도 안 하더라"고 덧붙였다.
"융성위 활동했지만 차은택과 인사도 한 적 없어…전혀 모르는 사람"
이 교수는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 청년희망재단 초대 이사 등을 지냈단 이유로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씨와 관련이 있다는 의혹도 정면 반박했다.
차씨와 문화융성위 활동 기간이 겹치지만 회의 참석 등 활발하게 활동을 안 해 마주칠 일이 없었다는 것. 류 교수는 "(차씨를) 지나가면서 보거나 인사도 한 적이 없다"며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교수는 김용걸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와 함께 2014년 3월 7일부터 2015년 3월 6일, 같은 달 25일부터 2016년 3월 24일까지 2년 동안 융성위원으로 활동했다. 차 씨가 융성위원으로 활동한 시기는 2014년 8월 19일부터 2015년 8월 18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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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차씨와 박근혜 대통령이 자리한 '문화창조융합벨트' 개소식에 이 교수가 참석했지만 각기 다른 층의 행사에 참여해 차씨를 보지 못했다고도 했다. 이 교수는 "당시 스타트업 대표 15명과 박 대통령이 간담회를 하는데 융성위원 중 1명이 사회를 봐야 한다고 해서 50분 동안 사회를 보고 (그 자리를) 떠났다"며 "(융성위) 회의를 안 하다 보니 그런 행사(참여)를 강요하는 분위기가 있어 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년희망재단' 이사는 무료 봉사 차원…단 1원도 안 받아"
삼성, 현대, LG 등 대기업 총수가 대규모 자금을 출연해 노동계의 '미르·K스포츠재단'이란 지적을 받는 '청년희망재단' 초대 이사를 맡은 점도 "무료봉사 차원에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교수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재단 이사를 지냈다. 그는 "아내가 매 주 새터민 (의료) 봉사를 나가고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병원 문을 닫고 안산 단원고로 한 달 넘게 무료 봉사진료를 나갔다"며 "나도 무료봉사를 해야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노동부에서 전화가 와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노동부 측이) '면접 보러 가는 청년 중에 양복이 없어 (그런 청년들에게) 양복을 대여해주는 청년기업을 지원해주는 재단을 만드려고 하는데 대통령도 돈을 냈다'고 설명했다"며 "국민성금으로 만들어지는 재단이고 비상근 이사라 당연히 급여도 없고 회의비도 못 드린다고 했다. 그래도 하겠느냐고 물어 '무료봉사라면 하겠다'고 해서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사를 하면서 대가성으로 "단 1원도 받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정부의) 위원회 활동은 이명박 정부 때도, 노무현 정부 때도 했었다"며 "박근혜 정부 들어서 연구비도 받은 것도 없고, 안 하던 활동을 새롭게 한 것도 없다"고 했다. 그는 "문체부가 2013년 12월에 준 표창장도 까먹고 찾지 못하다가 몰라 1년 뒤에야 소포로 받았다"며 문체부의 특혜 의혹도 부인했다.
이인화 교수는 대구고등학교를 졸업,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 최재경 현 청와대 민정수석과 동문이다. 이번 정부에선 국세청, 감사원, 군 등 정부 주요 보직에 대구고 출신이 요직을 차지해 '대구고 라인'이 있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 교수는 또 자신의 소설 '인간의 길'로 '박정희 미화소설'이란 비판도 받았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대구고를 졸업하고 단 한 번도 동창회를 가본 적이 없고, 소설도 일부 평론가들이 했던 얘기일 뿐"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