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은택, 문화융성위원→ 한달후 인천아시안게임개폐회식 영상감독→다음해 4월 창조경제추진단장
- '김영석 한복디자이너·채미옥 감정원 부동산연구원장·송혜진 국악방송사장' 문화융성위 전문위원 3인, 미르재단 초대 이사진 활동

“2차 정기회의에서 위원장으로(서) 보고할 핵심사항으로는 (중략) 인문정신이 바탕이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과거 '새마을운동'처럼 '새마음운동'을 추진하며 생활 속에 인문정신과 생활문화가 확산되도록 하는 것” (2013년 10월 문화융성위원회 1차 임시회의록)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융성위)의 회의록에 적시된 내용이다. 전후 맥락을 보면 1기 문화융성위원장인 김동호 단국대 영화콘텐츠 전문대학원장의 발언으로 추정된다. 김 원장은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융성위 활동 관련해선 할 말이 없으니 융성위 측에 물어보라"고만 답했다.
이 발언을 보면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 최순실씨까지 오버랩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영애시절 고 최태민씨와 대대적으로 벌인 사업이 ‘새마음갖기운동’이다. 현재 ‘비선실세’로 불리는 최씨의 딸 최순실씨는 단국대 청강생 신분으로 ‘새마음봉사단 대학생 총연합’ 회장을 맡았다.
2014년 6월 열린 3차 임시회의에선 이렇게 이어진다. “‘새마을운동’ 차원의 인지도를 가질 수 있도록 적극 홍보가 필요하다.” “(인문정신문화 진흥운동의) 비전 부분은 정체성을 살려 한국인다운 한국인 되기, 한국인으로서 자긍심 갖기 등을 제안한다.”
최씨의 최측근으로 정부의 문화 관련 사업을 주도했다는 차은택씨가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그가 위원으로 활동한 융성위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 융성위, ‘문화계 황태자’부터 ‘미르재단’ 이사진까지 포진…"차은택, 워크숍 참석만 1회"
융성위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 핵심기조인 ‘문화융성’을 담당하는 자문기구로 2013년 7월 25일 공식출범했다. 1기 융성위는 김동호 위원장을 필두로 22명의 민간 위원과 당연직인 교육부 장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행정자치부 장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정부위원 4명이 포함됐다.
당시 융성위 산하 전문위원으로 활동한 김영석 한복디자이너, 채미옥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장, 송혜진 국악방송 사장 3인은 ‘미르재단’ 초대 이사진을 맡았다. 1기 융성위가 지난해 8월까지 2년 동안 개최한 회의는 정기·임시회의를 합쳐 총 9회, 이 가운데 박 대통령이 참석한 정기회의는 4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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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씨는 2014년 8월 19일 1기 융성위 위원으로 임명된 이후 ‘문화계 황태자’로 각종 정부사업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융성위원이 된 뒤 "장관이 하고 싶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다녔다는 증언이 폭로되는가 하면 위촉되기 전인 8월 8일 이미 '대한민국 문화융성위원 차은택'이란 이름으로 정부와 아랍에미리트(UAE)의 문화교류 제안서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나 사실상 이미 내정돼있었단 의혹도 제기됐다.
위촉 1주일 뒤에는 차씨의 '스승'인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이 임명됐으며 같은 날 박 대통령은 차씨의 뮤지컬 ‘원데이’를 관람했다. 차씨는 또 위촉 한 달 만에 인천아시안게임 개폐회식 영상 감독을 맡았고, 2015년 4월엔 문화창조융합본부장 겸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장이 됐다.
'융성위원'이란 직위는 차씨의 '발판'이 됐지만 정작 융성위 업무는 '뒷전'이었던 걸로 보인다. 융성위 관계자는 "(차씨가) 회의에 참석한 적은 없고 워크숍에만 1번 참석했다"며 "민간위원들의 회의 참석이 강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 1기 융성위 사업보니…“육영수 여사 고전서적 보급처럼…”
융성위 회의에서 논의된 주요 사안은 콘텐츠산업진흥전략과 인문정신문화진흥계획이다. 특히 융성위는 산하에 인문정신문화특별위원회를 따로 구성할 정도로 ‘인문정신’ 확산에 공을 들인다. 인문정신에 대한 논의 곳곳엔 ‘새마을운동’과 ‘육영수 여사’ 등을 언급하며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고취하는 데 집중한 흔적이 드러난다.
도종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융성위로부터 제출받은 회의자료에 따르면 융성위는 3차 임시회의에서 “스펙 위주로 교육이 운영되는 사회 현상을 이용하여 인문학을 ‘스펙화’하는 방안 고민이 필요하다”며 “과거 육영수 여사의 고전서적 보급(자유교양협회 등) 등 대통령이 직접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일을 하셔야 국민적인 관심이 일어날 것”이란 논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 “회의 내용 지엽적이고 방대”…내부서도 실효성 의문제기
융성위 내부에서도 이같은 활동에 의문이 제기돼왔다. 중구난방식으로 이뤄지다보니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다. 1차 임시회의에선 “자꾸 회의가 자기 소관사항에 대해서만 발표하며 지엽적으로 흐르는 면이 있다”, “이렇게 많은 분야별 제안사항을 나열식으로 보고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 등의 지적이 나왔다.
1기 융성위의 ‘결과물’인 ‘문화진흥기본계획안’에 대해서도 비슷한 의견이 제기됐다. 지난해 7월 열린 1기 융성위의 마지막 임시회의에서 융성위원인 이원복 덕성여대 총장은 “내용이 너무 방대하고 나열적인 측면이 있어 선택과 중점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당시 융성위원으로 활동한 A씨는 본지와 통화에서 “통일된 안을 내 정권이 바뀌어도 뿌리를 내릴 수 있는 큰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모여 각자 이야기만 했다”며 “무슨 회의가 이렇게 효율성 없이 진행되나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A씨는 또 "회의하고 의견만 내라고 하는데 한 가지라도 실현될까 의문이었다. 실제로 융성위의 제안이 문체부 사업으로 연결됐다고 피부로 느끼지는 못했다"며 "그나마 (정착한) '문화가 있는 날'도 공연예술을 싸게 보여주는 건데 기존에 돈을 내고 보는 사람까지 싼 가격에 보게 한다. 문화'융성'과는 거리가 멀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융성위 관계자는 이런 지적에 대해 “융성위는 (사업을) 실제로 집행하는 기구가 아니라 자문기구일 뿐”이라며 “관련 사업들도 대통령, 정부에 제안하는 수준”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민간위원의 역할도 회의에 참석해 의견을 내고 취합하는 정도”라고 부연했다.

◇ '자문기구'라는데 9억→14억 예산 급증…'예산 과다' 지적 제기돼
하지만 융성위는 '자문기구'치고 예산이 과도하게 편성됐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로 융성위의 전체 예산은 9억 5000만원(2014년)→11억 5000만원(2015년)→14억 1600만원(2016년)으로 매년 늘어났으며 이는 대부분 융성위가 개최하는 각종 포럼 및 심포지엄, 정책조사 연구 예산으로 인한 증가다.
2014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예산 심사 때도 융성위의 해외조사 여비 항목 등이 논란이 됐다. 뚜렷한 조사 항목이나 계획이 없는데도 예산이 편성됐기 때문. 당시 김희범 전 문체부 1차관은 "융성위가 어떤 해외조사를 하러 가는거냐"는 도종환 더민주 의원의 질문에 "현재 저희가 구체적인 내용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도 의원은 "자문기구에서 해외조사를 하러 간다는 것 자체가 조금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심포지엄 예산만 3억인데 문체부에서 (이미) 각 부서별로 다양한 심포지엄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예산이 중복 편성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유은혜 의원도 "융성위 전체 포럼이나 융복합 문화콘텐츠 심포지엄 비용 등은 중복의 소지가 있는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거들었다. 또 1억 3000만원 가량 편성된 홍보비와 관련 "융성위는 자문위원회인데 자문위원회에서 온라인 홍보, 대국민 소통 예산이 이렇게 많이 필요한가"라고 꼬집었다.
김 전 차관은 이같은 지적에 "문체부 내에는 문화융성 내지 융복합과 관련된 별도의 국제 콘퍼런스가 포함돼있지 않다"고 해명했지만 정진후 전 정의당 의원은 "자문기구인데 내용을 보면 집행적인 사업 성격이 굉장히 강하다"며 "전시행정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비판했다.
융성위는 현재 표재순 위원장을 필두로 2기가 구성돼 활동 중이다. 지난해 12월 강명신 문화창조융합센터장과 윤숙자 한식재단 이사장, 정구호 휠라코리아 전 부사장 등 14명의 위원이 위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