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우주인(우주비행사)인 유리 가가린과 옛 소련의 최고권력자가 된 유리 안드로포프(당시에는 KGB 국장)가 동시에 주목했던 SF 소설이 있었다. 가가린은 찬사를 아끼지 않았지만 안드로포프(미하일 고르바초프 전임자)는 ‘가상행성 사회 비판을 통해 우회적으로 소련 정부를 헐뜯었다’는 쓴소리를 내뱉었다.
사연 많은 옛 소련 SF작가 이반 예프레모프(1905∼1972)의 대표작 '안드로메다 성운'이 우리말로 번역돼 나왔다. 소련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올린 1957년 발표한 소설이다.
작가는 우주탐사라는 형식을 활용해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 미래사회와 인간상을 그렸다. 옛 소련의 공식적 예술형식인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틀에 넣고 보면 공산주의 혁명이 완성된 사회의 모습이기도 하다.
유토피아(존재하지 않은 이상사회) 소설형식을 띠긴 하지만 소설은 유토피아로 가는 여정보다는 유토피아가 이미 이뤄진 사회를 다룬다. 그 안에서 태어난 내부인의 시선으로 이상사회를 살펴보는데 당시(또는 현재)의 불완전한 현실과의 대조를 위해 과거에 대한 논의도 자주 등장한다.
소설 속 미래사회에서는 인종이나 성별과 관계없이 모두 동등하게 대우받으며 일하고 정복과 소유를 향한 열망도 없다. 자연히 집값이나 노후 생계 등 걱정없이 완성된 공산사회에서 존재하는 이들이 우주에 도전해 다른 행성의 지적 생명체와 접촉하는 이야기가 골격을 이룬다. 제37 성단탐사대 탄트라호가 태양계를 넘어 외계문명 탐사에 나서는 바로 그 내용이다.
작가(예프레모프)는 철저한 공산주의자였고 사회주의 혁명을 겪었고 그를 구현해냈지만 아픔도 있었다. 소련 대표작가의 작품답게 주목을 끌었지만 정작 작가는 소설 출간뒤 고초를 겪었다. 작품에서 '공산당의 지도와 영도'를 찬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평생 당의 감시를 받았고 1972년 사후 그의 작품들은 출간이 금지되기도 했다.
역자인 정보라씨는 "어느 시대든 더 나은 사회, 더 나은 삶에 대한 희망과 더 넓은 세계로 향하는 꿈은 개인을 위해서나 사회 전체를 위해서 반드 필요하다고 본다"며 "(유토피아라지만 작품속) 미래는 밝고 찬란하기보다는 불안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스페이스 오디세이 완전판=이반 예프레모프 지음, 정보라 옮김, 아작 펴냄. 496쪽. 1만4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