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원짜리 책 한 권…비극적 독서가들의 이야기

구유나 기자
2017.03.25 07:35

[따끈따끈 새책] '살아남지 못한 자들의 책 읽기'…삼중당문고 세대의 독서문화사

"삼중당문고 한 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내가 누구이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 드러내는 것이었다. 적어도 한 권 두 권 읽고 있다는 사실에 '급우들이 신기해'했고 그런 시선에 으쓱할 수도 있었다."(208쪽)

1970년을 전후한 시점에 을유문고, 서문문고, 삼중당문고 등 값싼 문고본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삼중당문고는 가짓수가 많고 저렴해 가장 인기가 많았다. 한국전쟁 이후 '자유 대한'에서 '유신체제'에 이르기까지. 청년들은 삼중당문고를 읽으며 새로운 꿈을 꿨다.

이 책에서는 소설과 현실을 오가는 4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최인훈 '광장'의 주인공 '준'은 해방 이후 모험과 성장의 시간을 기대하지만 이데올로기의 대결 속에서 '어느 국가를 선택하겠습니까'라는 질문 앞에 놓인다.

1960년 4·19혁명 속에서 교양의 시대가 도래한 듯했다. 출판사에서는 앞다퉈 50~100권짜리 '세계문학전집'을 출간했다. 김승옥의 소설 '환상수첩'의 등장인물인 '정우'도 세계문학을 탐독했다. 그러나 정우를 비롯한 지식 청년들은 5·16 쿠데타 이후 '무관심하라'라는 명령을 피해 죽지 못해 살거나 살지 못해 죽는 선택을 한다.

세 번째 인물은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의 작가 전혜린이다. 독서광이었던 전혜린은 경기여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법대를 차석으로 입학, 독일 유학길에 올랐다. 밥벌이 여공이 넘쳐나던 시절, 전혜린은 시대를 앞선 지식인이었지만 여성으로서 갈 곳 몰라 했다.

마지막 주인공은 전태일이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배움'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곤로와 바지를 팔아 검정고시 책을 사고, 노동자로서 '근로기준법' 책을 파고들었다. '독서'가 취미인 평범한 소년으로 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1970년 11월 그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인용해 유서를 남겼고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죽어갔다.

◇살아남지 못한 자들의 책 읽기=박숙자 지음. 푸른역사 펴냄. 260쪽/1만4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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