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 다니는 A씨는 평소 '반차'를 쓰는 것조차 눈치가 보인다고 했다. 인력이 부족해 일이 몰리는 데다 쉬는 것 자체를 달가워 하지 않는 분위기 때문. 연차를 모두 소진하는 것도 '황금연휴'를 즐기는 것도 '남 이야기'일 뿐이다.
#대기업 직장인 B씨는 그나마 상황이 낫다. "연차 절반은 쓰고 절반은 돈으로 받는다"고 했다. 그래도 황금연휴엔 눈치부터 본다. 3일 이상 쉬는 것은 어렵다. 그는 "시간이 짧아 떠날 엄두가 안 난다. 집에서만 푹 쉴 예정"이라고 했다.
다음 달 1일부터 최장 11일까지 쉴 수 있는 황금연휴, 정부는 내수 활성화를 위해 국민들에게 국내 여행을 떠나라고 권장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사드 때문에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줄어든 국내여행 수요를 채우는 것이 더욱 시급한 과제가 됐다.
한국관광공사는 12일 '관광시장 활성화 대책'으로 '휴가 확산 캠페인'과 '휴가 문화 개선'을 꼽았다. 휴가 1일만 더 써도 약 1조 8000억원의 여행지출이 추가로 발생한다는 것. 그러면서 "공사 직원들의 장기 휴가 제도를 6일에서 10일로 대폭 연장해 의무사용하도록 할 것"이라고도 했다. 공사가 먼저 휴가 내는 분위기를 이끌겠단 의도다.
민간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면 이같은 대책은 공허하게 들린다. 공사 측은 "경제5단체 등에 권장하는 것 외엔 실질적인 방법이 없다"고 속앓이를 하는 분위기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5월 징검다리 연휴에 연차 휴가를 사용하고 국내 여행을 장려해달라"고 회원사에 공문을 전달했지만 이 또한 권고에 그친다.
월 1회 조기 퇴근하는 '프리미엄 프라이데이' 실행 때와 마찬가지로 부처와 민간기업 간 간극만 커진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혹자는 "휴가마저 양극화"라며 "상대적 박탈감만 커진다"고 볼멘소리를 건넸다.
공사는 "한국인도 안 가는 우리 여행지를 어떤 외국인이 가고 싶겠나"라고 호소한다. 휴가는 혜택이 아닌 기본권이란 인식의 전환, 연차를 모두 소진하는 중소기업에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하는 제도적 기반이 절실하다. '근로 시간은 길지만 생산성이 떨어지는 나라'란 오명도 이제 벗을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