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위기의 한국 테마파크②

국내 테마파크가 글로벌 순위에서 하락한 배경으로는 산업 구조 변화가 꼽힌다. 과거에는 대형 롤러코스터와 신규 놀이기구가 경쟁력을 좌우했지만, 현재 글로벌 시장은 IP(지식재산권)와 체류형 콘텐츠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6일 "이미 수년 전부터 (한국 테크파크들의) 어트랙션 중심 경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며 뼈아픈 현실을 인정했다.
과거에는 더 높고 빠른 롤러코스터를 만드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었다면, 지금은 얼마나 강력한 세계관을 구축하고 얼마나 많은 팬을 확보하느냐가 성패를 좌우한다는 목소리다. 단순 놀이기구는 한 번 경험하면 수요가 줄어들지만 영화·게임·캐릭터 IP는 반복 방문과 추가 소비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 사례는 디즈니와 유니버설이다. 디즈니는 마블·스타워즈·겨울왕국 등 영화 IP를 활용해 테마파크를 하나의 세계관으로 확장했다. 유니버설 역시 해리포터와 닌텐도 IP를 활용해 방문객들의 재방문을 유도하고 있다.
실제 글로벌 테마파크 시장은 이들 IP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TEA(세계테마파크엔터테인먼트협회)에 따르면 2024년 세계 테마파크 방문객 순위 상위 25곳 가운데 12곳은 디즈니 계열, 5곳은 유니버설 계열이다. 상위 25곳 중 17곳이 사실상 강력한 IP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셈이다. 반면 미국의 '식스플래그'와 같은 스릴 어트랙션 중심 테마파크는 순위권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테마파크의 역할 자체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찾는 공간이었다면 이제는 콘텐츠를 경험하고 소비하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입장권 중심이던 수익 구조 역시 굿즈(기념품), 호텔, F&B(식음료), 공연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상위권 테마파크들은 놀이공원을 넘어 숙박·쇼핑·엔터테인먼트가 결합한 복합 관광지로 진화했다.
반면 국내 테마파크는 오랫동안 신규 어트랙션 중심 경쟁에 집중해왔다. 에버랜드의 티익스프레스, 롯데월드의 아트란티스 등이 대표적이다. 시설 투자만으로 방문객을 확보하던 전략이 통했던 시절에는 효과적이었지만, 세계 시장이 콘텐츠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내수 중심 시장 구조도 한계로 지목된다.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전 세계 관광객을 끌어들이며 성장했지만, 국내 테마파크는 여전히 국내 방문객 비중이 높다. 외국인 관광객이 에버랜드나 롯데월드를 방문하기 위해 한국을 찾기보다는 한국 여행 일정 중 한 곳으로 들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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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글로벌 선두 업체들이 테마파크를 '여행의 목적지'로 만드는 데 성공한 반면 국내 테마파크는 아직 관광 코스 중 하나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도쿄 디즈니랜드와 상하이 디즈니랜드,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은 테마파크 방문 자체가 여행의 주요 목적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김치호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글로벌 테마파크들은 영화·영상 콘텐츠를 통해 지속적으로 새로운 IP를 생산하고 이를 테마파크와 연계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며 "국내 테마파크는 원천 IP가 부족한데다 재투자도 충분히 이뤄지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글로벌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자체 IP를 육성하고 지속적인 콘텐츠·시설 투자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