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300’에서 스파르타군이 용맹한 전투력을 갖고도 결국 패배의 길을 걸은 건 이 책이 주는 ‘교훈’을 미리 터득하지 못했기 때문일지 모른다. 300명으로 100만 대군을 상대할 때 가장 중요한 전략은 의지만 믿고 ‘맞서’ 싸우는 것이 아닌, 게릴라 전으로 ‘뒤통수’를 치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쟁 구도에서 세상의 판은 강자에게 유리하도록 짜여 있다. 시작부터 불공평한 게임인데, ‘해보겠다’고 무작정 달려드는 발상 자체가 영원한 패배로 가는 지름길이다.
가진 것도 내세울 것도 없는 약자가 승리를 거머쥐기 위한 전략은 없을까. 30년간 기업과 경영자의 생존전략을 취재해 온 저자는 누구나 쉽게 기억하는 평범한 진리 두 가지를 내세운다. ‘약점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와 ‘악조건을 극복하려는 전략’이 그것. 약자는 약점을 갖고 태어난 사람이 아니라, 약점에 맞서는 전력과 의지를 외면하는 사람이라는 게 그의 논리다.
1974년 퇴물 소리를 듣던 32세 노장 무하마드 알리가 40연승을 달리던 25세 조지 포먼을 상대로 예상하지 못한 승리를 거둔 것은 힘을 빼는 ‘전략’과 흑인이라는 비주류에 매달리며 기득권과 싸우려는 ‘의지’가 투영됐기 때문이다.
저가격 균일가 매장인 다이소는 강자가 된 약자의 대표적 사례다. 트럭에 생활용품을 싣고 다니다 가짓수가 늘자 균일한 가격표를 붙여 판 것이 시초지만, 발상 자체는 파격이었다. 생산비를 가격에 맞추는 기존 시장 모델을 거부하고 가격에 생산비를 맞추는 혁신적 방식을 택한 것이다.
도발과 기습, 변칙적 공격 같은 게릴라 전법은 약자가 사는 방식이기도 하다. 태생부터 성장까지 모든 인생이 게릴라였던 스티브 잡스는 애플을 의도적인 약자로 자리매김하며 게릴라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해군이 되기보다 해적이 되라”는 그의 말은 게릴라 정신을 압축적으로 설명하는 문구로 회자한다.
게릴라 인생을 사는 사람들은 위계질서보다 자율성, 집단보다 개인적 자아, 익숙한 것보다 낯선 것에 집착하는 경향이 높다. 남들이 다 가는 길은 평탄해 보여도 실은 강자에게 유리한 법칙과 질서로 짜인 코스여서, 같은 길을 향하는 약자의 결말은 정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선천성 난독증을 앓았던 영국 버진 그룹의 CEO 리처드 브랜슨, 공부 대신 당구, 고스톱 등 잡기에 탐닉하며 결국 게임 포털 ‘한게임’을 창업한 카카오 의장 김범수, “금수저도 흙수저도 아닌 무수저로 태어났다”는 공장 노동자 출신 성남 시장 이재명 등 태생적 약자들이 보여준 성공 신화에는 역경을 감동으로 버무린 의지와 전략의 산물이 촘촘히 배어있다.
약자의 약점은 이 점 때문에 되레 성공의 발판으로 가는 자산이 되기도 한다. 이른바 ‘약자의 역설’이다. 약하기 때문에 강해지는 반전의 기회는 3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결핍에서 비롯된 ‘보완 심리’. 가정환경이나 학벌이 받쳐주지 못하면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노력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역경에 면역력을 지니는 ‘예방주사 효과’다. 큰 역경의 상황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한다. 마지막은 블루오션을 찾아가는 ‘신천지 원리’다. 가진 자와 똑같은 길을 걸어 싸우는 게임이 아닌, 자기만의 길을 찾아가는 것이다.
저자는 “4차 산업혁명시대는 과거 같은 강자의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 비주류 정신이 더 중요해졌다”며 “게릴라처럼 유연하게 사고하고 탄력적으로 행동해야 승리의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약자들의 전쟁법=박정훈 지음. 어크로스 펴냄. 332쪽/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