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가 왜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해?" 초등학교 4학년 딸아이는 수학문제를 풀다가 뭔가 상당히 억울한 듯 이런 질문을 던지곤 한다. "지금은 네가 어려서 잘 모르겠지만, 세상을 이해하는 기본 원리가…그 속에…숨어있어…너도 크면 다 알테니(여기까지 작은 목소리)…. 일단 풀어!(고함지르기)"라고 황급히 대화를 닫지만 마음 한구석이 개운치 않다. 원조 '수포자'이자 뼛속까지 문과생인 부모의 한계다.
'내가 사랑한 수학자들'은 역사 속 수학자들의 생애와 인간적 고뇌를 보여주며 수학에 대한 마음의 문을 열어젖힌다. 20세기 인류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수학자 13명의 삶과 업적을 다루면서 그들의 수학적 발견이나 성과보다는 삶에 방점을 찍었다. 과학자이면서도 대중의 눈높이에서 인문학적 글쓰기를 해 온 저자 박형주 아주대 석좌교수가 역사 속 수학자들을 불러낸다.
그 어려운 수학 공식을 만들어낸 사람들은 까칠하고 엉뚱하며, 잠도 안 잘 것이라는 등의 편견은 책장을 넘기다 보면 여지없이 무너진다. 오히려 역사의 발전을 고민한 인간적인 사람들이란 매력에 이끌리다 보면 수학의 쓸모가 보인다. 문학작품이나 명화, 명곡 등을 만든 창작자의 삶을 들여다보면 작품이 이해되고 마음이 움직이듯 말이다.
양자 역학에 이론적 근거를 제시한 수학자이면서 자신의 이름을 딴 나비가 있을 정도로 나비 수집광이었던 로랑 슈바르츠, 전쟁의 방향을 바꾸고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입증한 앨런 튜링,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학문적 성취에 비해 학자로서 입지를 다지는 데 어려움을 겪은 에미 뇌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개성을 지닌 수학자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위대한 수학자들의 삶에 더해 '굿윌헌팅', '인터스텔라' 등 대중에게 잘 알려진 영화를 소재로 저자가 쓴 색다른 수학 칼럼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저자는 수학자들의 삶을 통해 수학적 활동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수학과 과학에 흥미를 느끼고 재능을 발휘하던 아이들이 반복적인 문제풀이 기계로 굳어지고 점수를 위한 수학교육을 받는 한국의 교육 현실은 그래서 더 답답하다.
◇내가 사랑한 수학자들=박형주 지음. 푸른들녘 펴냄. 208쪽/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