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의 '한 표'를 위해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TV 토론회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상대 진영을 매섭게 비판하기도 한다. 낙선하더라도 '칠전팔기' 정신으로 다시 도전한다. 불과 백 년 전만 하더라도 정치 싸움에서 패배한 쪽은 대개 죽음을 맞았다는 사실을 믿기 힘들다.
우리 당쟁사는 큰 변곡점을 거쳐왔다. 이 책은 '창검의 시대'(고조선~조선 전기), '사약의 시대'(조선 중기~말기), '투표의 시대'(일제강점기~현재)로 한국사를 구분한다.
오랜 시간 창과 검, 즉 군사력이 정권을 지배하는 역사가 반복됐다. 조선시대 들어 무력 아닌 정치 투쟁이 본격화되면서 권력자들은 '사약'을 내려 정적을 제거했다. 그리고 이제 여론이라는 무기를 앞세워 선거를 치른다.
저자는 당쟁을 중심으로 고조선부터 현재까지의 정치사를 풀어낸다. 군의 사조직이었던 하나회와 알자회, 전두환 정권에서 활약한 제임스 릴리 전 미국 대사 등 주요 정치 인물 또는 집단의 후일담을 수록했다. 삼국시대의 미실,조선말기 명성황후의 측근으로 알려진 진령군, 원나라의 고려 출신 환관 고용보 등 역사 속 대표적인 비선 실세도 소개한다.
우리나라에서 '당쟁'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이다. 하지만 저자는 '당쟁'을 알아야 우리 정치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파벌과 당파심은 어느 나라, 어느 곳에나 있었다"며 "'당쟁'하면 사색당파의 붕당정치부터 연상하는 우리의 인식 패턴은 조선총독부가 만들어낸 허구의 논리에 기초한 것"이라고 말한다.
◇당쟁의 한국사=김종성 지음. 을유문화사 펴냄. 360쪽 /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