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랏말싸미’가 박해진 작가의 ‘훈민정음의 길-혜각존자 신미 평전’의 저작권 침해 논란과 역사 왜곡 논란에 이어 이번에는 수록곡 표절 시비에 휩싸였다.
영화 상영 종료 후 수록곡 ‘월인천강지곡’에 대한 저작권 크레딧 때문이다. 이 곡은 ‘월인천강지곡’(조선 세종이 1449년에 지은 불교 찬가) 제2곡으로, 세종의 서문이자 발문으로 추정된다.
영화 후반부 내불당에서 천도재를 지낼 때 울려 퍼지는 배경음악으로, “소현왕후의 영령을 위로하고자 하는 진혼곡”이라는 세종의 말이 삽입된 대목이다.
곡은 2소절로 짧지만, 이 곡의 창작자는 작곡 한여름, 작사 조철현으로 명기됐다. 작사의 조철현은 이 영화감독이다.
문제는 기존에 수많은 학자들이 번역해 놓은 내용을 일부 수정해 담은 것을 저작권자로 올릴 수 있느냐다.
우선 박해진 작가가 자신의 책 100쪽에서 번역한 ‘월인천강지곡’ 제2곡의 번역이 이와 유사하다.
박 작가가 번역한 내용은 ‘세존의 일 여쭈려고 하니/만 리 밖의 일이시나/눈에 보는가 여기소서/세존의 말 여쭈려고 하니/천 년 전의 말이시나/귀에 듣는가 여기소서’다.
조 감독의 작사는 ‘세존의 한평생 닦은 일 여쭈려고 하니/만 리 밖의 일이나/눈에 보는 듯이 생각하소서/세존의 말씀 여쭈려고 하니/천 년 전의 말씀이나/귀에 듣는 듯이 여기옵소서’다.
다른 학자들의 번역 사례도 비슷하다. 박병채의 ‘논주 월인천강지곡’(1977년) 79쪽에 기술된 내용은 ‘세존의 일(평생 하신 일)을 여쭈려고 하니/만리 밖의(우리나라에서) 일이시나/눈에 보는 듯이 여기시옵소서/세존의 말씀을 여쭈려고 하니/천 년 전의 말씀이시나/귀에 듣는 듯이 여기시옵소서’다.
1982년 남광우·성환갑의 ‘월인천강지곡’ 24쪽, 허웅·이강로의 ‘월인천강지곡’(1999년) 22쪽 현대어 해석도 별반 다르지 않다.
곡(선율)은 지금껏 창작된 적이 없어 작곡가 크레딧은 논란의 여지가 없으나, 작사는 수많은 사례가 증명하듯 ‘창작’ 저작권이 인정되기 어렵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무엇보다 원래 창작은 세종이어서 해석에 관계없이 크레딧을 세종으로 명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조 감독은 이에 대해 “얘기를 들어보니, 현대어로 바꾸는 과정에서 ‘작사’의 의미가 안 맞는 거 같기도 하다”며 “개사로 바꾸든가, 원문을 세종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