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귀한 줄 새삼 깨닫게 되는 시대이다. 운명을 사랑하고 현재를 즐기라는 아모르 파티(amor fati), 카르페 디엠(carpe diem)을 절감하는 시대이기도 하다. 이럴 때 책과 함께 그리스 여행을 훌쩍 떠나보면 어떨까.
눈부신 하양과 파랑으로 가득한 산토리니의 전경, 혹은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과 검푸른 에게해, 아니면 몽환적 기분에 젖어 들게 하는 해 질 녘 하니아의 베네치아 항구 등의 풍경만이 아니다. 기자 출신 작가 홍윤오의 신작 <조르바와 춤을: 진정한 자유인과 함께 한 그리스 여행기>(넥서스북스)는 그리스를 대표하는 대문호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피조물인 조르바와 함께 그리스를 여행하면서 삶의 의미를 깨닫고 신탁도 받는다는 인문 기행 에세이이다.
작가는 그리스를 찾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즈음 내 머릿속에는 가장 원초적인 물음이 맴돌곤 했다. 바로 '왜 사는가?'였다. 더 구체적으로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왜 그렇게 사는가?' 같은 질문들이 생각을 지배하고 있었다. 존재론적 삶과 소유론적 삶에 관한 질문일 수도 있고 인간과 신, 자연과 우주에 관한 근본적 의문일 수도 있다. 나는 그 해답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작가는 책에서 그 해답을 가장 잘 알고 있을 <그리스인 조르바>의 주인공 조르바와 함께 여행하며 교감을 나눈다.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경험은 없다고 했던가. 매 순간, 매 세월이 모두 의미 있고, 남는 게 있고, 생산적이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때로는 허송세월도 삶을 되돌아보고 관조하는 성찰의 시간이 될 수 있다. 멈추고 내려놓는 시간이 어쩌면 더욱 값진 경험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하물며 지금 나는 뚜렷한 목적이 있는 여행을 하고 있지 않은가. 조르바를 만나고 신탁을 받기 위해 이곳에 온 것 아닌가."
작가는 산토리니 섬에서 조르바와 함께 에게해의 바람을 맞으며,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에서 상상 속의 신탁을 받으며 얻은 결론은 '자유'와 '인간의 숙명'에 관한 깊은 성찰이었다고 한다. 인간 삶에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누구나 죽는다는 숙명이 얼마나 존엄한 것인지. 그러기 때문에 이 순간을 더욱 사랑하고 즐겨야 한다는 메시지이다.
인문학적 에세이이지만 결코 무겁지 않다. 어떤 면에서는 기행문 같기도 하고 약간의 여행안내서 느낌도 있다. 특히 직접 찍은 사진을 연필 스케치와 색연필화, 수채화 등으로 그린 풍경화 14점을 함께 실어 눈길을 끈다. 그림은 원래 문외한이었으나 그리스 여행을 다녀와서 뒤늦게 시작했다고 한다.
작가는 서울대에서 언론정보학을 전공하고 십수 년간 한국일보에서 기자로 활동했다. 아프간 전쟁 개전 초기 한국인 최초이자 단신으로 아프간 현지에 들어가 동행 외국 기자들의 피살 등을 경험한 뒤 자유로운 새 삶을 살겠다며 기자직을 접었고 이후 기업과 공공기관, 국회 등에서 일해왔다. <아프간 블루스>, <50년 여행 50일 인생> 두 권의 저서가 있다.
작가는 "여행은 힘들 때마다 나를 구원해주고 치유와 깨달음의 세계로 이끄는 또 하나의 인생"이라고 말한다. 작가와 함께 치유와 깨달음을 위해 그리스 여행에 나서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