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무대를 올릴테니 많이 와줬으면 좋겠다."
지난 6월 취임한 장형준 예술의전당 사장(사진)은 피아니스트 출신이다. 젊은 연주자 시절부터 수시로 드나들어 예술의전당이란 공간 자체에 누구보다 친숙하다. 1년에 약 100회 넘게 방문할 때도 있을 정도다. 1993년 오페라하우스 전관 개념 기념 제5회 교향악축제에서 피날레를 장식하는 연주로 예술의전당과 첫 인연을 맺었다고 기억한다.
순수예술 전공자인 만큼 예술의전당의 본연의 기능과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순수예술 공연장인 예술의전당이 수준 높은 공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장 사장이 최근 머니투데이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형 오페라'를 제대로 만들어 세계 곳곳의 무대에 선보이겠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인 셈이다. 종합 예술인 오페라 장르에서 한국이라는 장소와 역사가 배경이 되는 '한국형 오페라'를 만들어 해외 메인 무대에 설 수 있도록 키우고 싶다는게 그의 꿈이다. 예술의전당의 수준 높은 기획 공연들을 고품질로 영상화할 수 있는 스튜디오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도 'K클래식' 세계화와 맞닿아있다. 영상 콘텐츠로 쉽게 즐길 수 있는 인프라를 활용해 전 세계에 'K클래식'을 알리겠다는 복안이다.
장 사장은 특히 'K클래식'을 이끌어 갈 미래세대를 양성하는 역할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세계적 연주자로 성장한 조성진과 임윤찬 등을 비롯해 지난 23년간 총 70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예술의전당 음악영재아카데미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는 보다 많은 학생들이 쉽게 음악영재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세계적 음악가들의 초청 공연시 마스터클래스와 워크숍 등이 영재아카데미와 연계될 수 있도록 추진할 예정이다.
다음은 장 사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서울대 음대(피아노과) 교수에서 정부 산하기관 수장으로 역할이 바뀌었는데.
▶예술의전당은 학교 다음으로 즐겨 찾는 곳이었다. 연주자 혹은 관객이 아니라 최고경영자(CEO)로 출근하는 기분은 분명 남다른 점이 있다. 예술의전당은 국내·외를 대표하는 문화예술기관으로 그 상징성과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늘 생각해 왔다. 연주자로 또 예술교육자로 걸어왔던 경험들이 이제 예술의전당 정책에 일조할 수 있다는 부분이 매우 고무적으로 만든다. 내년 전관 개관 30주년을 맞게 되는데, 새로운 비전을 세워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방향성을 세우고 그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데 저의 예술적인 역량이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 지난 100여일간 현안들을 파악하고 직원들과 소통하며, 새로운 비전과 운영방침을 제시하기 위해 고민했다.
-지속적인 예술공연을 위한 재정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코로나19 시기에 여러가지 지원정책을 추진하며 재정상황이 좀 더 나빠졌다. 그 전부터 재정적으로는 좋은 상황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지난 몇 년간 예술인지원 무대 등을 마련했던 이유는 예술의전당이 공공 문화예술기관이기 때문이다. '재정자립도 70% 유지'라는 재정구조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공공 예술사업을 추진해야만 했다. 국고 증액, 협찬 및 후원자 섭외 등은 사장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후원회와의 관계도 더 긴밀하게 할 예정이며, 예술후원에 관심있는 기업과는 언제든지 만날 것이다. 더불어 계획적이며 공격적인 예술사업 추진을 통해 회원은 물론 티켓 판매 수입 증대 등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예술의전당에 대한 정책 변화가 있나.
▶(장관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을 때 예술의전당에 우수한 콘텐츠들이 많이 올라가 국민들이 수준높은 작품들을 많이 볼 수 있게 해달라고 하셨다. 장르별로 완성도 높은 수준의 엄선된 예술행사들로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미 2013년부터 추진해 노하우를 보유한 영상화사업 추진을 통해 우리 문화예술 콘텐츠를 세계에 알리는데에도 주력할 예정이다.
-세대가 바뀌면서 예술장르에 대한 선호도 바뀔 수 있다. MZ세대 등을 위한 콘텐츠도 준비하나.
▶다양한 계층의 관객들이 찾아주길 바란다. 특별히 MZ세대들을 위한 콘텐츠를 말한다면 인춘아트홀 신규 프로그램이 있다. 100석 규모의 작은 클래식 연주홀인데 젊은 연주자들을 위한 특별한 연주 공간으로 포지셔닝해 신선하고 실험적인 기획 공연을 확대해 젊은 관객들을 많이 유치할 계획이다. 젊은 연주자들과 젊은 관객들에게 재기넘치는 창작 놀이터가 되도록 만들 것이다.
-클래식 공연장으로서 역할을 강조했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예술의전당이 건립 당시 더 큰 관심을 모았던 것은 광대한 규모의 복합문화공간이란 이유도 있었지만, 설계부터 순수예술 전용공간으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전용공간이라는 것은 장르별 특성을 고려해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실제로 오페라극장의 경우 오페라라는 장르의 특성상 마이크 등의 확성없이 극장 자체의 울림만으로 무대 위 성악가의 노래 소리를 2300석 규모의 4층 극장 곳곳에 전달해야하는 것을 고려한 것이다. 이런 전용극장을 통해 오페라와 발레 제작 편수가 좀 더 늘어나야 한다. 이른바 공연의 비수기라고 일컬어지는 기간에는 직접 우리 극장에 맞는 기획 오페라와 발레 작품을 늘릴 생각이다.
-한국형 오페라 제작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협소한 국내 시장에서 어려운 도전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한국형 오페라 제작은 국내 시장을 겨냥한 작품이라기보다는 수출용 오페라의 개념이 더 크다. 세계무대를 누비는 성악가 등 우리 오페라를 빛낼 다양한 재료들은 충분하지만, 아직 유럽 본토무대에서 본격적으로 무대화된 한국 소재 오페라는 없다. 한국 이야기를 담은 세계적 오페라를 만들어 본격적인 세계무대에 올려볼 생각이다. 한국에선 이전에 없었던 형태의 방법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구체화되는대로 소개할 예정이다.
-K클래식을 이끌 인재 양성을 위해 예술의전당의 역할도 필요하다.
▶예술의전당은 '음악영재아카데미'라는 교육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클래식 연주자는 그 특성상 아주 어릴때부터 학습과 연습을 하게 되는데, 음악영재아카데미는 영재성을 발견하기 전 디딤돌 역할을 하는 아주 중요한 기능을 해왔다. 조성진과 양인모, 임윤찬 등 이미 스타덤에 오른 선배들이 그것을 증명해주고 있다. 어린아이들이 다니는 만큼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음악을 즐기며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커리큘럼 등을 조정하고 입학할 수 있는 문도 좀 더 열어 많은 어린이들이 함께할 수 있도록 하겠다.
-클래식은 '부자'들의 전유물이란 시각이 있는게 사실이다. 클래식 저변을 넓혀갈 수 있는 복안이 있나.
▶이제 그런 생각은 편견이 아닐까 싶다. 과거에는 콘서트 연주홀도 많지 않고 공연도 많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지금은 연주홀도 공연도 많아지고 티켓 가격도 다양화됐다. 연주자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 연주하는 것이지만 영화 티켓보다도 저렴한 공연들도 많다.
일부 계층의 전유물이라고 하는 생각은 아마도 시장의 확대가 대중문화만큼 빠르게 확산되는 게 아니라서 그렇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 싶다. 저변 확대는 34년전 예술의전당 개관시 목표이기도 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영재아카데미를 조금 더 활성화하고자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클래식 저변 확대다. 임윤과 조성진, 양인모 같은 연주자들이 세계 유수의 콩쿠르에서 우승하는 뉴스가 전해지면서 평소에 클래식에 관심 없었던 사람들도 한번씩 그들의 연주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생전 클래식을 듣지 않던 사람들이 그들의 우승 영상을 찾아보고, 클래식의 매력에 차츰 스며들어 공연장에까지 찾게 되는 경우를 최근 봐왔다. 훌륭한 연주자들을 배출해낼 수 있는 밑거름이 되는 곳을 만들고 그런 훌륭한 예술가들을 발굴해 훌륭한 공연을 보여준다면 문화예술 저변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음악 외 미술 전시관도 운영하고 있다.
▶장르를 불구하고 우수한 예술 작품은 사람들이 먼저 알아본다고 생각한다. 음악 뿐 아니라 전시 같은 다른 분야에서도 최고 수준의 콘텐츠를 내놓을 계획이다. 다만 한가람미술관은 노후화돼 퀄리티 높은 전시를 들여오고 감상하는데 조금 불편함이 있다. 한가람미술관에 대해선 전면 리모델링을 추진할 예정이다.
-예술의전당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어떤 생각을 했나.
▶예술의전당은 젊은 시절부터 '학교-예술의전당-집'을 오갈 만큼 자주 다닌 곳이다. 학교 다음으로 익숙하고 친숙한 공간이다. 음악가이자 연주자로서 연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연주를 듣는 것, 좋은 예술에 둘러싸여 있는 환경 또한 매우 중요하다. 사장 제안을 받았을 때 다시금 젊은 시절 예술가로서 예술의전당을 오가며 느꼈던 영감을 받을 수 있는 훌륭한 예술적 환경을 조성해보고 싶다는 꿈에 부풀어올랐다. 그 일환으로 클래식 전당으로 재탄생시켜 오페라극장을 전용극장으로 다시 활성화시키고 우수한 수준의 오페라와 발레를 선보이고자 하는 것이다. 음악당 같은 경우는 다른 기획사에서 쉬이 하지 못하는 현대음악 중심의 기획공연을 진행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