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자 작가의 소설은 세대를 뛰어넘는 울림이 있다. 감각적인 문체와 서슴없는 표현, 치밀한 구성은 나이를 불문하고 수많은 팬들을 거느리는 비결이다. '모순'은 그 결정체 같은 소설이다. 출간 30년을 바라보지만 여전히 때가 되면 2030 독자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베스트셀러 순위를 '역주행'한다.
이야기를 관통하는 주제는 '진짜 사랑'이다. 25세 여성 안진진은 줄곧 진짜 사랑을 찾아 헤맨다. 결혼 후 궁핍하지만 활력 넘치는 어머니와 부유하지만 우울한 이모를 보며 어떤 것이 사랑인지를 고민한다. 자신을 사랑하는 두 남자 중 부유한 사람을 택할 것인지, 가난하더라도 낭만적인 사람을 택할 것인지가 그녀의 가장 큰 걱정거리다.
안진진이 선택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등장하는 수많은 모순들이 재미있다. 주인공이 주변인들을 대하는 방법이나 등장인물들의 생각, 갈림길에서 내리는 결정 어느 하나 일관된 부분이 없다. 자칫 독자에게 혼동을 줄 수 있다는 위험을 안고 있지만 모순으로 점철된 인생을 전달하고 싶어하는 작가의 노림수다.
이야기보따리 같은 특유의 산문체는 몰입감을 높인다. 투박하면서도 재치 넘치는 묘사나 운율을 맞춘 표현도 흥미롭다. 비문을 가장했지만 우수한 문장력과 재치 넘치는 구상을 가진 작가들만이 쓸 수 있는 글이라는 인상을 준다. 서로 다른 주제 사이에서 고민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사랑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결말이 다소 조급하고 불친절한 느낌을 준다. 오래 전 쓰인 소설이다 보니 현대적인 감성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대화보다는 등장 인물의 사유에 의해 이야기가 전개돼 산만한 인상이다. 과격한 등장인물의 사고방식이나 단편적인 서술은 일부 독자층에게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양귀자 작가는 1978년 등단해 '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천년의 사랑', '늪'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쏟아낸 스타 작가다.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21세기문학상 등 굵직한 문학상을 여럿 수상했다.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원미동 사람들'이 출제돼 주목받았다.
◇모순, 쓰다, 1만 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