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학계에서 최고 권위의 행사로 꼽히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세계유산위)가 10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는 우리나라가 38년 만에 첫 개최국으로 선정되면서 우리 유산의 등재 확대 기회라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종묘를 둘러싼 갈등 여부는 걱정거리다.
7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유산청은 오는 5월 27일 50일 세계유산위를 기념하는 국제 학술대회를 연다. 지질학 전문가인 허민 유산청장이 직접 나서는 세계유산위 '전초전'이다. 우리 지질유산을 IUCN(세계자연보전연맹)과 국제 학계 관계자 등 100여명 앞에서 선보이고 세계 자연유산 등재 확대를 도모하는 등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우리 유산을 알리기 위한 다양한 방안도 추진된다. 유산 홍보 공간인 'K헤리티지 하우스'가 문을 열며 회의장 안팎에는 경복궁 수문장 100여명이 동원된다. 벡스코에는 부산을 알리는 '부산 특별관'이 꾸려지고, 청년 세계유산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포럼도 본회의 1주 전 열릴 예정이다. 유산청 관계자는 "우리 유산을 세계에 알릴 기회인 만큼 행사 준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유산위는 196개의 세계유산협약국 대표단과 유네스코 사무총장 등 전 세계에서 3000명이 넘는 관계자가 참석하는 대규모 국제 행사다. 일본이나 중국, 사우디 등 아시아에서 열린 적은 있지만 유산 보존·활용 역량이 세계적인 수준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학계는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를 홍보하는 것과 동시에 우리 유산의 등재 확대를 노릴 자리로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개최지인 부산의 '피란수도 유산'과 서울 일대의 '한양의 수도성곽', 경기 연천군 전곡리 구석기 유적, 인삼 문화 등이 유무형 유산으로 등재를 추진 중이다. 북한과 공동 등재를 추진하는 태권도도 있다.
학계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의 세계유산은 17건, 인류무형유산은 23건이 있는데 우리나라의 긴 역사를 생각하면 2배 이상의 유산이 등록될 수 있다"며 "유네스코와 주요 위원국, 저명 인사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등재를 위한 사전 교류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묘를 둘러싼 분쟁은 변수다. 유네스코는 서울시가 추진 중인 종묘 일대 세운4구역의 재개발을 주시하고 있다. 세계유산 일대에서 개발을 할 때 시행해야 하는 절차인 세계유산영향평가(HIA)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등재 취소도 고려할 수 있다는 뜻을 내놨다. 유네스코의 경고대로라면 부산 세계유산위에서 종묘의 등재 취소가 안건으로 상정될 가능성도 있다.
학계에 따르면 유네스코는 종묘 분쟁을 종묘뿐만 아니라 한국의 세계유산 관리체계 전반에 대한 신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관계자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유산 정책을 경시하는 국가로 판단받을 우려가 있다"며 "조속히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